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월드컵 당시 빼어난 활약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소속팀에서 그다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한국경제TV 와우스포츠는 브라질월드컵 이후 불운에 빠진 선수들 7명을 선별해 3편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
▲ 멕시코의 엑토르 모레노, 그리스의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 코스타리카의 케일러 나바스(사진 = RCD 에스파뇰, EPO, 대한축구협회) |
7. 엑토르 모레노(Hector Moreno)
- 국적 : 멕시코
- 월드컵 성과 : 16강 (4경기, 316분)
- FIFA 공인 월드컵 평점 순위 : 83위
크로아티아, 브라질, 카메룬과 함께 죽음의 조에 속했기 때문에, 또한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의 엉망진창이었던 멕시코의 모습 때문에 멕시코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같은 조 크로아티아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카메룬과 브라질을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고, 크로아티아에게 단 한 골만 내주면서 멕시코는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비록 16강에서 후반 집중력 부족 탓에 87분부터 연속 두 골을 내주면서 2-1로 역전패 당했지만 조별 리그 시작 당시부터 멕시코의 기대치는 다소 낮았고, 상대가 스페인을 침몰시키면서 올라온 네덜란드였기에 멕시코 선수들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특히 거기서 4경기를 3실점으로 마친 수비라인과 골키퍼의 평가가 좋았는데 오초아가 너무 뛰어난 활약을 펼친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헥토르 모레노 역시 성실하게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한 선수이다. 돋보이진 않았지만 세 명의 센터백 중 가운데 위치하면서 마르케즈, 디에고 레예스 등과 함께 수비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또한 16강 네덜란드전에서는 모레노가 교체 아웃 이후 2실점이 발생한 점을 본다면 모레노의 위상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레노에게 월드컵은 그다지 유쾌한 기억이 아닐 것이다. 모레노는 네덜란드전 후반 시작하자마자 로벤의 슈팅을 막다가 그만 정강이가 부러지면서 장기 부상을 입게 됐다. 그 결과 RCD 에스파뇰에서 잘 해왔고, 월드컵에서도 준수한 활약 때문에 빅 클럽으로 이적하려던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됐고 시즌이 개막했음에도 모레노는 수술과 재활에 힘써야했다.
다행이도 모레노는 지난 프리메라리가 13라운드 레반테 전에서 교체멤버로 등록되기 시작했으며 2일 열린 코파 델레이 알라베스전에서는 선발로 나와 70여분 동안 경기를 뛰었다. 비록 2부리그팀을 상대로 한 경기였지만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모레노, 에스파뇰의 수비가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반전이 기대된다.
6.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
- 국적 : 그리스
- 월드컵 성과 : 16강 (4경기 1골 1도움 1PK 유도, 390분)
- FIFA 공인 월드컵 평점 순위 : 79위
월드컵 본선까진 잘 오지만 그 이후가 문제인 그리스, 월드컵 조추첨부터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일본과 만나면서 또 다시 예선탈락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이 있었다. 실제로 그리스의 수비수 소크라티스 파파스타도풀로스는 월드컵 8강 경기를 치르는 날 결혼식 날짜를 잡는 등 선수 본인들도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그리스는 뛰어났다. 비록 첫 경기에서의 그리스는 상당히 아쉬웠지만 말이다. 콜롬비아에게 3:0 혼쭐이 나면서 정신을 바짝 차린 그리스는 일본과의 정말 재미없던 경기를 0-0으로 비겼고, 가장 중요했던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후반 막판 나온 페널티킥 골로 인해 가까스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다.
마놀라스와 소크라티스, 살핑기디스 등 16강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선수가 많이 있지만, 사마라스를 빼놓고 그리스의 16강을 말할 수 없다. 공격진 전체가 실망스러웠던 조별예선 초반 두 경기에서는 활약이 미미했지만 가장 중요했던 조별예선 세 번째 경기에서 선제골을 어시스트했을 뿐만 아니라 결승골을 넣으면서 경기 MVP로 선정됐다.
비록 16강에서의 움직임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사마라스의 활동량과 투지는 인상적이었다. 그 활약을 토대로 사마라스는 스코틀랜드리그에서 벗어나 웨스트 브롬위치로 이적에 성공했다. 골 결정력이 좋지는 않지만 사마라스의 이타적인 플레이를 통해 웨스트 브롬위치의 2선 자원들의 득점을 유도하려는 앨런 어빈 감독의 의도가 보이는 영입이었다. 사마라스를 요긴하기 쓰기 위해서인지 셀틱이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를 진행 중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빈 감독은 이적시장이 끝나기 전 일찌감치 사마라스의 이적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사마라스는 팀에서 없어도 되는 선수가 됐다. 셀틱에서 있었던 6년간 사마라스는 꾸준히 2000분 이상 경기에 나왔고 30경기 이상 경기에 출장했었다. 하지만 웨스트 브롬위치에서 사마라스는 리그에서 5경기를 오직 후반 교체로만 나왔고 선발출장한 경기는 리그컵 한 경기 뿐이다.
게다가 그 리그컵은 현재 탈락한 상태이기에 언제 또 다른 기회가 올지 모른다. 베라히노가 상당히 폼이 좋기 때문에 사마라스가 기회를 언제 잡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디예가 네이션스컵으로 차출될 예정이고 곧 박싱데이가 시작되기에 사마라스가 필요할 시간은 언젠가 올 것이다. 중요한 경기에 강했던 월드컵 때처럼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말아야 한다.
5. 케일러 나바스
- 국적 : 코스타리카
- 월드컵 성과 : 8강 (5경기 510분, 2실점 3클린시트)
- FIFA 공인 월드컵 평점 순위 : 31위
2014 브라질 월드컵 최고 이변의 팀 코스타리카가 배출한 스타 중 하나 케일러 나바스 역시 이 불명예를 피해가지 못했다. 월드컵 우승 경험이 있는 잉글랜드, 이탈리아, 우루과이 세 국가와 한 팀이 됐을 때만 해도 코스타리카의 16강행을 예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코스타리카는 놀라운 조직력을 보여주면서 놀랍게도 조 1위로 16강행을 확정지었고, 16강에서 그리스마저 꺾으면서 8강까지 오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러한 코스타리카에서 핵심 중의 핵심 역할을 한 선수는 단연 케일러 나바스였다. 리그에서 형편없는 수비진을 앞에 세워두고도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는 팀들보다 더 적은 실점을 할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나바스는 월드컵에서도 그 활약을 멈추지 않았다.
나바스는 5경기를 치르는 동안 카바니에게 페널티킥 실점, 소크라티스에게 후반 막판 아쉬운 실점 이렇게 단 두 골만 실점했다. 또한 네덜란드, 우루과이, 이탈리아 등 더 높은 전력으로 평가되던 팀을 상대로 수많은 선방을 보여줬으며 16강 전에서는 승부차기까지 간 끝에 팀을 8강으로 이끌기도 했다.
비록 8강에서 네덜란드에게 패하면서 탈락했지만 그 경기 역시 네덜란드 선수들의 많은 슈팅을 필사적으로 막아낸 끝에 120분 무실점을 달성할 수 있었으며 그 경기 MVP로 선정되는 등 나바스는 코스타리카 돌풍의 중심으로서 맹활약했다.
그런 맹활약 때문이었는지 유난히 인상적인 골키퍼가 많은 대회였음에도 나바스의 맹활약을 주목하는 팀들이 많았다. 이적한 레알 마드리드 뿐만 아니라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등 유명 구단에서 많은 관심이 있었고 결국 나바스는 레알 마드리드로의 이적을 선택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나바스 본인으로선 두고두고 후회로 남을 것이다. 카시야스가 시즌 초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며 나바스가 넘버원이 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안첼로티는 나바스로의 변화보단 카시야스에 대한 믿음을 택했고 나바스는 8월부터 지금까지 월드컵에서 뛴 시간보다 더 적은 시간(4경기)을 소화하면서 좋았던 감각을 잃어가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건 나바스는 앞으로 어느정도 기회를 부여받을 것이다. 앞으로 클럽 월드컵,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 코파델레이 16강전 등 주중 경기를 치르는 빈도가 높아질 것이다. 그 경기에서 카시야스보다 더 뛰어난 모습을 보인다면, 월드컵 때처럼만 해준다면 카시야스를 제치고 주전을 차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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