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칼럼] 사라진 장근석… ‘삼시세끼-어촌편’에서 빛난 나영석의 결단

입력 2015-01-26 00:09   수정 2015-01-28 09:32

▲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어촌편’에서 화면의 구도를 해치면서까지 장근석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렸다.(사진 = tvN)


장근석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이번에 시작된 tvN ‘삼시세끼-어촌편’에서 장근석의 분량을 통편집한 것이다. 그렇게 100% 삭제하지 않아도 되는 분위기였다. 장근석이 말하는 장면이나, 단독샷 혹은 장근석이 중요하게 부각된 장면만 삭제하고 전체적으로 잡힌 장면에선 꼭 삭제하지 않아도 됐다.

앞으로의 촬영에 합류하지 않고 하차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이미 촬영과 구성이 끝난 ‘삼시세끼-어촌편’ 부분엔 최소한의 분량 정도는 등장이 허용될 수 있었다. 구원파 문제로 전양자의 드라마 하차가 결정된 이후에도 이미 촬영된 부분은 방영된 적이 있었다.

장근석이 그대로 나와도 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장근석이 말하는 장면이나 중요하게 부각된 장면은 당연히 삭제해야겠지만, 전체적으로 잡은 장면에서까지 억지로 들어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삼시세끼-어촌편’에서 화면의 구도를 해치면서까지 장근석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덕분에 방송사의 정식 프로그램이라고는 볼 수 없는 수준의 화질과 엉성한 구도의 그림이 종종 등장했다. 화면을 확대해서 장근석 부분만 억지로 지웠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본의 아닌 특수효과 작렬이었다.

장근석을 빼고 나면 차승원과 유해진이 남는다. 둘 다 아저씨다. 장근석은 아저씨들 사이에서 마치 MSG를 치듯이 배치된 활기 부양용 젊은피 캐릭터였다. ‘1박2일’로 치면 이승기나 주원의 역할로 캐스팅된 인물이다. 그런 캐릭터를 들어내기 위해선 정말 독한 결단이 필요하다.

‘삼시세끼-어촌편’에서 나영석 PD의 이번 결단이 특별히 빛나는 건 요즘 그런 결기가 사라져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세월호 문제로 그렇게 국민감정이 들끓을 때조차, 이미 촬영 분량이 있다는 이유로 전양자의 하차 시기가 늦춰졌었다.

송혜교는 세금 관련 의혹이 터졌어도 사과만 하고 예정된 활동을 이어나갔다. 김지수는 음주운전 사고를 저질렀지만 그대로 드라마에 등장했고 박상민도 마찬가지였다. 김혜수는 논문표절이 적발됐지만 사과만 하고 드라마 촬영에 임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영석 PD는 야심차게 준비한 새 작품에서 세 기둥 중 하나인 중요 캐릭터를 전면 삭제해버렸다.

나 PD 입장에선 정말 뼈를 깎아내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캐릭터를 잡고, 스토리를 구성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수명이 단축된다고 할 정도로 고된 일이다. 장근석 하나를 삭제함으로 인해서 그 모든 작업을 다시 해야 했고, 작품의 완성도가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식재료를 비롯한 ‘삼시세끼-어촌편’ 첫 회의 프로그램 요소들이 단조로웠기 때문에 사라진 한 명의 자리가 더욱 컸다.

그래도 나영석 PD는, 중간에 나 PD가 캔맥주 세 개를 가져다 줄 때, ‘왜 두 명인데 세 개를 가져다주지?’라고 순간 의아하게 느꼈을 정도로 독하게 지웠다.

이런 결기와 원칙은 비록 당장은 나 PD에게 타격과 허탈함을 안겨주겠지만 장기적으론 그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사회지도층을 비롯해 곳곳에서 원칙과 상식이 무너져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삼시세끼-어촌편’에서 나 PD가 보여준, 비록 당장 피해를 입더라도 원칙을 분명히 지키는 모습이 소중할 수밖에 없다.

나영석 PD는 국민예능 제작자다운 도덕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범법사실이 드러나도 ‘잘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며 자리에서 뭉개고 앉아있는 고위층 인사들과 대비되는 행동이었다. 대중은 이번에 보여준 나 PD의 결기를 기억할 것이다.

그나저나, 불이 안 붙는 장작한테 ‘방염처리가 됐다’며 혼잣말하는 유해진이나, 사모님한테 밀리는 이장님의 모습이 큰 웃음을 준 첫 회 방영이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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