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부드럽고 자상할 것 같던 영원한 `오빠` 배우 정우성(41)이 나쁜 남자로 분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매력의 나쁜 남자가 아닌 정말 그냥 `나쁜 남자` 말이다. 드라마 `빠담빠담`(2011),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12) 등 다수의 작품에서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순정마초로 여심을 설레게 했던 그가 연기하는 옴므파탈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 제작 동물의 왕국)은 고전 `심청전`을 현대판으로 옮겨와 사랑과 욕망 그리고 집착의 관점에서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극 중 정우성은 욕망으로 인해 모든 걸 잃게 되는 `학규` 역을 맡았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던 정우성이지만 이번은 좀 더 특별하다. 이전까지 보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했기 때문. 그가 특별한 도전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템`이었다. 원작을 잘 비튼 신선한 소재가 그를 `확` 빠져들게 했다.
◆ "데뷔 20년 차, 이제는 풀어헤칠 때...이렇게 잘 했나 싶어"
`학규`는 정우성의 연기인생 중 첫 번째 나쁜 남자이자 상당히 난해한 캐릭터다. 정우성 역시 술, 여자, 도박에 빠져 욕망을 좇다 결국 모든 걸 잃으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학규`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작품을 보는 데 학규가 가장 문제더라. 정말 난해한 캐릭터다. 자기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고 그게 만족돼야 주변을 챙긴다. 술, 여자, 도박 등 끊임없이 쾌감이나 자극을 좇는다. 심리적으로 계속 자기를 자극하는 거다. 감독님도 학규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고, 그 맥락에서 나와 생각이 잘 맞았다. 배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관찰하고 내 안에서 학규를 끌어내려 하셨다. 소위 주고받는 게 잘 됐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정우성은 `학규`를 완벽히 소화했다. 타락한 한 남자의 모습에 맹인 연기까지 더해져 `메소드 연기`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극 초반 `학규`에게선 치명적 매력의 정우성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극 후반부로 갈수록 정우성은 사라지고 초라해진 `학규`만 남는다.
"촬영을 하며 일부러 몸 관리를 안 했다. 학규를 위해 굳이 운동할 필요가 없었다. `신의 한 수`(2014) 때 몸을 좀 만들어놔서 운동을 안 하니 자연히 왜소해졌다.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학규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반면 눈동자 연기에는 신경을 많이 썼다. 눈이 안 보이시는 분들의 특징이 있더라. 그런 걸 유심히 봤다. 그런데 문제가 눈을 신경쓰다보니 어느 순간 감정연기가 안되더라. 그래서 후반부에는 테크닉을 던져버리고 감정연기에 집중했다. 나중에 화면으로 내가 연기한 모습을 보고 `내가 이렇게 잘 했나`하며 놀라곤 했다.(웃음)"
`마담 뺑덕`에는 극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중견 배우들이 없었다. 정우성이 원톱으로 작품 내외를 온전히 이끌어가야 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맞다. 지난 작품들을 통해 많은 걸 습득, 채집해왔고 이제는 그걸 풀어헤칠 수 있는 경력이나 나이가 된 것 같다. 데뷔 20년차다. 이미 영화계에서 중심인 나이도 됐다. 그런 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다만 다른 배우들이 편하게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려고 신경을 쓰긴 했다. 연기 외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 "임필성 감독, 봉준호-박찬욱이 내 진가 알까봐 겁내"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17살의 나이차가 있는 상대배우 이솜과 농도 짙은 베드신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수위 높은 베드신이 어린 신인배우 이솜에게 분명 쉽지 않았을 것. 정우성은 그런 이솜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덕이(이솜)와의 스킨십이 많으니 힘들어 하더라. 거의 베드신이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이솜이 긴장해 손을 바들바들 떨더라.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손을 꼭 잡고 함께 세트장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무슨 얘기를 해줄 수가 없어서 `편하게 숨 쉬어라`라고 말하며 다독였다. 그 근성이 정말 예쁘더라.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받쳐주고 싶었다."
`마담 뺑덕`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다. 거기에 진한 베드신까지 더해지니 촬영장 분위기가 마냥 화기애애할 수는 없었을 터. 하지만 그 안에서의 치열함이 작품에는 큰 도움이 됐단다. "분위기를 극에 담기 위해서 마냥 즐거울 순 없었다. 웃으며 농담을 해도 촬영장 분위기는 치열했다. 학규와 덕이(이솜)가 감정을 이어가는 베드신을 촬영할 때는 특히 그랬다. 처음부터 예쁜 사랑의 베드신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연출하면 구태의연한 베드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절대적으로 감정적이고 과감하게 했다. 비주얼적인 미학을 던지고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짜네?`라는 느낌이 들게끔 리얼함을 베이스로 했다. 정사신을 촬영하며 나는 눈 흰자위가 보이고, 감독님은 계속 이솜에게 `이솜 씨 더 가도 괜찮겠어?`라고 이야기하고... 정말 치열했다."
`마담 뺑덕`은 사실 대중적인 장르의 영화가 아니다. 정우성 역시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무겁고 우울한, 이런 쌓이는 느낌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인데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임필성 감독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작품에 아주 적당한 색을 입힌 것 같다. 지금 임필성 감독이 두려워하고 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나의 진가를 발견할까봐.(웃음)"(사진=영화 `마담 뺑덕` 스틸컷)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
영화 `마담 뺑덕`(감독 임필성, 제작 동물의 왕국)은 고전 `심청전`을 현대판으로 옮겨와 사랑과 욕망 그리고 집착의 관점에서 파격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극 중 정우성은 욕망으로 인해 모든 걸 잃게 되는 `학규` 역을 맡았다. 그간 다수의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던 정우성이지만 이번은 좀 더 특별하다. 이전까지 보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했기 때문. 그가 특별한 도전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아이템`이었다. 원작을 잘 비튼 신선한 소재가 그를 `확` 빠져들게 했다.
◆ "데뷔 20년 차, 이제는 풀어헤칠 때...이렇게 잘 했나 싶어"
`학규`는 정우성의 연기인생 중 첫 번째 나쁜 남자이자 상당히 난해한 캐릭터다. 정우성 역시 술, 여자, 도박에 빠져 욕망을 좇다 결국 모든 걸 잃으며 나락으로 떨어지는 `학규`를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작품을 보는 데 학규가 가장 문제더라. 정말 난해한 캐릭터다. 자기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고 그게 만족돼야 주변을 챙긴다. 술, 여자, 도박 등 끊임없이 쾌감이나 자극을 좇는다. 심리적으로 계속 자기를 자극하는 거다. 감독님도 학규 캐릭터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셨고, 그 맥락에서 나와 생각이 잘 맞았다. 배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끊임없이 관찰하고 내 안에서 학규를 끌어내려 하셨다. 소위 주고받는 게 잘 됐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정우성은 `학규`를 완벽히 소화했다. 타락한 한 남자의 모습에 맹인 연기까지 더해져 `메소드 연기`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극 초반 `학규`에게선 치명적 매력의 정우성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극 후반부로 갈수록 정우성은 사라지고 초라해진 `학규`만 남는다.
"촬영을 하며 일부러 몸 관리를 안 했다. 학규를 위해 굳이 운동할 필요가 없었다. `신의 한 수`(2014) 때 몸을 좀 만들어놔서 운동을 안 하니 자연히 왜소해졌다.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학규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다. 반면 눈동자 연기에는 신경을 많이 썼다. 눈이 안 보이시는 분들의 특징이 있더라. 그런 걸 유심히 봤다. 그런데 문제가 눈을 신경쓰다보니 어느 순간 감정연기가 안되더라. 그래서 후반부에는 테크닉을 던져버리고 감정연기에 집중했다. 나중에 화면으로 내가 연기한 모습을 보고 `내가 이렇게 잘 했나`하며 놀라곤 했다.(웃음)"
`마담 뺑덕`에는 극의 중심을 잡아줄 만한 중견 배우들이 없었다. 정우성이 원톱으로 작품 내외를 온전히 이끌어가야 했다. 그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맞다. 지난 작품들을 통해 많은 걸 습득, 채집해왔고 이제는 그걸 풀어헤칠 수 있는 경력이나 나이가 된 것 같다. 데뷔 20년차다. 이미 영화계에서 중심인 나이도 됐다. 그런 거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다. 다만 다른 배우들이 편하게 캐릭터에 대해 고민하고 집중할 수 있게 해주려고 신경을 쓰긴 했다. 연기 외적으로 부담스러운 부분은 없었다."
◆ "임필성 감독, 봉준호-박찬욱이 내 진가 알까봐 겁내"
정우성은 이번 작품에서 17살의 나이차가 있는 상대배우 이솜과 농도 짙은 베드신을 보여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수위 높은 베드신이 어린 신인배우 이솜에게 분명 쉽지 않았을 것. 정우성은 그런 이솜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아무래도 덕이(이솜)와의 스킨십이 많으니 힘들어 하더라. 거의 베드신이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이솜이 긴장해 손을 바들바들 떨더라. 그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그래서 손을 꼭 잡고 함께 세트장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무슨 얘기를 해줄 수가 없어서 `편하게 숨 쉬어라`라고 말하며 다독였다. 그 근성이 정말 예쁘더라. 연기를 잘 할 수 있게 받쳐주고 싶었다."
`마담 뺑덕`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다. 거기에 진한 베드신까지 더해지니 촬영장 분위기가 마냥 화기애애할 수는 없었을 터. 하지만 그 안에서의 치열함이 작품에는 큰 도움이 됐단다. "분위기를 극에 담기 위해서 마냥 즐거울 순 없었다. 웃으며 농담을 해도 촬영장 분위기는 치열했다. 학규와 덕이(이솜)가 감정을 이어가는 베드신을 촬영할 때는 특히 그랬다. 처음부터 예쁜 사랑의 베드신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연출하면 구태의연한 베드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아서 절대적으로 감정적이고 과감하게 했다. 비주얼적인 미학을 던지고 보는 이로 하여금 `진짜네?`라는 느낌이 들게끔 리얼함을 베이스로 했다. 정사신을 촬영하며 나는 눈 흰자위가 보이고, 감독님은 계속 이솜에게 `이솜 씨 더 가도 괜찮겠어?`라고 이야기하고... 정말 치열했다."
`마담 뺑덕`은 사실 대중적인 장르의 영화가 아니다. 정우성 역시 이런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단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실 무겁고 우울한, 이런 쌓이는 느낌의 작품을 좋아하지 않았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인데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임필성 감독이 가진 특유의 분위기가 작품에 아주 적당한 색을 입힌 것 같다. 지금 임필성 감독이 두려워하고 있다. 봉준호, 박찬욱 감독이 나의 진가를 발견할까봐.(웃음)"(사진=영화 `마담 뺑덕` 스틸컷)
한국경제TV 박선미 기자
meili@blu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