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감정이 나를 미치게 할 때] 4편.

입력 2014-11-14 09:30  

<엔터테인먼트위클리Entertainment Weekly> ‘EW.com’의 편집장 신디 스티버스(Cyndi Stivers)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서류로만 보면 스티버스와 나는 상황이 비슷하다. 둘 다 1970년대 말에 직장 생활을 시작했고, 여자들이 노동인구에 진입하는 현대사회의 두 번째 거대한 흐름을 탔고, 둘 다 미디어 산업의 여러 분야에서 일해봤다. 하지만 우리의 행동 양식은 크게 달랐다.


나는 진심으로 나 자신이 평온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지만 알고 보면 겉으로 침착한 척하려고 늘 전전긍긍한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항상 내 살갗의 바로 밑에서 흐르고 있다. 개인의 희생에 관한 이야기를 읽거나, 심지어 인류애를 찬양하는 달달한 텔레비전 광고만 봐도 종종 눈물이 차오른다. 브레인스토밍 시간에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르거나 부하 직원 하나가 특출하게 일을 잘하면 나는 눈에 띄게 흥분한다. 이런 것들이 내게는 유용한 자질이다. 덕분에 나는 남에게 공감할 줄 알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예민하고 솔직한 성향을 뒤집어 생각해볼 수도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일이나 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고, 매사 노심초사하는 성격 때문에 일상에서 피할 수 없는 자잘한 문제들에 불안해한다. 상처받기 쉬운 예민한 성격 때문에 능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예민한 감성은 어디까지가 가장 적절한 수준일까? 그것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나는 원래 예민하게 태어난 사람이고, 그 자체로는 장점도 단점도 아니다. 그저 나라는 사람의 일부일 뿐이다.


내가 기업의 간부로서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던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이제 와 드는 생각이지만, 내 예민한 성격이 직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나약하거나 열등한 부분이기 때문에 깨부수거나 정복해야 한다고 믿었다는 점이다. 결국 나는 15년간 윗자리로 올라가면서, 직장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한 대로 ‘남자처럼 허세를 부리다’ 끝도 없이 심해지기만 하는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내게는 ‘간부처럼 행동하는 일’이 업무 자체보다 어렵게 느껴졌다. MTV 네트워크는 지극히 외향적이고 지칠 줄 모르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마시고 놀면서, ‘우리가 가는 길이 곧 법이 된다’고 큰소리치는 카우보이들이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낼수록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공간이었다.


그 안에 들어갈 때마다 나도 왠지 결의에 찬 표정을 지어야만 할 것 같았다. 나는 말도 거칠게 하고 술도 잘 들이켜는 간부로서의 가면을 만들어 썼다. 억지로 남자처럼 행동하려고 꾸며낸 것이다.


반면에 EW의 신디는 아주 다양한 업무 환경을 유유히 헤쳐나가며 늘 차분한 모습이었고, 나처럼 치욕적인 순간을 곱씹으며 괴로워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 모르긴 몰라도 신디 역시 누구 못지않게 매우 높은 수준의 불안을 감당해야 할 텐데, 내 눈에는 웬만해선 흔들리지 않는 전형적인 간부로 보였다. 내가 개인적인 성격과 직장에서의 성격이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신디는 개인 생활의 자아와 직장 생활의 자아를 한데 묶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직장에서든 파티에서든 신디는 쾌활한 겉모습에 걸맞는 긍정적인 태도를 퍼트렸다. 내가 원래부터 예민한 성격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신디는 “저는 천성이 명랑해요”라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타고난 밝은 성격을 유리한 기회로 삼았다.


“저는 남들에게 없는 강단과 회복탄력성을 타고났어요. 웬만해선 울지 않아요.”


나와 다른 면을 가진 신디의 대답이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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