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기업의 추격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산업정책과 기업경영전략 패러다임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 www.keri.org)이 27일 한국경제학회·산업연구원과 공동으로 `중국의 추격과 한국 제조업의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같이 진단했습니다.
김정식 한국경제학회장은 인사말에서 “조선, 철강, 석유화학산업 등에서 경쟁력 약화가 가시화되고 있고 최근 전자산업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속도를 내고 있다”며,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세미나 개최배경을 설명했습니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서비스산업에서 성장동력을 찾는 것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제조업마저 엔저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일본과 기술력을 높여 추격하는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형국”이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리경제가 저성장을 탈피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을 인용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하락속도도 가장 빠르고 2040년 경에는 OECD 회원국 최하위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저성장의 고착화 요인 중 하나로 기술경쟁력 저하에 따른 제조업의 위축 가능성을 꼽았습니다.
우리 기술수준은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77.8 수준에 불과하며, 과학기술 경쟁력도 미국에 4.7년 뒤지고 중국에는 1.9년 정도만 앞서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기업들이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는 추세인 데다가 중국은 기술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실정이어서 수출시장을 중·일 기업이 급속하게 잠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백윤석 카이스트 교수는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따라잡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백 교수는 UN국제제조업경쟁력지수를 인용해 2000년에 한국과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 순위는 11계단 차이를 보였지만 10년 만에 불과 3계단 차이로 좁혀진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2000년대 전반기에는 한국이 중국특수로 수요 측면에서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렸지만, 2006년 이후 후반기에는 중국 내 투자확대를 발판으로 중국기업의 경쟁력이 급상승했다는 분석입니다.
백 교수는 "우리기업의 경쟁력이 강한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경우 개방형 기술생태계에서 제품주기가 짧고 경쟁이 치열해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 "따라서 단순히 ICT 분야의 개별기술 개발보다는 예컨대 ICT 산업과 의료 분야 등 기술·산업 간 융합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핵심고객을 중국으로 상정하고 기술개발을 하다 보니 중국시장에 편향된 추가기능 개발만 이뤄지고 범용의 ‘파괴적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 이후 산업주도권 추격 구심점이 될 대안 국가들로의 기술이전과 직접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에 대한 중국의 기업신화 드라이브 정책처럼 우리 정부도 새로운 신화에 도전하는 중소창업기업인과 스타전문경영인들을 발굴해 지원하는 심리적 산업정책을 펼 것”을 주문했습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이근 서울대 교수는 산업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업 인수합병(M&A)을 제안했습니다.
이 교수는 "잠재적 위협이 될 만한 기술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신생기업을 일찍 인수해 잠재적 위협요인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