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진 좌), 서진원 신한은행장
유력 차기 수장 후보의 급작스런 건강 악화, 전열이탈, 그리고 신한사태 주역들의 ‘암중비약’(暗中飛躍).
당장에 행장 업무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서진원 신한은행장의 거취와 관련해 최근 신한금융 안팎으로 들리는 일련의 무성한 이야기들입니다.
탄탄한 실적 등 임기 중 성과를 근간으로 올해 3월 임기 만료 이후 연임이 무난할 것으로 점쳐지던 서진원 행장이 사실상 임기 연장 레이스에서 궤도를 벗어나게 됐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3일 ‘범 금융인 대토론회’에 참석해 기자들에게 언급한 한동우 회장의 말에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한동우 회장은 서 행장의 상태에 대한 질의에 “병세가 호전되고 있지만 당장 업무에 복귀하는 것은 어렵고 복귀를 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그룹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며 서 행장의 향후 행보를 어느 정도 암시했습니다.
업무 복귀와 행장 연임보다는 행장 개인의 건강이 더 중요함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지만 곧 있을 자경위에서 차기 행장 후보에 포함되기 어렵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사한 셈입니다.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서 행장이 한 회장에게 연임 포기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이는 차기 행장 문제를 넘어 더 나아가 한동우 회장의 2017년 임기 만료 이후 후계 구도와도 무관치 않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유력했던 서 행장이 3월 주총에서 연임을 하게 된다면 2017년 한동우 회장이 임기가 만료됐을 때 자연스럽게 서진원 행장이 차기 회장에 오르는 수순을 점쳐볼 수 있지만 건강 악화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 조직내 역학구도에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한동우 회장은 3일 “서진원 행장이 회복을 하고 복귀하면 신한에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의미는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통해 행장 연임 이후 2017년 현직 행장 프리미엄을 업고 차기 회장에 도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신한금융 회장직에 도전했던 전직 최고위 임원 중 한 명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한동우 회장과 경쟁을 했지만 현직에 있느냐 아니냐는 하늘과 땅 차이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회추위 위원들과 접촉 조차 못하는 불이익도 받았다”며 현직 프리미엄의 영향력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기자와 접촉한 신한금융 전·현직 임원, 고위 관계자들의 언급은 최근 신한 내부의 상황과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잘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현재 자경위를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그 어떤 것, ‘암중비약’(暗中飛躍)이 전개되고 있다”
“향후 후계구도를 놓고 한동우 회장과 서진원 행장, 계열사 사장들간 일련의 힘겨루기의 연장선상이다”.
“라응찬 전 회장, 신한사태의 중심에 서있던 주역들이 본의는 아니지만 잡기 힘든 기회가 왔다고 보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어둠 속에서 날고 뛴다는 의미의,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무엇을 도모한다는 뜻인 ‘암중비약’(暗中飛躍), 힘 겨루기, 신한사태, 라응찬 전 회장 등 신한에서 금기어에 가까운 말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기에 이른 것입니다.
지난해 여타 금융지주들이 숱한 시련를 겪는 와중에도 흔들림 없던 신한금융이었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연임 확정을 전달받지 못한 서진원 행장이 최근 전열에서 이탈하자 이때다 싶을 정도로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기 위한 경쟁이 수면 아래에서 전개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금융의 한 중견 임원은 “지난 신한사태 이후 특정 라인과 출신, 사내 갈등 봉합에 최우선을 두고 언급 자체를 기피할 정도로 민감했고 최근까지도 그러한 것들이 치유된 것처럼 보였지만 서 행장의 부재 이후 분파, 일등공신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진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최근의 정황을 전했습니다.
지난해 한동우 회장의 임기 만료 때도, 올해 임기 만료를 앞둔 서진원 행장의 경우에도 외부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특정 출신간 이합집산이 있었고 선임 이후 승자와 패자간 명암도 극명히 교차됐다는 것입니다.
당시 행장직에 오르지 못하고 계열사로 밀린 인사들이 의도치 않은 호기를 맞아 향후 구도를 저울질 하는 등 각각 신한생명 수장으로 있던 한동우 현 회장과 서진원 현 행장이 그룹의 핵심 경영진으로 진입했던 데자뷰를 연상시키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신한사태를 수습하고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리딩금융 반열에 올려놨지만 연임과 후계구도에 따른 역학구도에 균열이 생기며 한 회장과 서 행장간 이상기류가 감지된 지 꽤 됐다는 견해도 심심치 않게 들립니다.
전 신한금융 계열사 중견 임원이었던 한 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직내 권력 구도의 정점에 있다 보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라며 “1인자와 2인자는 늘 불편한 것이고 턱밑에 은행장을 오래 한 대항마가 있다는 것은 신한금융 정서상 쉽지 않은 부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인사는 이어 “회장과 계열사 사장 등이 최악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또 한번 그런 전철을 밟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 분들 모두 조직에서 같이 일해 봤고 경험을 해 봐서 알지만 (차기 구도와 관련한) 또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 있다”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신한금융의 현직 중견 간부는 “서 행장님의 부재 이후 차기 행장, 계열사 사장 새판 짜기를 둘러싸고 최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차기 행장 후보군들의 암중비약이 분주히 전개되고 있다는 일각의 견해를 뒷받침했습니다.
또 다른 신한금융의 전직 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한금융이 국내 금융사중 가장 모범적인 CEO 승계 절차를 구축한 것처럼 보이지만 속내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며 “라응찬 전 회장과 한동우 회장의 의중, 재일 주주들의 재가, 신한사태 주역들이 이미 큰 그림을 짜고 움직이는 것 아니겠냐”고 밝혔습니다.
신한금융과 계열사 전·현직 임원과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재일주주들과 경영진간 가교 역할을 하는 임원, 특정대학, TK 출신 임원, 정치권과 네트워크가 두터운 임원 등 승계 구도의 중심에 서 있는 후보군들이 차기 행장, 계열사 사장, 이를 넘어 차기 회장 추대 등 전술과 전략을 진행중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차기 신한은행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TK출신, 특정대학 출신, 일본통, 그룹내 전략가, 혹자는 신한사태 주역들이라 불리는 인사들로 면면을 채우고 있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이와 관련해 굳게 함구하며 자경위 이전에 이름 자체가 언급되는 것을 신한금융 문화상 불경시하고 있지만 신한 안팎에서는 어느새 공공연해진 지 오래입니다.
신한금융 전 고위 관계자는 “행장 연임을 통해 현직 프리미엄을 안고 회장직에 도전하려던 서 행장의 구상이 틀어진 셈이고 현직 행장의 부재로 유력 후보군간, 계열사 사장들간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라고 현 상황을 풀이했습니다.
한동우 회장이 “아직 차기 행장 등 후계구도를 논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사실상 자경위는 한동우 회장의 의중과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고 한 회장 역시 어느 정도 구상을 끝마친 상태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서진원 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가운데 2월말 또는 3월 주총전 열리는 자경위에서 어떤 결론이 내려질 지 사뭇 궁금해지는 시점입니다.
이에 대해 신한금융은 특정 분파, 신한사태 공신 언급 등에 대해 불편하다는 입장이지만 전·현직 임원들은 라응찬 전 회장과 최근 신한사태 주역들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는 반응입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분명한 것은 신한금융이 신한사태라는 최악을 겪은 이후 여타 금융지주들의 CEO 선임시 내홍이나 낙하산, 내정설, 외압 등이 도드라지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신한금융이 신한사태 이후 구축한 CEO 승계 프로그램이 여타 금융사 대비 탄탄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안팎으로 뒷말과 루머가 무성하다는 것 이면에는 결국 내부의 분파와 갈등 요소, 정치적 움직임이 여전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신한금융은 실적과 외형, 수익성, 지배구조 등 각 부문에서 국내 리딩 금융회사라는데 큰 이견이 없습니다.
호실적, 서열 2위, 차기수장 유력 후보가 이탈한 가운데 행장 직무대행을 뒤늦게라도 선임하고 그룹 수장이 관련 언급을 하고 있지만 이같은 리딩 금융지주와 은행, 구성원 누구하나 세부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함구하는 등 CEO 리스크를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습니다.
신한사태의 주역이던 라 전 회장의 이름이 최근 세간에 오르내리고 그 때의 주역들이 조직 2인자, 차기 수장을 위한 ‘암중비약’(暗中飛躍)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이제는 그 자체가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외부에서 볼 때는 평온해 보이지만 회장 선출, 행장 연임 등 수장 선임 때 분파간, 특정 출신간 보이지 않는 싸움이 횡행하고 있다는 안팎의 전언은 지우기 힘든 상처를 경험한 신한이 어느때 보다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자경위를 진행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신한사태 이후 좋은 일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신한금융에게도 ‘호사다마’(好事多魔)는 예외일 수 없나 봅니다.
신한금융 자체는 물론, 서진원 행장의 전열 이탈에 따른 지배구조 재편이 누구에게 호(好)가 되고 누구에게 마(魔)가 될지, 금융권 안팎의 시선이 곧 있을 자경위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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