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복합임금제’ 도입 검토

이근형 기자

입력 2014-12-08 13:42  

<기자> 취업준비생 여러분들에게는 아직은 와 닿지 않을 수 있지만 조만간 무척 중요해질 소식 준비했습니다. 정부가 ‘복합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취업이라는 험난한 문턱을 넘어서면 여러분이 고민해야 할 소식, 전해드립니다.



<앵커> 정부가 새로운 형태의 임금체계를 도입한다는 소식이군요. 우리 구직자들이 사실 당장 취업이 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부터 머리아프기 때문에 임금체계가 어떻게 되나 하는 부분은 그다지 고민하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취업 자체가 무척 중요하게 다가오겠지만,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놓고 보면, 당장의 취업보다 앞으로 장기적으로 얼마나 돈을 벌고 살 것이냐도 잘 따져봐야 할 부분입니다.



<앵커> 이번에 정부가 들고 나온 ‘복합임금제’ 이름으로 미루어 짐작해보면 여러 가지 임금체계를 동시에 적용한다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 맞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호봉제와 성과급제, 임금피크제를 적절히 혼합한 방식의 임금제를 의미합니다. 먼저 각각의 개념부터 살펴볼까요. 일단 호봉제는 잘 아시겠죠. 오래 일하면 일한 만큼 점차 더 임금이 올라가는 제도를 말합니다.



<앵커> 남성분들은 쉽게 이해하실 것 같아요. 군대 가면 상병 몇호봉 이런 식으로 전역날짜가 다가올수록 계급과 함께 월급도 올라가잖아요. 얼마 되지는 않지만..

<기자> 그렇죠. 호봉제를 적용하는 일부 회사들을 보면 군대 갔다 온 기간만큼을 호봉에 포함시켜서 예우해주기도 하죠. 호봉제의 특징은 무척 안정적으로 장기적인 임금이 보장된다는 것입니다. 회사를 퇴직하지만 않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임금이 꾸준히 오르겠죠.
다음으로는 성과급제입니다. 성과급제는 일한 기간과 관계없이 얼마나 성과를 냈느냐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입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호봉제보다 불안정하겠지만 성과를 잘 내면 남보다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앵커>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좀 더 연장시켜주는 제도죠.

<기자> 맞습니다. 임금피크제는 보통 정년이 다가온 고령자들에게 적용되는데요. 호봉제 기업의 경우는 은퇴연령정도가 되면 임금이 엄청나게 높아지는데, 이 임금을 일부 조정하는 대신 퇴직하기 전에 몇 년 더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앵커> 고령자들이 돈을 덜 받으면서까지 더 일을 하고 싶을까 생각하시겠지만 퇴직연령이 되신 분들은 당장의 큰 돈보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이번에 검토되는 복합임금제를 이 세가지 임금체계를 어떤식으로 조합한 건가요?

<기자> 입사 후 기간에 따라 적용하는 임금체계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예를들어 입사 후 10년정도까지는 성과를 내는 시기라기보다는 일을 한창 배우면서 익혀가는 시기니까요. 또 워낙 임금도 중간급 이상 직원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성과에 관계없이 호봉제를 적용합니다. 그리고 11년차부터는 그간에 쌓아온 실력을 본격적으로 발휘해서 회사수익에 기여해야 하는 연차니까, 이때부터는 성과급제를 적용하고요. 마지막으로 퇴직이 다가오는 21년차부터는 연봉을 줄이는 대신 정년을 늘려주는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있겠죠.



<앵커> 제법 그럴듯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정부가 갑자기 복합임금제를 들고 나오게 된 이유는 뭔가요?

<기자> 일단 최근들어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부는 정규직들이 지나치게 고용을 보호받는다고 보는데요. 그러니까 한번 정규직에 들어가면 아무리 일을 못해도 잘 안짤린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연차가 어느 정도 쌓인 후 호봉제에서 성과급제로 전환하는 방식이 도입된다면 어떨까요. 입사 초반에는 안정적으로 일하다가 중반에 다다르게 됐을 때 직원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와 능력수준을 판가름할 수 있겠죠. 정부는 이에따라 성과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근로자들을 가려내서 기업이 해고할 수도 있도록 한다는 생각입니다.



<앵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달가운 소식이 아니겠는데요. ‘해고’의 ‘해’자만 들어도 심기가 불편해집니다.

<기자> 정부가 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앞서 설명 드린 적이 있습니다. 정규직이 너무 보호받아서 비정규직들이 정규직 시장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최근에 나온 OECD 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연공서열 임금격차가 OECD 국가 가운데 최고수준이라고 합니다. 입사 초년생에서 정년기에 이를 때까지 임금격차가 심하게 벌어지는데, 과연 연차가 쌓일수록 회사의 수익에 기여하느냐를 보면 꼭 그렇지 않더라는 겁니다. 임금은 많이 받는 데 성과는 안나오는 직원들이 생겨나게 되고 회사입장에서는 비생산적인 직원에게 과도하게 임금을 지급하는 모양새가 나오는 거죠.



<앵커> 그래서 어느정도 연차가 쌓이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해서 주도록 하자는 건데, 일리는 있지만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거든요.

<기자> 맞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볼 지 모르겠지만 노동계에서는 반발하고 있는데요.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고 어떻게 일하느냐는 겁니다. 성과에 따라서 순위를 매기면 경쟁이 치열해질텐데 근로자들의 삶이 과연 행복할까요. 그리고 오래 일한 사람을 성과가 낮다고 해서 해고시키면 이 사람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건지. 또 회사가 성과평가 체계를 투명하게 하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해고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문제고요.
노동계가 주장하는 지표는 10년이상 근속비율인데요. 우리나라 10년이상 근속비율은 18.1%로 OECD 최저수준이라고 합니다. 평균 49세면 퇴직을 하는데 이미 오래 일하지 못하고 짤려나가는 사람이 많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이 과보호된다? 어불성설이라는 거죠. 뿐만아니라 선진국들을 보면 당장 해고를 당하더라도 다음 일을 구할 때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실업급여 같은 제도가 잘 조성돼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사회안전망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는 겁니다.



<앵커> 듣고보니 양쪽 입장이 다 일리가 있고 이해가 가는데요.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정부도 참 난감하겠어요.

<기자>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1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의 인건비가 신입직원의 2.8배에 달하는데, 이는 OECD 평균의 두배에 가깝다”고 지적했는데요. 정부가 지적하는 부분이 모든 기업에 해당하는 건 아닐 겁니다. 실제 중소기업들 가운데에는 호봉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는 기업들도 다수 있거든요. 다만 노조가 지나치게 강성인 일부 대기업, 그리고 국가 울타리 안에서 철저하게 보호되는 공기업의 경우에는 이렇게 고용경직성이 심하다는 얘기입니다. 대기업과 공기업 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7% 수준입니다.
세부적인 조율과 논의가 더 필요하겠습니다만 노동계의 반발이 상당한 만큼 새로운 임금체계의 도입, 한동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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