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백야’ 박하나, 산으로 가는 캐릭터…이걸 어쩌나

입력 2014-10-15 09:49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의 향연이다.

급변하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인간이라지만 맥락 없이 이어지는 감정의 진폭은 다중인격체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의 백야(박하나 분)는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전혀 일으키지 않은 모습으로 연방 드라마의 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4일 방송된 MBC ‘압구정 백야’에서는 6회에서는 백야의 알 수 없는 감정과 행동들이 그려졌다. 앞서 올케인 효경(금단비 분)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백야는 뜬금없이 노래방에서 “언니를 호강시켜주겠다”고 울먹이며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는 효경을 기어코 미용실로 데려가, 오빠가 자주 매만지던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게 종용하는 강압적인 모습을 보였다.

짧아진 단발에 쾌재를 부르는 백야와 달리 효경은 시름에 빠졌지만 달라진 부인의 모습을 본 영준(심형탁 분)이 “어떻게 머리 하나 잘랐다고 소녀가 돼? 얼굴만 보면 10대야. 청순하고 깜찍해”라며 칭찬을 했고 다시 화기애애하진 모습을 지켜본 백야는 일부러 접시를 깨뜨리는 등 두 사람 사이의 방해공작을 서슴지 않았다.

백야에게 혈육이란 커다란 의미로 작용하는 듯 보인다. 도로 위에서 낯선 이와 시비가 붙은 상황에서 “애미 애비도 없냐”는 말에 흥분해서 달라 들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엄마가 죽었다고 믿고 있는 백야에게 유일한 혈육인 영준에 대한 마음이 남다르겠으나 독점에 대한 질투와 집착이 여동생의 그것을 뛰어넘는 모습이다. 마치 연적을 대하 듯 효경을 괴롭히는 백야의 모습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불편함을 자아내는 것 또한 당연한 이치다.

백야의 알 수 없는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무엄(송원근 분)과 여러 번 우연히 만난 바 있는 백야는 치과에서 또 다시 그와 마주쳤다. 무엄은 “벌써 몇 번째 만나는 거냐”며 “점이나 보러 가자”고 황당한 제안을 했고 백야는 그를 따라나섰다. 그러나 철학관에서 백야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무엄을 짝사랑하고 있는 친구 선지(백옥담 분)의 이름을 얘기했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은 행동이었다.

백야는 드라마의 타이틀 롤이자 수많은 인물들과 엮이며 사건을 만들어나갈 중요한 인물이다. 그러나 초반부터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쓸데없는 논란과 군더더기만 불어나고 있을 뿐이다. 공감할 수 없는 백야의 만행에 시청률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시청자와의 동화와 공감이 필요한 드라마에서, 산으로 간 백야의 캐릭터를 확고하게 붙드는 것이 ‘압구정 백야’가 지금 해야할 중요한 일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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