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근로가치 무시하는 대학들 ‘백태’

이근형 기자

입력 2014-11-07 16:36  

<기자> 대학에서 청소용역을 하는 근로자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근로자를 키워내는 대학들의 근로자 인권유린 백태를 알아봤습니다.

<앵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환경개선을 위해 힘쓰고 계신 분들이죠. 청소 근로자들이 사실 대학에는 참 많잖아요. 워낙 캠퍼스가 넓으니까 굉장히 많은 분들이 계실 걸로 예상이 되는데, 대학들이 이 분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고 있다고요.

<기자> 고용노동부가 지난 8월과 9월 전국에 국공립대 60곳과 사립대 100곳을 대상으로 청소용역 실태조사를 벌였습니다. 그 결과 상당히 심각한 사실이 문제점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들 청소근로자들에게 정부가 권고하는 임금 수준을 지급하고 있는 대학이 단 한 곳도 없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청소 근로자들을 헐값에 고용해서 쓰고 있다는 얘긴가요? 제가 대학 다닐 때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청소 근로자들은 40대 이상 어르신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요.

<기자> 청소용역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일반적인 임금수준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걸 시중노임단가라고 얘기를 하는데, 올해 같은 경우는 시급 6천945원 수준이거든요. 최저임금보다 높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청소용역이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당장 선진국들만 살펴봐도 몸을 쓰는 육체노동일수록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있지 않습니까? 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인데, 이 기준을 지키고 있는 대학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앵커> 그동안 대학들이 청소 근로자들의 권리를 얼마나 무시해왔나 알 게 해주는 대목인데요. 가장 기본적인 임금도 이렇게 지키지 않는걸 보면 다른 부당한 대우는 훨씬 더 심각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을 해보게 되네요.

<기자> 잘 보셨습니다. 이들 대학은 총 190여개에 달하는 청소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는데요. 이중에 부당하거나 불공정한 조항이 있는 계약은 120여개가 넘었습니다. 특히 국공립대의 경우는 49건, 사립대가 72건으로 사립대가 훨씬 부당한 조항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청소 용역근로자에 대한 보호지침을 알지못하는 경우가 사립대에서 더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지고요. 주요 유형들을 살펴보면 청소근로자에 대한 경영인사권 침해가 3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앵커> 청소용역에 대한 경영인사권 침해라면 정확히 뭘 말하는건가요?

<기자> 그러니까 청소근로자들이 대학소속 근로자가 아니고, 일반적으로 청소 용역업체에 따로 등록돼 있는 근로자거든요. 대학이 이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청소근로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형태인데, 그렇기 때문에 용역업체 경영권이나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한은 대학이 아니라 용역업체에게 있는 겁니다. 그런데 대학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용역업체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거나, 청소근로자들을 함부로 계약해지 또는 채용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와함께 노동3권을 제약하는 경우도 28%로 두 번째로 많았는데요. 노동3권이라고 한다면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이런 것들을 말합니다. 또 부당한 업무를 지시한 사례가 25%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앵커> 노동3권이 제약됐다고 하면 그러니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노조활동을 한다든지 저항할 수 있는 길마저도 차단해버렸다는 얘기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보통 청소용역 근로자는 해당 구역을 청소하는 시간과 횟수가 자체적으로 정해져 있는데요. 이걸 무시하고 다시 청소하도록 대학이 청소근로자에게 강요를 한다든지 노사 간에 잡음이 빚어져서 업무가 지장을 받으면 바로 해고시켜버린다든지 하는 부당한 관행들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관행을 넘어서 아예 법 자체를 위반한 경우도 180건에 달했는데요.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최저임금법, 퇴직급여보장법 등 위반하고 있는 조항도 다양했습니다.

<앵커> 법위반까지 갈 정도면 상당히 심각한 데, 대학들의 청소용역근로자에 대한 처우, 대체 왜 이렇게까지 열악한겁니까?

<기자> 일단 사립대가 국립대보다 열악한 것은 정부가 지난 2012년에 지정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사립대가 잘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대학들이 시중노임단가를 준수하고 있지 않은 건 인건비 예산확보가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예산확보가 어렵다는 것. 어찌보면 말이 안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예산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신성한 근로의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않았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입니다.

<앵커>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는데, 이번 근로감독 결과가 나오고 나서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기로 했습니까?

<기자> 일단 적발된 법위반 사항들에 대해서는 즉각 시정명령을 내렸습니다. 명령을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사법처리 되겠죠. 또 용역근로자 보호지침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역시 시정권고를 내리고 용역계약서를 보호지침에 맞게 변경하도록 지도했습니다. 시중노임 준수, 불공정계약 이런 부분들은 교육부에 통보해서 향후 대학 예산을 편성할 때 반드시 개선이 되도록 촉구했습니다. 앞으로 매년 대학들을 대상으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실태조사가 진행이 되고요. 대학들이 지침을 준수하고 있는지는 대학평가에도 반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면 대학들이 지켜야할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은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건지, 시청자분들과 대학관계자 분들에게 소개해주시죠.

<기자> 보호지침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서 제정됐는데요. 물론 사립대의 경우는 의무적용은 아닙니다.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대학들이 준수해야할 사항들이 명시돼 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인건비 단가는 최저임금이 아니라 시중노임단가를 적용해야 한다. 또 정확히 용역 근로자 정원이 몇 명이라는 걸 명시를 해서 임의로 근로자를 줄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고용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보호지침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 지 수시로 이행여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대학 관계자분들뿐 아니라 모든 분들이 숙지하셔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격무를 하시는 용역근로자분들이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겠습니다.

<앵커> 대학은 우리 청년들을 사회로 내보내는 최일선이라고 볼 수 있잖아요. 근로의 소중한 가치를 알아야 할 우리 청년들이 근로의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대학의 나쁜 관행을 접해야 한다는 사실은 자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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