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홍대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재팬 카와이 나잇 코리아(Japan Kawaii Night Korea)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는 세계 공통언어인 `음악`을 통해 아시아 문화교류를 촉진할 목적으로, 한일간 문화 교류 네트워크를 확산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본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유니온 뮤직 재팬(UNION MUSIC JAPAN)이 주관하고, 여기에 국내 영상·음향기업인 트로이카 그룹이 공연 진행에 참여했다.
한-일 뮤지션 번갈아가며 무대 행사 개최
이날 라이브는 7시부터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 전문 연주 커뮤니티인 애니사운드가 추천한 밴드 P.O.L의 공연으로 시작됐다.
P.O.L은 일본 성우 겸 가수 미즈키 나나의 애니메이션 곡을 라이브로 연주하며 한국 서브컬쳐 음악계의 실력을 자랑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히스테릭 로리타(Histeric Lolita)는 일본 패션 코드인 고딕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밴드이다.
하마자키 아유미, 킨키 키즈 등의 일본 유명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한 결과인 `절망의 스파이럴`, `Dual Anima` 등의 곡을 이번 라이브에서 선보인 히스테릭 로리타는 높은 수준의 라이브를 보여주며 일본 아이돌의 탄탄한 음악성을 보여줬다.
세 번째로 한국 아이돌 그룹 스위치(Switch)가 무대에 섰다.
스위치는 그룹 대표곡인 `흔들려` `비키니` 이외에도 한류 케이팝 커버댄스, 일본 가요 커버댄스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공연했다.
네 번째 순서로는 캐럿(Carat)이 등장했다. 캐럿은 국내 음악계에서도 박명수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개념을 적극 도입해 아이돌 음악으로 접목한, 보기 드문 아이돌 그룹이다.
다섯 번째는 한국 아이돌 비비드(VIVID)의 순서였다. 비비드는 6인조 여성 아이돌로, 작곡, 작사를 스스로 하는 `실력파 아이돌`로서 다양한 음악장르를 커버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All right`, `딱걸렸어`, `Hurt Heart` 등의 자작곡을 중심으로 공연을 펼쳤다.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 이케다 아야(28)는 일본 장수 애니메이션 <프리큐어> 시리즈에서 3년간 주제곡의 오프닝·엔딩 송을 부른 유명 솔로 여가수다.
이케다 아야는 <프리큐어> 주제가 이외에도 오리지널 곡 등을 공연에서 모두 불러 애니메이션 팬들의 큰 인기를 불러일으켰다.
한국 뮤지션과 일본 뮤지션, 상대국 음악 주고받아
이번 재팬 카와이 나잇에서 가장 크게 귀감이 된 점은 한국과 일본의 뮤지션들이 함께 참여한 국가를 존중하고자 했다는 점이다.
히스테릭 로리타와 캐럿은 모두 한국어 멘트를 준비해 왔으며, 캐럿은 레퍼토리 중 두 곡을 아예 한국어로 불러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 아이돌 스위치는 공연 중 일본 유명 아이돌 AKB48의 대표곡 `헤비 로테이션`(Heavy Rotation)을 공연해 관객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케다 아야는 라이브 공연 중 "언어가 다르더라도 음악을 통해서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일간 음악공연을 통한 소통에 의미를 부여했다.
문화를 통한 한일교류 시점…아쉬운 점은 내년 행사로
이번 재팬 카와이 나잇 행사는 단순한 공연 등에 그치지 않고, 공연 후 실제 국내 팬들과의 만남을 통해 깊은 교류가 가능했다.
행사가 끝난 이후 이루어진 일본 아이돌측 굿즈 판매회에서는 일본에서 판매 중인 굿즈를 매우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서 많은 팬들의 인기를 샀다.
일본측 뮤지션들은 직접 판매한 굿즈에 사인을 해주며 일일이 악수를 해줬고, 한국의 일본 뮤지션 팬들은 직접 선물을 준비해 건네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동인음악 씬의 주요 밴드인 루그나사드 리더 TIGO, 애니사운드 스탭 등의 한국 동인음악계 인사도 참여해 한일 서브컬처 음악계의 교류의 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행사가 있었던 날이 평일이었고, 서브컬처 향유 계층에게 아직까지 일본 서브컬처계 음악이 자세히 다가오지 않아 연인원 약 200명 정도의 참여로 그치게 된 점은 아쉬웠다.
한국측의 뮤지션이 공연을 마치면 해당 뮤지션의 팬들이 곧바로 공연을 빠져나가는 등 한국 아이돌 팬층의 성숙하지 않은 반응 또한 안타까웠다.
한국 코스프레 문화는 일본 성우-음악 동호 문화와 분리되어 있어 일본 아이돌과의 접촉지점이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주최측이 코스프레와 본 행사를 깊게 연관지은 것도 아쉬운 점이었다.
다행히 내년 즈음 재팬 카와이 나잇의 후속 개최가 예정되어 있는 만큼, 다음 행사에는 보다 더 성숙한 한일간 문화교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러한 점에서 재팬 카와이 나잇 코리아는 정체된 한국 동인음악 씬에 한국 서브컬처 음악의 향방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