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영 "걸그룹 댄스 춘다...난 흥이 많은 스타일"

여려 보이지만 그 안에 단단함이 있고, 청순함 보다는 활발함과 에너지가 넘친다. 배우 박민영을 인터뷰하면서 가지고 있던 생각을 유쾌하게 배반당하는 느낌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보다 훨씬 많은 세계를 간직한 박민영. 어떤 작품에 등장해도 그 안을 환하게 밝히는 그녀가 지난 2개월여 동안 기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KBS2 월화드라마 ‘힐러’를 마치고 채영신 역을 털어내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박민영은 데뷔작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부터 드라마 ‘아이엠 샘’, ‘자명고’, ‘성균관 스캔들’, ‘시티헌터’, ‘영광의 재인’, ‘닥터 진’, ‘개과천선’에 이르기까지 그간 시청자 사랑을 받았던 작품 속 인물은 그녀의 표정처럼 늘 밝고 씩씩했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힐러’에서도 그녀의 매력은 빛났다. 타이틀롤인 심부름꾼 서정후(지창욱)를 받쳐주는 역할이 컸지만 박민영은 적절한 완급조절과 포인트를 짚는 연기로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박민영은 극중 근성과 똘끼로 충만한 인터넷 신문사 기자로 열연했다. 현실은 이류지만 꿈만은 오리아나 팔라치 같은 전설적인 기자를 꿈꾸는 채영신 역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은 박민영과의 일문일답]



▲ ‘힐러’를 끝낸 소감은.

- 열 손가락을 깨물면 안 아픈 손가락이 없지만 강도는 다르다. ‘힐러’는 애정을 많이 쏟은 작품이라 그런지 아쉬움이 크다. 이번 촬영만큼 재밌게 한 적이 있나 싶다. 후회는 없다.

▲ 채영신을 연기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 ‘힐러’를 촬영하면서 인위적으로 노력한 게 없다. 2년 전부터 눈물이 없어 상처가 많은 채영신을 연기하는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촬영장에서 선배님들과 호흡을 맞추는 순간 감정이 절제가 안 되더라. 오히려 감정을 추스르고 갈 정도였다. 채영신이 살아온 과정, 성격, 성향을 계속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캐릭터에 빠져 들었다. 여자 주인공이 빛을 발하기 어려운데 채영신은 달랐다.

▲ 극중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

- 친구들은 잘 안다. 내 실제 모습이라 힘들지 않았다. 난 흥이 많은 스타일이다. 깜짝 놀라시는 분들이 많더라. 그동안 참한 이미지를 잘 쌓아온 것 같다. 막춤은 애드리브였다. 걸그룹 댄스도 가능하다.

▲ 결말은 맘에 들었나.

- 최선이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마무리 지어야 할 상황에서 담백하게 끝났다. 서정후, 채영신 두 사람답게 끝났다.

▲ ‘힐러’가 고전하기도 했다. 걱정되지 않았나.

- 미니시리즈로 1등을 찍고 계속 내려갔다. 그냥 확신이 있었다. 드라마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하고 팬들은 안아 드리고 싶었다. 이제 시청률은 신의 영역이 아닌 다른 영역이 됐다. 그래서 중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가려고 노력했다.

▲ 지창욱과 키스 신이 화제가 됐다.

- 호흡이 너무 좋았다. 내가 한 살이 많은데 처음에는 정말 깍듯이 대하더라. 그런데 친해지니까 장난도 치고 주변 사람들도 잘 챙기고 인성이 참 좋은 친구더라. 연기에 대한 방향성도 있고 시너지 효과가 났다. 집중도, 몰입도가 달랐다. 예쁘게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을 했다. 송지나 작가님이 ‘예쁜 것들’이라고 불렀다. 비슷한 또래와 찐한 키스 신은 처음이었다.



▲ 정일우, 김범, 박유천, 송중기, 유아인, 이민호, 지창욱 등 유난히 남자배우 복이 많다.

- 감사한 일이다. 인기를 떠나 호흡이 잘 맞은 배우를 만나서 파트너 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파트너는 마지막에 물어본다. 작품과 캐릭터를 먼저 본다. 김명민, 김상중, 김미경, 유지태 선배님도 너무 좋다. 나에게 나침반이셨다. 유지태 선배님은 “영신이 귀엽다”며 드립커피를 해주셨다. 어려운 역할인데 묵묵하게 잘 해주셨다. 촬영장에서 ‘유중심’이라고 불렀다.

▲ 채영신 기자가 배우 박민영에게 묻고 싶은 질문은.

- 썸데이 뉴스의 특성상 조회 수에 신경을 쓰며 자극적인 질문을 할 것 같다. 아지트에서 지창욱과 애정 신에 대해 물으면 클릭 수가 나오지 않을까. 아지트가 정말 추웠다. 그나마 내가 애정 신을 찍을 때는 침대에 전기매트를 깔아 줬다. 그래서 (지)창욱이가 자기 찍을 때는 “그런 것도 없었다”며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추운 날씨에 따뜻하데 있으니까 잠이 와 그냥 잤다. 그리고는 일어나 뽀뽀 신을 찍었다. 머리 말리는 장면에서는 머리가 얼기 전에 찍었다. (지)창욱이가 고생이 많았다.

▲ 한국 나이로 서른이다. 연애와 결혼은.

- 요즘 유행어로 ‘썸’은 채질에 안 맞더라. 한 번 만나면 오래 만난다. 확신이 없으면 시작을 안 하는 스타일이다. 일이 중요한 시점이라 지금 누군가를 만난다면 미안할 것 같다. 감정기복도 심하고 일도 불규칙 하니까 안정적인 연애를 하기는 쉽지 않다. 이상형은 샤프한 외모와 믿음직하고 듬직한 스타일이다. 이상형은 이상형일 뿐이다. 코드가 맞고 이야기가 잘 통하면 좋을 것 같다.

▲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이 대세다. 출연 가능성은.

- 내가 예능에 출연하면 ‘포텐’이 터져 시청자들이 빠져들 것이다. 그래서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거침없이 내보이는 스타일이라 위험하다.(웃음)

▲ 배우로서 지향하는 바가 있나.

- 예전에는 여배우로서 대표작을 하나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성균관 스캔들’이 대표작이 됐다. 지금은 관객들의 칭찬 한 마디가 더 소중하다.

▲ 배우로서 가장 듣고 싶은 평가는 무엇인가.

- ‘박민영이 연기해서 좋았다’는 말보다 신나는 말이 또 있을까. 이 말을 들으면 되게 뿌듯할 것 같다. 작은 배역이지만 딱 떠오르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이제 서른이 됐으니 나의 모든 것을 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