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허술한 본인확인...주워온 신분증에 카드 발급한 시중은행

한 대형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체크카드를 발급해줬다가 50만원이 무단 인출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2일 금융권과 경찰에 따르면 직장인 A씨는 최근 주민등록증과 체크카드 등이 들어있는 지갑을 분실했습니다. A씨는 며칠 후 자신의 계좌에서 50만원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A씨의 지갑을 주운 범인은 습득한 체크카드를 A씨 보다 먼저 거래 중지 처리한 후 A씨의 주민등록증을 은행 영업점에 가져가 체크카드 재발급을 신청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영업점 직원은 신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체크카드를 발급해주었고 범인은 새로 만든 A씨 명의의 체크카드에서 50만원을 인출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대포통장 발급을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신분증 위·변조 확인시스템을 도입해 운영에 들어갔지만 이번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영업 현장에서는 본인 확인 과정이 여전히 허술한 상황입니다.

더욱 황당한 일은 사고가 터진 이후 은행 측의 수습 과정이었습니다.

체크카드를 발급한 해당 지점 책임자는 A씨가 강하게 항의하자 "은행의 실수가 아닌 직원 개인의 잘못"이라며 해당 직원의 월급에서 100만원을 공제해 위로금으로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해당 지점장은 A씨에게 찾아와 체크카드를 발급해준 직원의 월급 명세서를 보여주면서 직원의 잘못이므로 직원이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당초 소송을 고려했던 피해자인 A씨는 결국 합의해주기로 결정했습니다. A씨는 "은행의 잘못이 아닌 영업점 여직원 개인의 실수로 몰아가는 은행의 태도를 보니 여직원 혼자 모든 불이익을 떠안게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다"고 토로했습니다.

한편 경찰은 범인을 검거해 수사한 결과 체크카드 무단발급과 현금인출에 그치지 않고 A씨의 명의로 핸드폰 3대를 개통해 팔아넘긴 사실을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