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경제 논란에 빠져있는 5만원권의 환수율이 발행 첫해를 빼고는 처음으로 지난 3분기에 10%대로 떨어졌다.
3분기 환수율은 19.9%다. 이 기간에 한국은행 금고에서 빠져나와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이 1천장이라면 한은에 돌아온 5만원권은 약 199장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또 대형마트·백화점이 발행한 액면가 30만원 이상의 고액 상품권이 1년새 2배로 불어나 지하경제에 악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7∼9월 발행된 5만원권은 4조9천410억원에 달했지만 환수된 5만원권은 9천820억원으로 환수율이 19.9%에 그쳤다.
분기 환수율이 이보다 낮은 적은 2009년 6월 첫 발행 이후 그해 2분기(0.1%)와 3분기(1.1%)를 빼고는 없다.
2009년 4분기만 해도 24.7%로 높아졌으며 새 화폐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2012년 4분기에는 86.7%까지 상승했다.
5만원권의 환수율 하락이 지하경제와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는 의견은 계속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한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박덕흠 의원은 "개인이나 회사가 현금 형태로 재산을 보유하거나 세금을 피하기 위한 현금거래를 늘리는 것"이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은 5만원권에 대한 관리 강화 방안으로 화폐에 제조연도를 표시할 것을 제안,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서 "검토해보겠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한은은 5만원권을 둘러싼 지하경제 논란이 거세자 올해 처음으로 일반인과 기업을 상대로 화폐 수요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여 연내 공표할 방침이다.
김준태 한은 발권정책팀장은 "5만원권 등 화폐의 거래 및 보유 목적을 조사해 오는 12월께 첫 서베이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5만원권은 정부가 지하경제의 양성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운 작년부터 환수율이 급락,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탈세 등 지하경제 수요를 오히려 늘린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돼 왔지만 정확한 원인 분석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한은은 저금리 시대를 맞아 현금 보유성향이 상승한 점 등도 5만원권의 환수율 하락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연도별 환수율은 5만원권 발행 첫해인 2009년 7.3%에서 2010년 41.4%, 2011년 59.7%, 2012년 61.7%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다가 지난해 48.6%로 뚝 떨어졌으며 올들어서는 24.4%에 불과한 실정이다.
5만원권 환수율이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마트·백화점의 고액상품권 발행량은 1년 새 2배로 불어난 점도 지하경제가 확대되는 신호일 수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유통사의 위탁을 받아 찍어낸 30만원·50만원권 상품권은 478만장으로 1년 전(227만장)보다 110.6% 증가했다.
액면가 50만원의 상품권은 2009년만 해도 연간 42만1천장이 발행됐지만, 지난해에는 365만4천만장으로 늘었다. 4년만에 9배 가까이로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에 5만원권 상품권 발행량이 2.1배로, 10만원권은 2.0배로 각각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50만원권은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