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아시아의 최대 규모 영화축제인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2014)가 오는 2일부터 11일까지 해운대와 남포동 일대에서 개최된다.
전 세계 79개국에서 314편의 영화가 초청된 올해 영화제에는 중국 등 아시아권 화제작과 함께 칸-베를린-아카데미 등 국제영화제 수상, 초청작들이 풍성하게 차려졌다.
올해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황금시대><5일의 마중><화장><대통령> 등 네 작품을 비롯해 월드시네마 섹션에도 거장들의 신작이 대거 초청돼 그 어느 해보다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에서 소셜필름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가 부산국제영화제가 소개한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소개했던 영화제가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추천작으로 10편을 꼽았다.
1. `트라이브`
올해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 등 3관왕을 차지한 영화 <트라이브>는 BIFF 2014 플래시포워드 섹션에 소개된다.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출신 미로슬라브 슬라보슈비츠키 감독의 작품으로, 작품 전체를 수화로 진행하는 매우 실험적인 방식을 취했다.
농아특수학교에 들어간 주인공이 조직 안에 귀속됐다가 매춘부 일을 하는 안야와 사랑에 빠지면서 변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영국의 사회파 거장 켄 로치처럼 이 영화에서도 연기경험이 없는 비전문 배우들을 캐스팅해 연출했다고 하니 감독의 연출력에 주목해 볼만 하겠다.
2. `보이후드`
`한 명의 감독, 한 명의 아이, 12년 그리고 하나의 영화`라는 슬로건을 내건 영화 <보이후드>는 <비포 미드나잇> 등 시리즈를 연출하고 2014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장인정신이 빛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166분의 러닝타임에서 마치 아이의 성장 동영상을 찍듯 12년에 걸쳐 같은 배우들과 함께 촬영을 통해 소년의 성장기를 담아냈다.
BIFF 2014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돼 지난 달 23일, 온라인 예매 오픈이 열린 직후 5분만에 매진 사례를 기록하기도 한 영화는 여섯 살 꼬마 메이슨이 열여덟 살이 되는 12년 간 그와 그의 가족이 겪는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생과 일상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국내에도 10월 23일 개봉 예정.
3. `바다의 노래`
BIFF 2014 와이드앵글 섹션의 시네키즈 프로그램에 초청된 다섯 편 중 아일랜드에서 온 애니메이션 <바다의 노래>는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톰 무어 감독은 영화 <켈스의 비밀>로 2010년 미국 아카데미상 장편애니메이션상 후보에 오른 바 있으며 일본이나 헐리우드 애니메이션과 또 다른 정서를 전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엄마를 잃고 도시로 이사 온 남매가 평화로운 고향 섬으로 돌아가는 모험을 그려낸 2D 애니메이션으로, 바다표범과 인간의 형상을 넘나드는 셀키라는 아일랜드 전설 속의 신비로운 생명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아름다운 동화 애니메이션이다.
영화 <바다의 노래>는 가족이 오해를 풀어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내면서 가족애를 조명하면서 아일랜드 특유의 정서를 느끼게 해주는 2D 애니메이션의 매력을 실감케해줄 것으로 보인다.
4. `노벰버 맨`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로저 도널드슨 감독의 영화 <노벰버맨>은 5대 제임스 본드 피어스 브로스넌의 스파이 액션 복귀작이자 007시리즈 `퀀텀 오브 솔러스`에서 본드걸로 열연했던 올가 쿠릴렌코가 출연한 작품이다.
영화 <노벰버 맨>은 빌 그랜저의 인기 스파이 소설 ‘There Are No Spies’를 영화화 한 것으로 올가 쿠릴렌코는 극중 비밀을 간직한 여인 앨리스로 변신할 예정이다. 호주출신 배우 루크 브레이시는 극중 피터(피어스 브로스넌 분)와 대립하는 현직 최고의 CIA 요원 데이빗 역을 맡았다.
이 영화는 코드네임 ‘노벰버 맨’으로 불린 전직 CIA 요원 피터가 증인 보호 작전에 뛰어들면서 옛 제자와 전 세계 모든 스파이들의 타깃이 되면서 펼쳐지는 추격전을 그려냈다.
5.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
월드시네마 섹션에는 장 뤽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등과 함께 프랑스 누벨 바그(새로운 물결) 시네마의 거장인 알랭 레네 감독의 유작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도 꼭 봐야할 작품이다.
영화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친구를 위해 무대를 내어주는 극단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알랭 레네 감독은 이 영화로 올해 2월 베를린영화제 알프레드바우어상을 수상하고 한 달 만인 91세의 나이로 타계해 유작이 됐다.
이 작품은 흡사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문라이즈 킹덤>을 연출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세계를 떠올리는 동화적 영상미와 함께 연극 무대와 영화의 결합을 시도해 온 회화성이 돋보인다.
이달에 아트나인과 주한프랑스문화원이 공동으로 `시네프랑스-알랭 레네 오마쥬` 기획전에서 상영된 바 있다.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2012), 앙드레 바르드의 동명 오페레타를 원작으로 한 `입술은 안돼요`(2003), 감독의 장편 데뷔작 `히로시마 내사랑`(1959), 그리고 1980년대 대표작 `인생은소설이다`(1983) 등이다.
6. `리바이어던`
올해 BIFF 2014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또 한 편의 반가운 작품은 영화 <리바이어던>으로, 올해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의 작품이다.
이 영화는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 니콜라이가 자신의 집을 빼앗으려 하는 마을의 시장, 사회 권력과 맞서 싸우는 모습을 사실적이고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영국의 사회파 거장 켄 로치 감독의 `지미스 홀`, 임순례 감독의 영화 `제보자`와 함께 사회적 이슈를 조명하는 사실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듯 보인다.
올해에는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방문 예정인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장편 데뷔작 `리턴`(2003)으로 60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한 데 이어 후속작들도 칸-베니스영화제에 초청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은 단 네 편의 장편영화로 베니스에 이어 칸영화제 각본상과 주목할 만한시선 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세계적 거장으로 급부상한 작가이다.
7. `번식기`
영화 <번식기>는 BIFF 2014 아시아 영화의 창 섹션에 초청된 네 편의 베트남 영화 중 주목할 만한 작품으로, 아시아영화펀드의 지원을 받았다.
한 남자가 죽음에 임박해 혈통을 잇게 하려고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에게 작을 찾아주려고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 러브마켓에서 짝 찾기가 쉽지 않자 이 남자에겐 점차 광기가 드리우게 된다. 결국 딸을 희생시켜 혈통을 지키고자 하는 그의 강박이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오게 되는데..
프로그램에서는 베트남의 여류감독 킴퀴부이의 장편 데뷔작으로 가족주의를 중시하는 가부장적 강박의 극단을 시각화하면서 베트남적 전통과 신화적 세계를 영화적 현실과 혼합함으로써 독특하게 성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였다고 소개하고 있다.
8. `카프카의 굴`
영화 <카프카의 굴>은 프란츠 카프카의 미완 단편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독일 출신의 신예 조첸 알렉산더 프레덴크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BIFF 2014 플래시포워드섹션에 초청됐다.
프로그램에서는 인생의 모든 것을 얻은 한 남자가 요새와 같은 아파트 단지 내로 이사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는데, 영화의 주제와 직결되는 불안과 긴장을 끝까지 유지해 가는 힘이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황폐해지는 건물을 닮아 가는 인물을 잘 표현해 냈다고 소개하고 있다.
영화 `토이랜드`(2007)로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단편영화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는 조첸 알렉산더 프레덴트 감독은 훌륭한 구성과 영상미가 돋보이는 이 작품에서 감독은 황폐한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창의적으로 전달하는 듯 보인다.
9.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으로도 활약하게 될 배우 유지태의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는 <걸스카우트>, <심야의 FM>을 연출한 김상만 감독의 신작으로 `한국 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다.
이 영화는 오페라 가수의 실화를 바탕으로 가장 화려한 시절, 목소리를 잃게 된 천재 테너가 친구, 아내의 도움으로 역경을 딛고 일어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그려냈다.
영화 <타짜>, <세븐데이즈>, <감시자들>로 국내외 영화제에서 편집상을 수상한 실력파 편집감독 심민경이 영화 <심야의 FM>에 이어 편집을 맡았고, 영화 <말아톤>으로 대종상,청룡영화상서 음악상을 수상한 김준성 음악감독이 음악을 맡았으며 차예련과 일본배우 이세야 유스케가 함께 출연했다.
10. `맵 투 더 스타`
월드시네마 섹션을 찾은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작품 <맵 투 더 스타>도 관심가져 볼 만하다. 캐나다를 대표하는 거장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이번 작품은 헐리우드를 무대로 연예계의 숨겨진 이면을 파헤쳤다.
극중 하바나 역의 배우 줄리안 무어에게 올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작품으로, 줄리안 무어가 이 작품으로 내년도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예약했다는 평가도 얻고 있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과 사라 가돈이 감독의 전작 `코스모폴리스`에 이어 두번째로 호흡을 맞췄고 폭력의 미학가인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이 헐리우드 스타들이 겪는 불안, 우울 등을 심도있게 조명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