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적인 상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이성민(오 과장 역)과 영화 ‘퓨리’의 브래드 피트(콜리어 하사 역)(자료사진 = tvN, 스틸컷) |
“우리가 바라는 상사는 어떤 모습일까.”
항상 조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불쑥 끼어드는 생각이다. 이런 이상적인 상사에 대한 생각은 드라마나 영화, 만화 등과 같은 문화콘텐츠에 등장하고는 한다.
최근 이상적인 상사로 꼽히는 캐릭터는 드라마 ‘미생’의 오 과장(이성민)이다. 이런 상사유형은 한국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퓨리’에서 콜리어 하사(브래드 피트)의 모습에도 드라마 ‘미생’의 오 과장(이성민)이 겹치기 때문이다.
둘을 비교해보면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둘은 전쟁터에 있었다. 콜리어 하사는 제2차 세계대전 와중에 전차부대 소속이었고, 오 과장은 경제전쟁에서 원인터내셔널 영업팀의 구성원이었다. 둘은 모두 최고 지휘관이 아니었다. 오 과장은 영업 3팀의 만년과장이다. 실력으로 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콜리어는 역전노장이지만 여전히 하사이며, 전쟁 영웅이면서도 장교의 지휘를 받는다. 우리는 이런 상사들을 중간 관리자라고 한다.
두 사람은 행동 타입도 비슷하다. 오 과장은 원칙적 신의와 성실함에 충실하려 한다. 2차 접대를 거부하거나 낙하산을 배격하는 행위에서 잘 드러난다. 콜리어도 전쟁의 법칙과 룰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면서, 항상 최선을 다하려는 노력을 한다.
진주한 곳에서 방탕한 행위를 자행하는 일 따위를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여성을 함부로 범하는 것을 엄금한다. 이를 스스로 모범을 통해 보인다. 그는 임무수행에 따라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총동원하고 후퇴하는 법이 없다. 오 과장도 믿을 것은 실력밖에 없다.
둘은 모두 신병을 받았다. 오 과장은 인턴을, 콜리어 하사는 8주된 이병을 새로운 구성원으로 받았으나 능력이나 하는 짓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그들의 리더십이었다.
이제 리더십을 보자. 오 과장은 아랫사람을 잘 다독이거나 도와주려 노력한다. 위에서 내려오는 압력을 견뎌내고 협력으로 돌파하려 한다. 콜리어 하사는 신병 노먼(로건 레먼)을 잘 배려하여 살아남도록 한다. 비록 그가 말을 잘 안 들었던 원칙주의자였음에도 말이다. 특히 콜리어 하사는 노먼에게 점령지에서 독일 여성과의 관계를 배려해주고, 다른 이들이 노먼을 괴롭히는 과정에서 그를 보호 방어했다.
또한 그들 사이의 갈등을 해결해가는 모습은 리더십 발휘의 백미였다. 단호할 때는 단호한 모습이 오 과장을 닮았다. 항상 부드럽고 온화하다고 한다면 전쟁터를 돌파할 수 없었을 것이다. 콜리어 하사는 자기가 위험에 처해감에도 불구하고 신병 노먼을 살리려한다.
이 또한 오 과장이 신입사원 장그래(임시완)을 배려하고 회사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장면을 연상하게 만든다. 오 과장은 스스로 책임을 지거나 비난을 감수하는 행동을 통해서 부하직원은 물론 자신의 상사도 보존하려는 중간 관리자 리더의 면모를 보여준다.
관객이나 시청자들은 장그래나 노만을 통해 자신을 감정이입한다는 측면에서 같다. 저런 상사가 있다면, 어설퍼서 쉽게 위험에 처한 자신이 도움을 받아 생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바라는 상사는 오 과장이나 콜리어 하사인 셈이다. 우리가 그런 상사가 되고자 하는지는 화두가 되지 못한다.
이런 리더들은 현실에서 잘 살아남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정말 이들이 이상적인 리더가 되려면 끝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살아있는 존재 그 자체로 그들의 언행과 삶의 가치관이 증명돼야 한다. 물론 그들 개인에게는 매우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 될 것임에는 분명해보인다.
‘미생’의 오 과장을 ‘퓨리’의 콜리어 상사에 견준다면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법하다. 당연하다. 맥락이 적어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퓨리의 결말을 본다면 결코 그렇게 말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미생’은 환타지를, ‘퓨리’는 리얼리티를 선택한 셈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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