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공사, 빚 청산에서 도시재생 '선회'?

입력 2014-11-06 17:16  

<앵커> 최근 SH공사 사장에 변창흠 세종대 교수가 내정됐는데요,
이를 두고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관리 강화로 부채 감축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엄수영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줄곧 강화돼 온 도시재생사업에 SH공사까지 본격적으로 참여시켜 속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인데, 최근 SH공사 사장 내정자, 어떤 인물인가요?

<기자> 지난 8월 이종수 전 사장이 사퇴한 뒤 2개월 간 공석이었던 SH공사 신임 사장에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가 내정됐습니다.

변 내정자는 박원순 시장이 무소속 후보였던 선거 캠프부터 정책자문단으로 활약했습니다.

2011년 박 시장이 서울시장에 취임한 이후부터 서울시 부동산 분야의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핵심 브레인을 담당해왔습니다.

현대건설에서 30여년간 기획·관리·재무 등을 거친 건설업계 대표 `기획통`이었던 이종수 전 사장과 사뭇 대조되는 인사입니다.

<인터뷰> 박원순 서울특별시장 (지난 달 취임100일 간담회)
"서울시가 당면한 가장 큰 2개의 화두인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과 그것을 효율적으로 잘 관리해서 이 분들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 그리고 도시 재생을 통해서 서울시가 새로운 도시의 활력, 경쟁력을 갖는 이 2가지에 맞는 분을 모실 생각입니다."

변 내정자의 성향은 `진보` 인사입니다.

대규모 뉴타운과 같은 전면 철거 방식보다는 주거복지를 줄곧 외쳐왔는데요.

이 때문에 그 동안 박 시장이 강조해 온 도시재생·임대주택 분야에서도 코드가 맞는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박원순 시장 정책 기조에 맞는 주거복지 전문가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코드 인사라고 볼 수 있겠군요.

그런데 SH공사는 부채문제가 가장 시급하지 않나요?

<기자> 서울시 산하 주요 5개 공기업 부채가 23조 2천906억원인데, 이 가운데 SH공사가 18조 7천581억원입니다.

전체의 80.5%입니다.

서울 뿐 아니라 SH공사는 지방공기업 26곳 가운데 부채규모가 가장 큽니다.

부채 중 이자부담이 있는 채무는 감축했지만 전체 부채는 계속해서 증가 추세입니다.

실제로 전임 이종수 사장의 경우 현대건설 사장 경력이 있는 전문 경영인임에도 불구하고 임기만료 8개월을 남기고 SH공사를 떠났습니다.

박원순 시장과 부채감축안, 임대주택 공급과 관련해 의견을 달리해왔다고 알려졌는데요,

변창흠 내정자의 경우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정책 추진을 위한 전문가이긴 하지만 경영정상화를 위한 적임자인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부채문제 해결도 중요할 것 같은데 상황이 좋아질까요?

<기자>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높습니다.

SH공사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임대보증금입니다.

임대주택을 확대 공급하면 할수록 부채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박원순 시장은 1기에 이어 이번 2기에도 임대주택 8만호를 추가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SH공사 관계자
"임대사업 규모를 키우면 적자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임대사업 자체가 수익이 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서울시 통제가 굉장히 심하다. 임대료를 올리려고 해도 선출직인 시장이 임대료를 올리면 좋을 게 없으니 못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임대주택의 적자를 메우기 위한 사업으로 도시재생은 그만큼 수익성이 나올지 의문이라는 점입니다.

도시재생은 대규모 개발이 아닌 기존 마을의 낙후된 기반시설을 확보하고, 주택 정비와 마을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소규모 사업입니다.

바로 박원순 시장의 2기 핵심 부동산정책이기도 합니다.

<인터뷰> SH공사 관계자
"향후에 할 수 있는 사업 자체가 서울시 땅이 제한돼있다 보니 서울시내에서 그동안 늘어왔던 공사들, 택지매각 등 아파트 분양에서 신규 사업이 거의 물량이 없을 거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임대사업 적자 보전사업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이 도시재생사업이다.
마곡지구와 위례지구 아파트 조성 끝나고 매각도 끝나는 시점이 2017년, 2018년으로 보고있는데, 그 단계에 가면 새로운 먹거리를 못찾으면 임대사업 적자를 못채우면 예전처럼 적자구조가 되는 것이다."

지난 MB정부 때 국토부 산하 공기업들의 부채가 5년간 112조 674억원이 증가했습니다.

바로 선거 공약 때문이었는데요.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사업을 떠맡은 한국수자원공사와 공급 목표 달성에만 매달렸던 보금자리주택 사업의 LH는 엄청난 부채만 떠안았습니다.

자칫 박원순 시장 2기가 출범하면서 `도시재생`과 임대주택 공급이라는 선거 공약에 SH공사가 볼모로 잡혀 경영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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