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일베의 ‘토크콘서트 사제폭탄테러사태’가 정말 심각한 이유

입력 2014-12-12 10:40   수정 2014-12-13 10:05

▲ 토크콘서트 연사에게 사제폭탄을 투척하겠다는 예고와 경찰서에 잡힌 뒤 인증샷을 올린 일베의 한 누리꾼(사진 = 일간베스트, 네오아니메)


근대시민사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토크콘서트 연사에게 사제폭탄을 투척한 사건이 터진 것이다. 다행히 사람이 죽거나 심각한 중상을 입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것이 심각한 사태인 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일탈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어떤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이미 예고돼왔었고, 현재의 흐름을 보면 앞으로 보다 강한 형태로 비슷한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즉 일회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의 한 부분이 드러나는 상징적인 사태여서 심각한 것이다.

그 변화란 일베(일간베스트)라는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부 청년층의 분노가 결집되고, 이것이 인증샷 문화와 맞물려 행동으로 부추겨지는 흐름을 말한다. 이번 테러를 저지른 범인도 버젓이 자신의 범행을 과시하는 이미지를 인터넷에 게시했고, 여기에 대해 일부 네티즌이 영웅적으로 떠받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인 행동을 과시하고 사람들의 추앙을 받는 문화에선 점점 더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일베의 게시글 문화가 결국 사람을 향한 실제 폭력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이미 누차 경고했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선 이런 폭력행동이 더 발전했으면 발전했지 잦아들 것 같지 않다.

일베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행동문화가 우리 자유대한의 질서에 반하는 것은, 그것이 자유민주주의 여론 소통의 핵심인 공론장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과거 대학가에서 대자보 바람을 불었을 때, 한 네티즌은 대자보를 찢어버리고 그 인증샷을 올렸었다. 자유민주주의의 방식은 마음에 안 드는 대자보가 있을 때 거기에 반박하는 다른 대자보를 써서 게시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북한, 나찌 등의 방식은 마음에 안 드는 대자보를 없애버리고 나아가 그걸 쓴 사람을 처벌한다.

일베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나타나는 행동문화는 북한, 나찌 등의 방식과 닮았다. 따라서 대자보를 찢어버린 것은 초기단계이고 결국엔 마음에 안 드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찾아 테러를 가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이번 사건을 보면 결국 그렇게 돼가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청년, 청소년들이 이런 행동의 심각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영웅적 행위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교육이 입시 문제풀이만 시키는 사이에 자유시민사회에 걸맞는 시민적 소양을 가르쳐주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들이다.

근대시민사회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폭력은 국가가 독점한다. 따라서 자유시민에겐 폭력을 행사할 자유가 없다. 우리는 오로지 말로서 토론할 뿐이다. 처벌하거나 배제해야 할 대상이 나타나면 신고하면 된다. 그러면 국가가 물리력을 행사한다. 이것이 우리 자유대한의 가장 근간이 되는 질서다.

이런 질서를 무시하고 서로 자기 분을 풀겠다며 사적 폭력을 휘둘러대면 우리 사회는 순식간에 지옥이 될 것이다. 이념적 테러가 가해지면 반대 진영도 방어를 빌미로 물리력을 보강하게 된다. 그러면 극한대결을 펼쳐지고 극단적 주장을 일삼는 강경파들이 모든 진영에서 득세하게 된다.

결국 중간지대에서 합리적 해결을 모색하는 온건파들은 축출당하고 끝없는 대결과 보복, 증오만이 남는다. 일베 등의 움직임에선 그런 사회적 퇴행의 전조가 읽힌다. 우리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봐야 하는 이유다.

물론 백두혈통을 추종하는 북한 봉건왕조 사이비종교 체제가 우리의 시민사회원리와 심각하게 대립한다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 논의와 별개로, 일베를 중심으로 일각에서 나타나는 폭력테러의 조짐도 우리 시민사회에 심각한 위협이라는 이야기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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