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취재파일] 전세대책 '헛발질'에 대란 지속

신용훈 기자

입력 2014-12-09 17:56  

<앵커>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이 2년만에 감소세로 접어듭니다.
가뜩이나 심한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데도 정부의 전세대책인 매입·전세임대 공급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신용훈 기자와 얘기 나눠보죠.
신 기자, 전세대란 올해도 심각했는데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고요.
그 이유는 뭔가요?
<기자>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 그러니까 다 지어져서 입주가 시작되는 아파트가 많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그동안 미뤄졌던 재건축 재개발 단지들이 많이 늘면서 여기에서 빠져나오는 이주 수요들. 이사를 가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점도 내년 전세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114 자료를 보면 내년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5만가구로 올해보다 4%가 줄어듭니다.
특히 서울은 올해보다 45%나 줄어드는데요.
내년 입주물량이 2만가구가 조금 넘습니다.
5년새 입주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2년 1만9천가구 하고 비슷한 규모입니다.
<앵커> 내년 서울에서 재건축이나 재개발로 이주예정인 가구는 얼마나 되나요?
<기자> 현재 서울에서 사업시행인가 단계이거나 관리처분계획 단계인 가구는 총 5만 8천여 가구에 달합니다.
보통 사업인가나 관리처분을 받고 1년안에 철거가 시작되는 점으로 미뤄볼 때 이들 5만 8천여 가구가 내년안에 기존 집이 철거되고 이사를 가야한다는 계산이 나오는 거죠.
구별 이주예정 가구수를 보면 고덕주공 아파트가 있는 강동구가 1만 가구로 가장 많고요.
북아현 뉴타운이 들어서는 서대문구가 6천6백가구, 장위 뉴타운이 있는 성북구에서 6천6백가구가 이주할 예정입니다.
개포 주공이나 잠원동 한신 아파트 등이 있는 강남구도 5천3백가구가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강남이나 서울 도심지역에서 촉발된 전세난이 서울 외곽이나 수도권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인터뷰>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재건축 이주 수요가 상당히 많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세가격이 올해보다 많이 오를 가능성이 있고요.
이런 추세는 강남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외곽지역 서울 외곽지역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수도권은 올해보다 전세가 비율이 높게 형성될 수 있습니다.
<앵커> 전세난 해소를 위해서 정책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일단 정부는 지금의 주택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넘어가는 단계기 때문에 전세난은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매입임대와 전세임대를 올해 말과 내년에 집중적으로 공급해서 전세난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인데요.
문제는 그나마 있는 이 임대주택 공급 정책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당초 정부는 11월 말까지 올해 목표치인 4만가구의 매입 및 전세임대주택을 조기에 공급하고 여기에 별도로 3천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거든요.
하지만 추가공급분은 커녕 기존 목표치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국토교통부 관계자
문) "1만 4천가구는 11월까지 다 공급이 안된 거지요."
답) "네, 매입이나 전세임대 특성상 저희가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대상자들이 집을 구해오질 않으시면 계약이 안되는 부분이 있어서요.
저희가 주택을 건설해서 공급하는 거라면 가능하지만,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앵커> 전세난 잡겠다고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주택 공급방침을 내놓았는데 이게 계획대로 잘 안되고 있다는 거죠?
이유가 뭔가요?

<기자> 정부 지원금이 너무 적기 때문입니다.
매입임대의 경우는 LH나 지자체가 직접 주택을 사서 그 주택을 임대해 주는 거고, 전세임대주택은 LH나 지자체가 직접 집주인과 전세계약을 맺고 이를 다시 세입자에게 임대해주는 방식입니다.
여기에서 정부는 사업을 맡고 있는 LH나 지자체에게 매임임대에는 7천만원에서 9천5백만원 정도, 그리고 전세임대주택에는 4천만원에서 7천5백만원 원을 지원해 줍니다.
그런데 이 지원금 액수가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죠.
수도권 평균 전셋값이 85제곱미터를 기준으로 3억이 넘고 수도권도 2억원이 넘거든요.
정부 보조금이 1억원이 채 안되니까 결국 전체 전셋값의 절반 이상은 LH나 지자체가 부담해야하는 겁니다.
공기업이나 지자체들은 가뜩이나 돈이 많이 없는데 자기돈 들여서 매입.전세임대를 늘리는게 쉽지 않은 겁니다.
<인터뷰>국토교통부 관계자
"지원 단가가 현실화까지는 안되거든요 재정형편상 주택 하나를 매입하는데 저희가 지원하는 단가가 있고, 실제로 사업시행처에서 매입하는 단가가 차이가 나다보니까 애로사항은 있습니다.
평균 단가 차이가 1억1천만원 정도 됩니다."
<앵커> 정부대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면 새로운 대책을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자> 네, 당장 전세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위해서는 폭증하는 전세수요에 맞추기 위한 전세공급을 많이 늘리는 것인데 정부 지금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월세로 임대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전세가 급격하게 없어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 맞는 대책이 필요한데요.
전문가들은 기본적으로 공공이 임대주택을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까 기업형 임대주택등을 통해서 민간이 자연스럽게 임대시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또 이들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이 전세로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임대사업자가 전세를 양성화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전세 뿐 아니라 월세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임대를 놓거든요 임대사업자가 전세를 놓을 경우에 조세 지원책을 강구 한다든가 이런 것들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부족한 전세물량에 전셋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전세난이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 진행되는 전세대책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좀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무엇인지 정부는 고민해 봐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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