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국민연금이 불안하다' 1탄> 해외주식 운용 '낙제'…수익률 잠식

김종학 기자

입력 2014-10-16 17:18   수정 2014-10-17 13:57

[한국경제 이슈N]

<앵커>
자산 452조원, 세계 3대 연기금으로 성장한 국민연금이 운용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는 오늘부터 기획시리즈로 국민의 노후 생활 자금인 국민연금 운용 실태 점검에 들어갑니다.

우선 수익률 문제입니다.

수년째 세계 연기금 가운데 수익률이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데, 해외 주식운용 부진에 원인이 있었습니다.

김종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국민연금이 지난해 기금운용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최근 10년간 수익률 현황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08년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수익을 남겨왔지만 2012년 이후 전체 수익률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연기금이 10%에서 많게는 20%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는데, 국민연금은 6.9%와 4.2%로 수익률 최하위권에 그쳤습니다.

국민연금 수익률 하락은 주식운용 부문에서 두드러집니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운용수익률은 3년 평균 0%대로 벤치마크인 코스피를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해외주식 투자는 사정이 더 심각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노르웨이, 일본 등 해외 연기금이 40% 손실을 입을 때 국민연금은 60% 손실을 입었고, 이후 수익률 회복과정에서도 해외 연기금보다 10%포인트 낮은 성적에 그쳤습니다.

<전화 인터뷰> 양재진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수익률 올릴 수 있는게 주식에 대한 투자라든지, 부동산 등으로 채권 외의 다른 쪽에 투자를 하는 건데... 우리가 해외투자하는 거랑.. 미국이 안방에서... 이런저런 정보속에서 투자하는 거랑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어서...

안정성에만 치우친 국민연금의 자산배분 구조도 수익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국민연금은 올해 7월말 기준 채권에 59%, 주식에 31%의 자산을 투자하고 있는데, 캐나다연금기금과 노르웨이연금기금은 자산의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해 초저금리 여건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습니다.

<전화 인터뷰> 국민연금 관계자
"중장기 계획에 나와 있기 때문에 2019년 말까지 투자할 수 있는 비중을 정해놨다. 채권은 60% 미만, 국내 주식은 20% 이상으로 한다. 이런 조건을 정하면 그 근처에서 맞추도록 노력은 하는데..."

국민연금은 2008년과 2010년 금융위기 때마다 높은 채권 투자 비중을 바탕으로 손실을 줄여왔습니다.

그러나 국내 주식시장의 유례없는 부진과 해외 투자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국민연금은 수익률 하락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함께 좀 더 자세 내용 짚어보겠습니다.

증권팀 김종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로 낮은 건가요?

<기자>
지난해 국민연금 수익률은 4.2%인데.. 같은 기간 일본 공적연금이 8.6% 기록했고.. 세계 3위 연기금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네덜란드 ABP가 6.2%를 기록했습니다.

가장 수익률이 높은 연기금은 미국 캘퍼스로 18.4%, 캐나다연금기금이 16.5%로 국민연금의 4배가 넘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국민연금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 등 10년간 주요 연기금 연차보고서를 살펴봤더니 전반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중하위권을 맴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연금의 운용원칙에 안정성, 수익성, 공공성 등 5가지 지표가 있습니다.

여러 운용원칙이 있기 때문에 수익률만으로 단순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금융위기 이후 전반적으로 기금운용 수익률이 하락하는 추세라는 점, 최근 수익률이 다른 연기금보다 부진한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습니다.

<앵커>
다른 연기금과의 수익률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 건가요?

<기자>
크게 두 가지입니다.

리포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채권 비중이 너무 높고.. 그렇다고 주식 운용에서 성과가 그리 높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국민연금의 채권투자 비중은 현재 60%에 달한다.. 중장기적으로 이를 낮출 계획이지만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참고로 이웃나라 일본도 채권 비중이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4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건 채권 비중이 높은 두 나라 수익률이 아주 높지도 않고.. 금융위기같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손실폭이 작았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수익률이 높은 캐나다, 미국 등의 연기금은 채권 비중은 매우 작고, 주식이 60%에 달합니다.

주식 비중이 높다보니..리스크가 커서 캘퍼스는 금융위기 당시 주식투자 손실로 1/3 정도 자산이 줄어들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기금 설립 이후 1, 2위에 해당하는 수익률을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건 어떤 의미냐하면.. 연기금의 성향 차이라고 봐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연금의 실질적인 수급자.. 국민들이 최대한 장기간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은 같습니다.

그런데 안정성에 무게 중심을 두고 운영하느냐.. 수익성을 우선으로 보느냐의 차이가 10년간의 수익률 차이로 나타납니다.

문제는 우리 국민연금은 채권으로 극단적인 손실을 막고 있지만.. 국내 주식, 해외주식 등 주식운용에선 상대적으로 부진한 성과를 냈다는 점입니다.

주식 운용을 잘해서 채권에만 의지하는 지금보다 높은 성과, 수익률을 낼 수 있는데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앵커>
국민연금의 주식운용 성적은 실제 어떤가요?

<기자>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운용 성과는 2011년 -10%, 이듬해 10%.. 지난해 2.9%로.. 3년 평균을 내면 벤치마크인 코스피를 겨우 따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해외주식은 캐나다, 미국, 일본 등 비교 대상 국가를 좀처럼 따라가지 못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금융위기 전후 시기입니다.

당시 국민연금은 해외주식에서 60% 가까운 손실을 입었는데, 노르웨이 연기금은 -40.7%, 일본은 -43.2%로 상대적으로 하락율이 낮았습니다.

그런데 위기 이후 반등폭은 26%로 노르웨이나 일본이 30~40% 수준을 기록한 것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수익률이 하락할 때는 다른 연기금보다 더 손실을 입고, 회복 국면에서는 뒤처지고 있습니다.

<앵커>
국민연금도 중장기적으로 주식, 특히 해외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대안을 찾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기자>
근본적으로 리포트에서 지적한 것 처럼 다른 나라 연기금보다 해외 자산에 대한 정보력도 부족합니다.

당연히 해외 사무소에 나가있는 인력을 늘리고, 정보 수집을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5%가 넘고.. 주로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담고 있다보니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졌습니다.

앞으로 30년 후 연금 자산이 최대 2천500조원이 넘게 되는데 해외 주식, 대체투자를 확대할 수 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해외주식투자 늘리고, 해외 사무소도 지금 2곳에 불과한 것을 연내 1곳 더 추가하는 방안 두고 고심 중입니다.

여기에 전세계적으로 저금리 여파 등으로 대체투자 각광인데, 수익률 확보 차원에서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도 늘리겠다는 방침입니다.

이미 필요한 일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노후 자금의 하나인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신뢰가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앵커>
자산이 450조원, 거대 기금인 만큼 그에 맞는 책임, 특히 수익성, 안정성 다 놓치지 않는 전략 고민할 시점이다. 증권팀 김종학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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