최근 들어 각국이 성격은 다르지만 금융위기 이후 6년 만에 물가와 이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올 5월 이후 소비자물가가 목표치 2%를 웃도는 것을 놓고 그 지속 여부와 관련해 금리인상론자인 매파와 저금리 유지론자인 비둘기파 간의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한때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였던 유로와 일본도 올 2분기 이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에 봉착했다. 한국은 2011년 이후 추세적으로는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으나 물가상승률은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2분기 이후에는 성장률마저 떨어져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부상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창출 등의 다른 목표를 동반 지향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태생적 목표(original target)가 물가안정에 있는 만큼 물가가 각국 통화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각국 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혼재돼 있어 통화정책 방향에 있어서 지난 6년간 유지돼온 동조화(synchronization) 추세가 깨질 위험이 높다.
각국 간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금리차로 캐리자금 등 글로벌 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주가와 부동산 가격, 그리고 환율 등에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각국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변화가 나타나는 금융변수 움직임을 포착하느냐 여부에 따라 실물과 포트폴리오 투자에 있어서 수익률에 커다란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미국은 거의 50년 만에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상승에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2009년을 제외하면 196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 지역은 2013년 소비자물가가 1.3% 상승해 1999년 이후 가장 낮았는데 일부 유럽국가들에서는 물가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중 일본은 거의 유일하게 전년에 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됐는데 2013년 중 0.4%에 불과했지만, 최근 4개월(4월∼7월)간 근원소비자 물가가 3%를 넘었다.
신흥국은 물가가 안정된 국가와 불안한 국가로 양분할 수 있는데 물가가 안정된 국가들로는 중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기는 하지만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는 반면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러시아의 소비자물가는 높다.
경기적인 측면에서 각국의 물가는 실제 GDP와 잠재 GDP 간의 격차인 GDP 갭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웃돌아 플러스 수치가 나타나면 인플레이션 갭(inflation gap)으로 물가는 올라간다. 그 반대의 경우는 디플레이션 갭(deflation gap)으로 물가는 하락한다.
금융위기 전·후의 GDP갭과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위기 직후 선진국에 급격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해 최근까지도 그 해소 과정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됐으나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은 매우 완만하게 상승했으며 재정위기가 발생한 유로존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에 미달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져 왔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유로존의 경우 디플레이션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였으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해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돼 왔다. 올해 2분기 들어서는 독일 경제마저 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의 상승 가능성이 다소 커졌으나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아직 완만하여 인플레이션율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하반기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 △유가상승 △일부 신흥국의 물가상승 압력 지속 △글로벌 경기회복 전망 등으로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율 상승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2011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추세적으로 성장률이 완만하게 회복되는 데도 불구하고 상승률은 떨어졌으나, 올 여름 휴가철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는 수요측면에서의 하방압력이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농축산물가격, 집세 등 공급요인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잭슨 홀 미팅 이후 금리인상론자(매파)와 저금리 유지론자(비둘기파) 간에 의견차를 보이는 금융현안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곳은 노동시장이다. 매파들은 이미 6%대 초반으로 떨어진 실업률 등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비둘기파들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5가지 노동시장 슬랙(slack·개선이 아주 느린 )지표1가 있다고 주장한다.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매파들은 임금인상률 확대로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비둘기파들은 임금상승률이 저조해 상당기간 안정세가 지속된다는 입장이다. 갈수록 논쟁이 심해지고 있는 자산거품에 대해 매파들은 거품으로 인한 금융불안이 우려되므로 통화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반면, 비둘기파들은 자산거품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금융불안은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Fed의 금리정책 운용방향과 관련해 매파와 비둘기파는 각국의 적정금리 산출방법을 근거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매파들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따를 경우 현재 정책금리 0∼0.25%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빠른 시일 안에 적정금리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일러 준칙을 개발한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는 현재 미국의 적정금리 수준은 1.25%로 현 정책금리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비둘기파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주택 부문과 노동시장의 5가지 슬랙 등 심각한 역풍(reverse spill over effect or headwinds)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에 따라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매파들이 적정금리 산출모델로 삼고 있는 ‘테일러 준칙’이나 ‘수정된 테일러 준칙(Modified Taylor Rule or Balanced Approach Rule)’은 정책금리가 금융위기 이후처럼 제로(0) 수준에 제약돼 있는 상황에서는 부적합하고 평가했다.
앞으로 앨런이 ‘최적통제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제로’ 금리를 바탕으로 초저금리 정책은 가능한 오랫동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미국 경제학자 42명을 대상으로 정책금리 최초 인상 시점을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중 68.1%가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인상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뒤늦은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8월 금융통화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무려 15개월 만에 0.25% 포인트 인하했다. 온 국민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에 통화정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시각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되나, 중요한 것은 어렵게 내린 만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이다.
금리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리를 일이다. 8월 금융통화회의에서 한꺼번에 두 단계, 0.5% 포인트 내렸어야 했었다는 아쉬움과 함께 9월 회의에서는 한 차례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가 금리인하 방안에 대해 의외로 빨리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책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계부채가 과다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더라도 더 이상 차입할 여력이 없어 오로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의 논거다. 003년 이후 가처분소득과 소비 간 상관관계를 추정해 보면 ‘0.9’ 이상 나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 내부적으로 일고 있는 정책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 본원통화 공급 혹은 정책금리 인하→시장금리 하락→총수요 증대→성장률 제고)’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때 통화정책 효과는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증가, 즉 탄력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케인즈언들은 ‘탄력적’으로 봐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다고 본 반면, 통화론자들은 ‘비탄력적’으로 봐 통화정책 효과가 무력화된다고 봤다.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탄력성은 경제발전 단계, 경제주체들의 캐쉬 플로우, 화폐 환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경제발전이 미성숙 단계인 신흥국처럼 자금수요 초과상태에서 화폐 환상까지 있으면 ‘탄력적’으로, 그 반대의 경우는 ‘비탄력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 관할대상에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그린스펀 독트린’처럼 실물경제만 고려한다면 우리도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탄력도가 비탄력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버냉키 독트린’처럼 자산시장까지 포함시킬 경우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직접증대 효과가 적더라도 주가와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총수요 간접증대 효과는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온라인 급진전에 따른 네트워킹 효과로 통화정책에 있어 심리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수요층에게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잃어버린 20년’이 우려될 정도로 우리 경체처럼 긴박한 상황일수록 금리를 내릴 때 한꺼번에 두 단계 이상(big step) 내리고, 일단 내리면 장기간 유지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한때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였던 유로와 일본도 올 2분기 이후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동시에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에 봉착했다. 한국은 2011년 이후 추세적으로는 성장률이 올라가고 있으나 물가상승률은 떨어지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올 2분기 이후에는 성장률마저 떨어져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급부상중이다.
금융위기 이후 고용창출 등의 다른 목표를 동반 지향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태생적 목표(original target)가 물가안정에 있는 만큼 물가가 각국 통화정책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각국 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이 혼재돼 있어 통화정책 방향에 있어서 지난 6년간 유지돼온 동조화(synchronization) 추세가 깨질 위험이 높다.
각국 간 통화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금리차로 캐리자금 등 글로벌 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주가와 부동산 가격, 그리고 환율 등에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각국 통화정책 방향에 따라 변화가 나타나는 금융변수 움직임을 포착하느냐 여부에 따라 실물과 포트폴리오 투자에 있어서 수익률에 커다란 차이가 날 가능성이 높다.
선진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특히 미국은 거의 50년 만에 가장 낮은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 상승에 그쳤다. 이는 금융위기로 인해 경기침체가 극심했던 2009년을 제외하면 196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로 지역은 2013년 소비자물가가 1.3% 상승해 1999년 이후 가장 낮았는데 일부 유럽국가들에서는 물가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선진국 중 일본은 거의 유일하게 전년에 비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확대됐는데 2013년 중 0.4%에 불과했지만, 최근 4개월(4월∼7월)간 근원소비자 물가가 3%를 넘었다.
신흥국은 물가가 안정된 국가와 불안한 국가로 양분할 수 있는데 물가가 안정된 국가들로는 중국,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을 들 수 있다.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높기는 하지만 빠른 속도로 안정되고 있는 반면 브라질,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 남아공, 러시아의 소비자물가는 높다.
경기적인 측면에서 각국의 물가는 실제 GDP와 잠재 GDP 간의 격차인 GDP 갭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실제 GDP가 잠재 GDP를 웃돌아 플러스 수치가 나타나면 인플레이션 갭(inflation gap)으로 물가는 올라간다. 그 반대의 경우는 디플레이션 갭(deflation gap)으로 물가는 하락한다.
금융위기 전·후의 GDP갭과 물가상승률 추이를 보면 위기 직후 선진국에 급격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해 최근까지도 그 해소 과정이 지속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 정책이 시행됐으나 상대적으로 물가상승은 매우 완만하게 상승했으며 재정위기가 발생한 유로존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에 미달하는 등 디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져 왔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유로존의 경우 디플레이션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보였으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기록해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지속돼 왔다. 올해 2분기 들어서는 독일 경제마저 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의 상승 가능성이 다소 커졌으나 글로벌 경기회복세가 아직 완만하여 인플레이션율 상승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 하반기 이후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 △유가상승 △일부 신흥국의 물가상승 압력 지속 △글로벌 경기회복 전망 등으로 향후 글로벌 인플레이션율 상승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2011년 이후 올 1분기까지 추세적으로 성장률이 완만하게 회복되는 데도 불구하고 상승률은 떨어졌으나, 올 여름 휴가철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는 수요측면에서의 하방압력이 점차 완화되는 가운데 농축산물가격, 집세 등 공급요인이 상방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잭슨 홀 미팅 이후 금리인상론자(매파)와 저금리 유지론자(비둘기파) 간에 의견차를 보이는 금융현안 가운데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곳은 노동시장이다. 매파들은 이미 6%대 초반으로 떨어진 실업률 등이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보고 있는 반면, 비둘기파들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지만 5가지 노동시장 슬랙(slack·개선이 아주 느린 )지표1가 있다고 주장한다.
향후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 매파들은 임금인상률 확대로 높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비둘기파들은 임금상승률이 저조해 상당기간 안정세가 지속된다는 입장이다. 갈수록 논쟁이 심해지고 있는 자산거품에 대해 매파들은 거품으로 인한 금융불안이 우려되므로 통화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반면, 비둘기파들은 자산거품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며 금융불안은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Fed의 금리정책 운용방향과 관련해 매파와 비둘기파는 각국의 적정금리 산출방법을 근거로 다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매파들은 테일러 준칙(Taylor`s rule)을 따를 경우 현재 정책금리 0∼0.25%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빠른 시일 안에 적정금리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테일러 준칙을 개발한 존 테일러 스탠포드대 교수는 현재 미국의 적정금리 수준은 1.25%로 현 정책금리 수준보다 훨씬 높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비둘기파들은 여전히 불확실한 주택 부문과 노동시장의 5가지 슬랙 등 심각한 역풍(reverse spill over effect or headwinds)에 직면한 상황에서는 ‘최적통제준칙(optimal control rule)’에 따라 장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한다. 오히려 매파들이 적정금리 산출모델로 삼고 있는 ‘테일러 준칙’이나 ‘수정된 테일러 준칙(Modified Taylor Rule or Balanced Approach Rule)’은 정책금리가 금융위기 이후처럼 제로(0) 수준에 제약돼 있는 상황에서는 부적합하고 평가했다.
앞으로 앨런이 ‘최적통제준칙’에 따라 통화정책을 운용할 경우 ‘제로’ 금리를 바탕으로 초저금리 정책은 가능한 오랫동안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미국 경제학자 42명을 대상으로 정책금리 최초 인상 시점을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중 68.1%가 내년 2분기 이후에나 인상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뒤늦은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있지만 8월 금융통화회의에서 정책금리를 무려 15개월 만에 0.25% 포인트 인하했다. 온 국민이 바라는 ‘경제 살리기’에 통화정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시각에서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되나, 중요한 것은 어렵게 내린 만큼 의도했던 효과를 거둬야 한다는 점이다.
금리인하 효과를 거두기 위해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추가적으로 금리를 내리를 일이다. 8월 금융통화회의에서 한꺼번에 두 단계, 0.5% 포인트 내렸어야 했었다는 아쉬움과 함께 9월 회의에서는 한 차례 더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추가 금리인하 방안에 대해 의외로 빨리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책금리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계부채가 과다한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더라도 더 이상 차입할 여력이 없어 오로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 반대론자의 논거다. 003년 이후 가처분소득과 소비 간 상관관계를 추정해 보면 ‘0.9’ 이상 나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우리 내부적으로 일고 있는 정책금리 인하 효과에 대한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화정책 전달경로(transmission mechanism, 본원통화 공급 혹은 정책금리 인하→시장금리 하락→총수요 증대→성장률 제고)’에 대한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이때 통화정책 효과는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증가, 즉 탄력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케인즈언들은 ‘탄력적’으로 봐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다고 본 반면, 통화론자들은 ‘비탄력적’으로 봐 통화정책 효과가 무력화된다고 봤다.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탄력성은 경제발전 단계, 경제주체들의 캐쉬 플로우, 화폐 환상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달라진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경제발전이 미성숙 단계인 신흥국처럼 자금수요 초과상태에서 화폐 환상까지 있으면 ‘탄력적’으로, 그 반대의 경우는 ‘비탄력적’으로 나타난다.
이 때문에 통화정책 관할대상에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그린스펀 독트린’처럼 실물경제만 고려한다면 우리도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탄력도가 비탄력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버냉키 독트린’처럼 자산시장까지 포함시킬 경우 금리인하에 따른 총수요 직접증대 효과가 적더라도 주가와 부동산값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로 총수요 간접증대 효과는 의외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온라인 급진전에 따른 네트워킹 효과로 통화정책에 있어 심리적인 요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책수요층에게 확실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잃어버린 20년’이 우려될 정도로 우리 경체처럼 긴박한 상황일수록 금리를 내릴 때 한꺼번에 두 단계 이상(big step) 내리고, 일단 내리면 장기간 유지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