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부터 나쁜녀석들까지…케이블 활개에, 지상파 곡소리

입력 2014-10-20 11:25   수정 2014-10-20 13:11


바야흐로 케이블 드라마 전성시대다.

가족드라마 혹은 멜로드라마로 양분화 되는 듯 했던 국내드라마들이 최근 들어 다양한 양상을 띠기 시작했다. 케이블 드라마가 활성화되면서부터 본격화된 셈이다. 소재나 설정 등 제약이 많은 지상파의 틀을 벗어난 케이블 드라마는 다양성을 주 무기로 도전과 실험을 계속해나갔다. 그 결과 다양하고도 두터운 연령층의 시청자를 구축했으며 화제성 면에서는 결코 지상파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가장 뜨겁게 떠오는 케이블 신작 3개 작품은 tvN 금토드라마 ‘미생’과 새 월화드라마 ‘라이어게임’, OCN 토요드라마 ‘나쁜 녀석들’이다. 배우들은 물론 장르도 다양하다. 임시완 주연의 ‘미생’은 고되고 아픈 청춘을 이야기한다. 피 튀기는 스펙 전쟁 속에서 노력의 질과 양을 증명하기 위한 장그래(임시완 분)의 고군분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청년과 직장인들에게 묘한 울림과 짠한 연민을 선사한다. 판타지는 쏙 뺀 날 것 그대로의 현실 속에서 장그래와 시청자들의 공감대는 그 어떤 작품보다 유기적이다.

OCN ‘나쁜 녀석들’은 국내 명작이라 손꼽히는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는 듯한 몰입도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나쁜 놈들을 때려잡는 나쁜 녀석들이라는 카피는 시청자들의 말초신경을 자극시키며 여기에 김상중, 마동석, 박해진, 조동혁 등 연기파 드림팀은 기대감을 배가시킨다. 오늘(20일) 첫 방송되는 ‘라이어게임’은 일본의 동명의 원작만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최고의 두뇌·심리 게임을 펼칠 예정이다. 장르의 색이 짙은 드라마가 인기를 얻는 가운데, ‘라이어게임’은 더할 나위 없이 ‘마니아층을’ 매혹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도 소현세자와 달타냥의 서사를 접목, 픽션과 현실을 재조합한 tvN ‘삼총사’나 살인마X와의 대결로 거듭되는 반전드라마 OCN ‘리셋’ 등도 탄탄한 마니아층을 구축했다. 멜로 또한 케이블에 입성하면 평범해지지 않는 모양새다. 연상연하 커플의 농도 짙은 연애드라마 ‘마녀의 연애’와 이혼남녀의 실상과 판타지를 그린 ‘이혼남녀’, 호텔을 배경으로 러브스토리와 살인사건을 담아낸 ‘마이 시크릿 호텔’ 등까지 케이블에선 장르적 혼합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늘 비슷한 양상을 띠는 지상파 고정 시청자들이 케이블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상파 또한 소재로부터 조금씩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가족드라마, 멜로드라마 혹은 사극장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소극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시청률 또한 자연스럽게 하향평준화에 맞춰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파워가 빛을 발하는 주말드라마는 비교적 안정적 시청률을 확보하고 있으나, 고정 시청층이 없는 평일 10시대 드라마 시청률은 처참하다. 공중파 3사의 수목극은 10% 미만의 시청률을 서로 나눠먹고 있는 형국이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희비쌍곡선은 이미 예견돼 있던 일이다. 한 방송 관계자 또한 “케이블드라마로 추세가 기울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지상파에서 오랫동안 관습화됐던 드라마의 틀을 완전히 깰 수는 없다는 게 지상파드라마의 딜레마다. 지상파 또한 조금씩 진화하고 있지만 케이블드라마를 기대하는 고정시청자들은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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