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대학생 70%, 4평도 안되는 집에 산다

이근형 기자

입력 2015-01-28 14:54   수정 2015-01-28 15:02

<기자>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하는 대학생활, 하지만 실제 주거 환경은 매우 열악한 상황 이었습니다. 대학생 10명가운데 7명이 4평도 안되는 원룸에 살고, 그나마 맡겼던 보증금까지 집주인에게 떼이는 등 취약한 여건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식 알아봤습니다.


<앵커> 4평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엄청 작은 방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겠네요. 이렇게 작은 방에 사는 대학생이 70%라.. 거의 대다수라는 얘긴데, 심각한 것 아닌가요?

<기자> 4평이라면 14제곱미터 수준의 방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얼마만큼일까요. 지난해 정부가 정한 최저주거기준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게 14제곱미터입니다. 그런데 이 기준보다도 못미치는 곳에서 사는 대학생이 10명가운데 7명에 달하는 겁니다. 이들이 사는 평균 주거공간은 12제곱미터 수준이었습니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가 실태조사한 결과입니다.



<앵커> 대학생들이 매우 작은공간에서 생활하고 또 비싼 주거비 부담으로 힘들게 생활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열악한 여건인데 주거비는 엄청났습니다. 대학생들이 한달에 내는 월세는 평균 42만원, 여기에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비싼 관리비까지 합치면 주거비로만 한달에 50만원씩 지출하고 있었습니다. 보증금도 들었는데요. 월세보증금이 평균 1천400만원이 넘었습니다.
특히 대학생들이 거주하는 원룸의 평균 관리비 5만7천원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초호화 주택인 타워펠리스를 원룸과 같은 평수로 놓고 비교해보면 관리비가 타워펠리스보다도 비쌌습니다.



<앵커> 한달에 50만원이면 1년에 600만원이죠.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이 이 비용을 다 지불할 수는 없을테고, 결국 학부모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가겠네요.

<기자> 맞습니다. 1년에 600만원이면 거의 학비 수준이죠. 4년이면 2천400만원입니다. 실제 대학생 10명가운데 8명, 거의 대다수는 부모가 월세를 부담하고 있었고, 나머지 20% 정도만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본인이 부담하고 있었습니다. 원룸 등골브레이커입니다.
부모가 대학생 자녀 한명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 계산해보면 참담합니다. 지난해 수도권 4년제 대학 평균 등록금은 1년에 755만원입니다. 여기에 평균 보증금 1천400만원, 평균 월세와 관리비 1년치인 600만원. 여기까지만 해도 벌써 3천만원입니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닙니다. 살아야죠. 먹고, 마시고, 노는데 들어가는 생활비와 식비, 거기에다 살기만 할겁니까. 공부를 해야겠죠. 학원비와 스펙을 쌓는 데 들어가는 비용까지 합치면 일반적인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겁니다.



<앵커> 4년으로 따지면 수억이 들겠죠. 엄청난 비용지출을 감내할만큼 대학이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로,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주거 계약과 관련해 지식이 부족한 우리 청년들은 그나마 맡겼던 보증금까지 떼이는 등 다양한 위험들에 노출돼 있었습니다. 대학시절 직접 피해를 당한 한 청년을 만나고 왔는데요. 함께 보시죠.


[인터뷰] 김재철 (29세, 한국능률협회 컨설턴트)
“집주인이 계약전에 물품이 부서졌을 때 교체해준다고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말로만 교체해주겠다. 그게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2년지나면 나가야 되거든요. 나가야 될 때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물품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보증금은 솔직히 큰돈이잖아요. 최소 500만원에서 5천만원 되는 큰돈인데, 목돈을 들고 계시는 분들은 거의 없으시니까 내가 목돈이 없어서 좀 늦게 줄게 해서 3~6개월 뒤에 주셔서 새로운 집을 못구하는 그런 케이스가 있습니다.”


<기자> 실제 이처럼 집주인으로부터 불합리한 처우를 당하거나 잘 몰라서 당하는 경우는 대학생들 사이에 만연했습니다. 대학생 절반인 53%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고, 근저당이 잡혀있지 않은지 확인도 안하고 계약한 경우 역시 42%에 달했습니다. 세입자가 새로 입주할 때 고장난 시설은 집주인이 수리를 해주는게 일반적이지만 대학생 4명중 1명은 수리비 부담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계약서조차 작성을 하지 않은 케이스였는데, 대학생 17%는 계약서를 쓰지도 않고 집을 계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우리 학생들이 주거계약과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집주인들이 악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겠어요.

<기자> 맞습니다. 원룸 세입자 대학생 44%는 집주인이 수리요청을 거절하거나 계약전 정보와 실제 환경이 다른 등 피해를 경험했습니다. 이렇게 피해를 당해도 절반 이상이 그냥 참거나 대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는데, 싸우기 싫어서, 귀찮아서라는 이유가 가장 많았습니다.



<앵커> 대학에 보면 기숙사가 많이 있잖아요. 정부가 기숙사를 많이 확대해서 학생들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기자> 옳은 지적입니다.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기숙시설을 많이 늘리면 대학생들의 주거비부담이 훨씬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심해서 기숙사 확충마저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신용한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위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인터뷰] 신용한 청년위원장
“가장 최우선적으로는 기숙사에서 많은 학생들을 수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경희대, 고려대 여러 현황에서 보시듯이 공공기숙사 민자기숙사를 건설할 때 지역주민들 반대가 상당히 심한 게 현실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지역주민들과 윈윈할 수 있는, 예를들어 1층에 지역주민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든다든지 하는 방식을 통해 지역주민과 윈윈하는 형태로 기숙사를 확충해주는 게 청년 대학생 주거문제에 있어서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지역주민들도 너무 지역이기주의에 빠져있지 마시고 사회 공익을 위해서 배려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네요. 청년위원회에서 이번 조사를 주도했죠. 주거문제와 관련해 청년들이 바라는 점들은 어떤것들이 있었나요.

<기자> 우선 기숙사의 확충이 가장 시급합니다. 만약 기숙사 제공이 어려운 경우에는 학교 주변 주택을 장기 임대해서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방식도 보탬이 될 겁니다.
대학 기숙사비의 경우도 등록금을 낼 때 한번에 몰아서 내도록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기숙사비를 분할납부하거나 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와 함께 청년위원들이 청년 주거여건 개선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보는 것들이 있는데요. 관리비에 대한 정의와 규제를 명확히 해달라. 청년 세입자들이 권리를 모르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달라. 정부가 나서서 월세 보증금을 지원해달라. 와 같은 요구들이 나왔습니다.



<앵커> 하나같이 중요한 숙제들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주택가 화재문제를 비롯해서 안전문제까지 대두되고 있죠. 이런 부분에 대한 사회각층의 개선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청년위원회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서 발벗고 나서겠죠?

<기자> 그렇습니다. 청년위원회 역시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노력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함께보시죠.


[인터뷰] 신용한 청년위원장
“많은 주거오피스텔 원룸의 문제들은 각종 언론에서 지적돼 왔지만 이번발표처럼 구체적으로 평균 보증금이 얼마고 임대료가 얼마고 특히 사각지대에 있는 관리비가 얼마이고 어떤 명목으로 걷히는 지 세부적으로 조사된 것은 처음입니다. 청년 현장속에서 세부적인 사안을 꼼꼼하게 살펴서 청년주거문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부처 지역사회 대학에 집중적으로 호소드리는 방식으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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