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슬로우비디오’ 독보적 순수함, 차태현 아님 누가 하나

입력 2014-09-18 17:37  


‘슬로우 비디오’가 첫 선을 보였다.

영화 ‘슬로우 비디오’는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보는 동체시력의 소유자 여장부(차태현 분)가 대한민국 CCTV 관제센터의 에이스가 되어 화면 속 주인공들을 향해 펼치는 수상한 미션을 그린 영화. ‘헬로우 고스트’(2010)에서 호흡을 맞춘 김영탁 감독과 배우 차태현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잔잔하고 따뜻한 영화로서 많은 기대를 얻었다.

김영탁 감독은 첫 상업영화 ‘헬로우 고스트’를 통해 귀신을 보는 평범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며 매우 보편적인 일상과 인물들에게 독특한 사연을 부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뜻한 감성으로 버무린 바 있다. 평범한 한 남자가 동체시력이라는 비범한 능력을 가진 뒤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점에서 ‘슬로우 비디오’는 전작과 비슷한 연장선상에 선다.

인물과 주변인들이 만들어가는 사건에 가까운 일상을 따뜻하게 보듬는 시선은 ‘슬로우 비디오’에서도 계속된다. 주로 범죄물에서 활용되는 CCTV를 통해, 남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혹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주류에서 벗어난 이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는 영화 내내 계속된다. 더욱이 여장부라는 캐릭터에게 부여된 동체시력이라는 설정은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무심코 놓치는 찰나의 소중함이나 세상을 느리게 바라보는 미덕에 대한 메시지를 선사한다.


그리고 이 모든 따뜻함과 순수한 세상에 대한 타당성은 배우 차태현의 몫으로 돌아간다. 차태현은 ‘엽기적인 그녀’, ‘바보’, ‘헬로우 고스트’ 등을 통해 보여주었던 배우 특유의 천진함과 순수함을 과감 없이 보여준다. 이는 누구보다 차태현의 매력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김영탁 감독의 진두지휘 아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발현한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선글라스를 쓴 채로 무표정한 얼굴로 활보하는 여장부라는 캐릭터가 변방에서 중심으로 오기까지, 그리고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고 지켜주고 싶은 한 여인을 만나기까지 서서히 변화하는 모습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적절하게 그려진다. 별다른 대사나 행동 없이 이를 해내기란 차태현 본인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그러나 차태현은 독특하기 그지없는 여장부라는 캐릭터에 공감대와 타당성을 부여했다. 물론 그의 곁에서 든든한 ‘측근’이 돼 주었던 남상미, 오달수, 김강현, 고창석, 정윤석 등의 탄탄한 베이스도 한 몫했을 것. 남상미 또한 자연스러운 매력을 극 속에서 십분 발휘했고 오달수는 코믹과 감동을 오가며 극의 중심을 잡았다. 김강현, 고창석, 정윤석, 진경 등 배우들 또한 소소한 재미를 선사하며 ‘슬로우 비디오’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해냈다.

오는 10월 2일 개봉. 106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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