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싱글녀들의 무한 애정을 받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 그의 인생 2막은 1995년 신중현과 산울림의 음반을 만나면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국 락 음악에 반해 기타 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공연이 끝난 후에는 광화문 중고 레코드 가게로, 공연이 없는 날에는 아침에 눈 뜨면 중고 LP판을 찾으러 지하철 지하상가를 찾았습니다.
기타를 무기로 LP판을 방패 삼아 산지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보다 한국 락 음악을 더 잘 아는 최고의 LP판 수집가가 되었습니다. 아주 사소한 애정으로 시작된 LP판 수집은 그에게 아티스트로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힘이 되었을까요?
수집가는 마구잡이로 사물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을 자신만의 기준으로 소유하는 사람들입니다. 누군 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런 사물일 수 있지만 수집가는 그것을 소유하는 순간 나만의 스토리가 생깁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사물의 가치를 찾아내기 위해서 나만의 특별한 안목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물을 깊이 들여다보는 눈을 가지게 되고,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갖게 되는 것이죠.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그 누구도 의미를 두지 않는 물건도 내가 확신하는 순간부터 그 가치는 세상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달라진다고 믿습니다.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헤매는 순간부터 그것이 손 안에 들어오기 까지, 그리고 일정 시점이 지나면서 그것으로 직접 또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전 과정이 예술과 닮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수집의 과정을 통해서 작품의 영감을 얻게 되고, 자신만의 독특한 색을 지니게 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요즘 모든 회사에서는 혁신과 창의력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창조성보다는 효율을 더 중요하게 여기던 시대를 지나온 우리는 다소 낯선 그 창조의 세계에 대한 이해와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 시작은 어떻게 보면 사물을 새롭게 보는 시각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시 창의력에 대한 목마름이 있다면, 나는 어떤 특별한 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동일한 사물을 낯설게 볼 수 있는 나만의 수집을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우연히 나와 인연이 된 사물이 나에게 뜻밖의 인생 2막을 열어줄 지 모릅니다. 당신의 인생에 열정을 불어넣어줄 무엇인가가 필요한 당신, 어떤 수집가가 되고 싶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