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다른 전공을 한 15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미술작품을 만드는 독특한 작가 그룹이 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뉴욕, 바르셀로나, 베이징, 홍콩, 호주 멜번, 파리, 상파울루, 생페테르부르크, 도쿄, 타이페이 등 세계 곳곳을 다니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세계적 뉴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UVA(United Visual Artists)다.
이들은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움직임의 원리2(Principles of Motion Study 2)`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도산사거리에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Hyundai Motorstudio)`에서 하고 있다.
UVA는 2003년 런던에서 매튜 클라크(Matthew Cark), 크리스 버드(Chris Bird), 애쉬 네루(Ash Nehru) 세 사람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그룹이다. 이후 점점 더 다양한 다방면의 전문가들을 끌어들여 지금은 모두 15명으로 멤버가 늘었다. 현대미술 작가들도 가수처럼 여러 명이 모여 그룹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게 흔한데, UVA는 이
런 현대미술 작가들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다.
UVA의 멤버인 케리 엘름슬리(Keri Elmsly)는 "우리가 작품활동을 할 때 점점 새 아이디어가 생기고 새로운 재료를 탐험하게 되면서, 점점 더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전문가들이 필요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UVA는 이렇게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상상력과 표현 범위를 넓혀나가는 21세기 현대미술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작가그룹이다.
UVA의 설립자이자 총괄 책임자인 매튜 클라크(Matt Clark)는 전시를 시작하며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협업을 하면 처음 아이디어에서 발전되어 최종결과물은 예상 못한 것이 나오곤 한다"고 말했다. 15명의 전공은 미술, 음악, 건축, 컴퓨터 디자인, IT 기술, 조명설계 등 다양하다. 현대사회에서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공 하나만으로 일을 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는 것이 필요한데, UVA는 그런 현대사회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다.
UVA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현대모터스튜디오`는 현대자동차㈜가 설립한 국내최초의 자동차 브랜드체험관이다. 작가들은 현대모터스튜디오의 전시 의뢰를 받고 한국 곳곳을 여행했다. 그리고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추상적 영상을 만들었다. UVA 멤버인 벤 크로크니에트(Ben Kreukniet)는 `움직임의 원리2`에 대해, "한국을 차로 여행하면서, 우리의 눈과 뇌가 입체적인 풍경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관찰했다. 그리고 우리가 받아들인 자연의 모습을 해체한 뒤 우리 식으로 재조합해 추상적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UVA 작가들은 "차를 운전하는 것은 움직임과 패턴과 리듬이 운전자의 무의식 속에서 합해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패턴과 리듬을 통해 `운전`의 경험을 재해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제목 그대로 `움직임`을 우리의 눈이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한 작가들의 연구결과다.
그 결과 나온 작품 `움직임의 원리2`는 원형 조형물 5개에서 영상이 빠르게 회전하고, 그 위에 설치된 대형 미디어 월(Wall)을 통해 마치 음악 악보같은 추상적인 영상물이 상영되는 작품이다. 작품 뒤로는 벽 전체를 차지하는 유리창을 통해 도산대로의 바쁜 도시풍경이 보인다. 건물 밖에서도 작품을 훤히 볼 수 있다. 이 작품이 설치된 건물, 건물이 위치한 거리, 그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이 모두 하나의 작품으로 어우러지고 있다.
UVA는 그동안 맨체스터 국제 페스티벌, 서펜타인 갤러리, 런던 로열 아카데미(Royal Academy of Arts),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Victoria & Albert Museum), 영국국립도서관 등에서 기획전시를 했다. 2007년에는 디자이너들에게 주는 권위 있는 상인 D & AD 상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0년 인천국제디지털아트페어에 선보인 적이 있지만, 개인전은 현대모터스튜디오 전시가 처음이다.
`움직임의 원리2` 전시는 11일 문을 열었으며, 내년 3월 말까지 계속된다. 현대모터스튜디오는 1층부터 5층까지 각 층별로 테마를 달리한, 자동차를 주제로 한 종합예술관 같은 브랜드체험관이다. 1층에 마련된 전시공간인 스튜디오에서는 이 전시 이후에도 현대미술 작가들의 창의적인 활동을 후원할 수 있는 기획전시를 계속 해 나갈 계획이다.(사진=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한국 첫 개인전을 하고 있는 그룹 작가 UVA의 주요 멤버들. 현대모터스튜디오 제공)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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