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 현대重 통상임금 '노조 승소'…재무부담 우려

신인규 기자

입력 2015-02-12 17:05  

<앵커>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노조 측 주장인 상여금 800%와 3년 소급이 모두 받아들여졌습니다. 임동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리했습니다.

울산지방법원은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상여금 800%를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고 3년치를 소급적용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앞서 현대중공업 근로자들은 격월로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600%와 연말 상여금 100%, 설과 추석 명절에 각 50% 씩 총 800%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 근로자 5명도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같은 재판부로부터 상여금 800%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재판부는 상여금 지급대상에 관한 제한 규정 없이 전 종업원에게 지급하고 퇴직자에게도 지급하는 등 통상임금의 요건인 정기성과 일률성,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임금 소급분은 최소 기준인 근로기준법을 따라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을 적용한 임금 소급분은 전체 금액에서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판부가 업계의 맏형격인 현대중공업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근로자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통상임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섭업계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입니다.

한국경제TV 임동진입니다.

<앵커>
이번 통상임금의 판결과 의미 취재기자 통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산업팀 신인규 기자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신 기자. 오늘 판결,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노사 입장이 갈린 판결이었습니다. 노조는 웃고, 회사는 당황할만한 판결이었습니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과 소급 시기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모두 노조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습니다.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에 대해서 회사는 상여금의 700%를, 노조는 800%를 지급해야 한다고 맞서왔습니다. 소급 시기에 대해서는 노조는 3년 전 일한 금액까지 모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법원이 역시 노조의 손을 들었습니다.

이번 판결로 현대중공업은 임단협 합의안이 통과된다는 가정 하에 100%의 상여금을 추가적으로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또한 지난 2년 간 지급되지 않은 총 1천600%의 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도 지게 됐습니다.


<앵커>
재판부가 이렇게 판결한 이유는 뭡니까?

<기자>
통상임금 소송에서 중요한 부분은 지난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건에서도 출연해 말씀 드린바 있습니다. 정기적이며 고정적으로, 모두에게 지급되는 돈이였냐는 점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 있어서 법원은 현대중공업의 상여금이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상여금 지급 대상에 관한 제한 규정이 없는 점을 판결의 근거로 설명했습니다. 현대중공업 임단협에는 2개월 가운데 33일을 넘게 결근하거나 1년 가운데 112일 넘게 조퇴할 경우에 상여금을 줄이는 규정이 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여금 액수를 줄이는 규정일 뿐, 상여금을 지급받기 위한 규정은 아니라는 겁니다.

앞서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에서는 이와 비슷한 규정이 고정성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쟁점이었는데, 정확하게는 상여금을 2개월에 한 번씩 주지만, 2개월 동안 15일 미만 근무한 사람은 지급을 제외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법원은 이 규정을 들어 현대차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통상임금 지급에 또다른 쟁점이 있는 신의칙 위반 여부, 그러니까 근로자들이 제기한 이번 소송이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사안일 경우 이 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는데요. 재판부는 이부분에 대해서도 근로자들이 신의칙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앵커>
이번 판결로 현대중공업이 받는 타격이 좀 있을 것 같은데요. 앞으로 어떻게 될 전망입니까.

<기자>
현대중공업 측은 통상임금 판결 직후 지난해 3조2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겪고 있다,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라는 신의칙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후 이틀 뒤 회사에 보내질 판결문을 정확히 검토하고 대응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일단 노조에 유리한 판결이 나왔고, 앞서 말씀드린 감액 규정에 대한 법리 해석의 논란이 있기 때문에 항소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노조 역시 회사가 항소할 것으로 보고 있고 이와는 별도로 노사가 추진중인 임금체계개선위원회는 차질 없이 가동하겠다는 것이 내부 입장입니다.

이번 통상임금 판결이 확정돼도 현대중공업 근로자들마다 받아야 할 돈이 각각 달라서 인건비가 얼마 더 부담을 지게 됐다고 바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소송이 진행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한 S&T중공업은 소송과 관련해 이들 직원들이 청구한 금액 114억 원을 지난해 우발채무 비용 등으로 반영해 지난해 영업적자가 발생하기도 했고, 현대중공업의 경우 추가 부담이 수천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판결이 동종 업계에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은데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임단협을 일찍 마무리하면서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동종업계 판결을 기준으로 다시 협상하기로 했고,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말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통상임금 논의를 올해 1분기까지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노조 측에 유리한 이변 판결은 아직 어려운 조선업계에 또다른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공교롭게 현대중공업은 오늘 판결 직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3조8천461억원, 영업손실 22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분기 2조원에 가까운 손실을 냈던 것과 비교하면 영업손실을 크게 줄였지만, 아직도 힘든 상황인 것은 분명합니다.

아직 영업 적자를 털어내지 못한 현대중공업에게는 통상임금이라는 무거운 짐이 아직 남아있는 셈인데요, 이 부분이 어떻게 해결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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