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MBC 방송연예대상, 유재석이 받아도 남는 아쉬움

입력 2014-12-29 12:06   수정 2014-12-30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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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방송연예대상 후보인 유재석이 메인MC로 활약하며 신드롬을 일으킨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사진 = MBC)


언제나 MBC 방송연예대상이 화제가 되는 것은 MBC에 바로 그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한민국 예능에서 ‘무한도전’은 단연 원톱이었다. 유재석은 오늘의 ‘무한도전’을 있게 한 일등공신이다. 그러므로 ‘무한도전’과 유재석은 영원한 MBC 방송연예대상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프로그램이 떠서 신드롬을 일으켰을 때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이 “‘무한도전’을 제치고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 1위에 선정됐다”는 말이었다. ‘무한도전’이 언제나 1위이기 때문에, 어쩌다 ‘기황후’나 ‘왔다 장보리’ 같은 프로그램이 잠깐 1위에 올라서면 그게 그렇게 큰 뉴스가 됐던 것이다. ‘기황후’엔 이미 MBC 방송연예대상이 갔고, ‘왔다 장보리’는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이렇게 잠깐씩만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TV프로그램에 선정돼도 대상이 가는 판인데, 오랫동안 붙박이로 1위 자리를 지키는 ‘무한도전’은 그 위상에 비해선 오히려 푸대접을 받아왔다고도 할 수 있다. MBC는 마치 유재석에게 대상을 안 주기 위해 고심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보여왔다. 다른 프로그램이 뜨기만 하면 일단 그쪽에 우선적으로 대상을 안겨줬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이 대상을 받았었다.

이것은 이해해줄 만한 구석이 있었다. 아무리 최고 프로그램, 최고 MC라고 해도 해마다 시상하는 것은 주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사실 뚜렷하게 예능적으로 이끈 사람이 없는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이 대상을 받는 것은 매우 이상했고, 특히 아이들의 귀여움으로 인기를 끈 ‘아빠 어디가’가 작품적으로 평가받는 것은 더더욱 이상했다. 그래도 ‘무한도전’에 매년 줄 수는 없고, 일요일 저녁 시간대가 갖는 중요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선택에 일정정도 이해해줄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MBC엔 일요일 저녁 시간대를 살린 공신이 없다.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모두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 외에 주중 예능프로그램들은 설사 시청률 수치가 ‘무한도전’과 동급으로 나왔다고 해도 사회적 파급력에서 현저히 뒤처지는 판에 시청률조차 ‘무한도전’보다 떨어졌다. 그야말로 ‘무한도전’에 경쟁자가 없는 상황인 것이다.

‘무한도전’은 사실 MBC 입장에선 업고 다녀도 모자란 프로그램이다. 대중적 인기는 차치하고서라도 사회적 의미, 작품성 등에서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을 보유한 것이 MBC의 브랜드 가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상에 공로상까지 얹어줘야 할 상황이다.

▲ MBC 방송연예대상 후보인 유재석이과 ‘무한도전’의 위상을 확인시킨 ‘토토가’ 특집(사진 = MBC)


‘무한도전’은 특히 올해에 길과 노홍철의 하차라는 위기를 극복해냈다. 노홍철의 하차 때는 사람들의 우려가 컸고 그래서 때아닌 노홍철 하차 반대 운동까지 벌어졌었다. 그런 위기까지 극복해 MBC 효자 프로그램의 자리를 굳건히 지켰기 때문에 MBC 방송연예대상 입장에선 ‘무한도전’을 당연히 높이 평가해 줘야 한다.

여기엔 물론 유재석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유재석은 ‘토토가’ 특집에서 특별사회자로 나온 이본이 감탄했을 정도로 ‘진행의 신’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왔다. 말만 잘 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를 몰입시키는 진정성 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국민MC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한도전’ ‘토토가’ 특집은 연말에 방송3사 가요대제전 류의 특집 프로그램들을 다 합친 것보다도 더 큰 파급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힘을 가진 예능프로그램은 과거에도 없었지만, 앞으로도 과연 또 나타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 그럴 정도로 ‘무한도전’은 특별한 프로그램이고 그것을 이끌어온 유재석의 존재도 특별하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유재석과 ‘무한도전’에게 대상과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등이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진다.

다만 대상이 유재석에게 갈 경우에도 아쉬움이 남는 것은, MBC가 올 연예대상을 시청자 문자투표로 선정하기 때문이다. 이러면 어느 모로 보나 대상을 받을 만해서 받는 것인데, 단지 팬덤의 열성적 인기투표 때문에 받는 것처럼 대상의 의미가 격하된다.

원래 인기상은 각 시상식 중반부에 적당히 나눠주는 정도의 상이고 보통은 본상으로 안 친다. 대상이나 작품상 같은 상은 인기에 더해 다양한 의미까지 고려해 종합적으로 주어지는 상이다. 올 대종상이 우스워진 것은 작품상을 ‘명량’에, 여우주연상을 ‘해적’에 주면서 흥행상, 즉 인기상의 모양새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대종상의 자멸이었다.

바로 이런 배경에서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이 설사 유재석에게 가더라도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상의 가치를 떨어뜨려서 주는 느낌이라서 말이다. 어쨌든, 어떤 과정으로 주는 상이건 간에 유재석과 ‘무한도전’은 올해 MBC 방송연예대상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 마땅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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