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노홍철 음주운전 적발로 본 한국사회의 문화 심리

입력 2014-11-09 11:03   수정 2014-11-10 14:51

▲ 노홍철 음주운전 적발 사건은 한국사회의 문화심리 관점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전달하고 있다.(자료사진 = 한경DB)


MC몽의 음반 제목 ‘그리워하거나 비난하거나’라는 말은 앞으로도 유행어가 될 듯하다. 유명인들의 논란이 이런 두 가지 양극단의 심리를 낳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노홍철 음주운전 적발 사건 논란은 한국사회를 몇 가지 포인트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우선 집단적 애정의 형성이 중요한 한국사회라는 점이다. 그런 배경에서 옹호하거나 비난하거나의 양극단적 감정이 일어났다. 노홍철 음주운전 적발 사건은 MBC ‘무한도전’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줬다. 또한 노홍철이라는 사람이 대중적 호감이 어떻게 형성돼왔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인터넷에서 노홍철의 하차를 반대하는 움직임도 거셌다. 노홍철이라는 사람 자체를 옹호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었다. 반대로 노홍철 음주운전 적발 같은 이런 행위들을 ‘무도충’이라고 비난하는 누리꾼들을 형성하게 만들기도 했다. ‘무한도전’ 팬들이 범법 사실을 덮고, 집단적 행위를 통해 무마하려 한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노홍철이 정말 음주운전을 했다면, 이는 법적 책임뿐만 아니라 도덕적 윤리적 책임을 벗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무한도전’의 타격은 물론 노홍철 개인에게 매우 심각한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또한 복귀가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팬들의 옹호 행위들이 더 결집됐다. 집단적 의지를 통해 특정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생각들이 한국사회에는 엄연히 존재하는 듯하다.

주의해야할 것은 그 집단적 움직임 밖에서 이를 대하는 사람들은 범법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며 인간적인 애정과 배려에서 거리를 두기 마련이다. 한편으로 평소 방송 인맥 속 관계를 잘 형성하고, 대중적 호감이 존재하는 이들은 방송활동에 일찍 복귀하는 것이 한국사회의 불문율이다.

무엇보다 일반인 시민들이 노홍철과 같은 행위를 했을 때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집단적 옹호의 대상인가, 아니면 비난의 대상인가. 그렇게 극심한 옹호의 대상도 비난의 대상도 아닐 것이다. 유명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번 일 때문에 최근 연예인 보도 행태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이는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한 대중적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연예인 매체 가운데 ‘디스패치’가 단연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심지어 그들의 음모론이 제기됐다. 디스패치의 함정에 노홍철이 걸렸다는 것이다.

또한 우연히 장윤주의 생일에 집중, 파고들던 중 노홍철 음주가 포착됐다는 지적도 있는데,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디스패치라는 매체가 상당히 대중적 비난을 당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반드시 이는 연예인 팬들만의 비난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파파라치 방식의 연예인 보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프랑스나 영국에서는 유명인의 내밀한 사생활(예컨대 내연)을 보도하는 경우, 벌금형이나 징역형에 처한다. 유명인은 연예인만이 아니라 정치인도 포함된다. 그만큼 사생활에 대해 정치인이나 공무원같은 진짜 공인에게도 엄격하게 보호한다.

물론 노홍철 음주는 형사적인 범법 관련 사항이다. 하지만 장윤주와 노홍철의 사생활을 팠다면 이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다. 이런 사생활 침해는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인이라도 갑자기 미디어의 주목을 통해 갑자기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너무나 많은 시대이다.

사실인지 알 수 없지만 노홍철은 불법주차상태의 자가용을 다른 곳에 이동시키는 와중에 음주단속에 걸렸다고 한다. 이에 이동주차를 위해 음주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는 경우, 대리운자를 부를 수는 없다는 견해가 많았다.

해석해보자면,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이동주차를 위해 가까운 거리는 운전을 하는 셈이다. 불법주차를 많이 하고 있다는 면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는 당연히 주차난이 매우 심하다는 점을 재인식시킨다. 한국 사람들이 늘상 겪는 고충은 바로 주차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주차 상황에서 법적 책임은 물론 도덕적 윤리적인 책임도 감수해야 한다.

음주의 자리에 자가용을 몰고 가는 행위는 문화적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한국은 음주에 관대하고 이 때문에 자가용의 운전과 쉽게 맞물리고 있다. 하지만 문화적 지향점은 분명하다. 음주와 운전은 별개여야 하고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더욱 더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아무리 대중적인 인기가 하늘을 찔러도 그만큼 그 인기 때문에 존재적 의미와 가치는 물론 생존 기반까지도 붕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심각한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들이 중요하지만, 자동차 위주의 사회문화도 항상 제고의 대상이 돼야 한다. 벤츠를 일부러 강조하는 보도행태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였다. 특정자동차 브랜드를 강조하기보다는 자동차 자체에 대한 근원적 지적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노홍철은 깨끗이 자신의 활동을 중지했다. 최종 결과에 관계없이 음주 사실 자체를 인정했다. 그 점은 높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 자신의 비위나 범법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다른 공인들에 비해서 월등히 바람직한 유명인의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한국 사회의 시민들이 그런 방향을 끊임없이 요구해왔고, 앞으로 계속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 다만, 개인의 억울한 일은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정으로 소통하고 잘못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의 권력층과 자본가 그리고 상류층이다. 예컨대 그들의 불법 음주는 무마가 되는 현실이 엄존한다. 노홍철을 붙들고 불법음주문제를 떠드는 만큼 디스패치 같은 매체가 신속하게 강하게 권력층들의 음주운전을 파고들어야 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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