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이제 공무원도 잘하면 빨리 승진하고, 못하면 뒷방으로 밀려납니다. 정부가 공무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범정부 인사혁신 실천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소식 알아봤습니다.
<앵커> 민간 기업들의 세계를 보면 사실 이미 치열하잖아요. 잘 못하면 밀려나고, 잘하는 경우에는 고속승진도 할 수 있고, 이런 관행을 공무원 세계에도 도입한다는 얘기로군요?
<기자> 맞습니다. 사실 민간기업들도 고속승진을 할 수는 있습니다만, 그렇게 고속승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흔히 로열패밀리라고 하죠. 대기업 재벌 일가의 경우에는 고속승진이 일상적이지만, 평범한 직장인이 고속승진을 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지난 2일 취업포털 사람인이 올해 고속승진 직원 여부를 조사한 결과 승진대상자 가운데 고속으로 승진하는 케이스는 약 2.8%수준인 것으로 나타났고, 그냥 나이가 차면서 승진하는 것에 비해서 평균 2.7년정도 더 빠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그러니까 정부의 이번 공무원 혁신계획은 사실 일반 기업들보다도 훨씬 파격적이고 앞서는 것이다.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최근 몇 달간 정부가 공무원들의 인사혁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죠. 언뜻보면 공무원들이 민간기업들의 문화를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보다 더 앞선 문화를 도입하려는 시도다 라고도 볼 수 있겠어요.
<기자> 그렇죠. 이번 계획을 살펴보면 이른바 ‘공무원 속진제’가 도입이 됩니다. 승진속도를 빨라지게 하는 것인데요. 역량이 뛰어난 공무원은 조기승진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가 미흡한 경우에는 보직을 제한하겠다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한지 얼마 안 된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성과가 좋으면 특급승진을 하고, 성과가 좋지 않으면 최하위등급이 부과돼서 성과급을 적게 받게 됩니다.
<앵커> 다른 건 몰라도 우리가 임금을 적게 받는 부분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죠. 자연히 공무원들도 열심히 뛰지 않을 수 없겠어요. 이렇게 공무원들을 고속승진 시키려면 우수한 인재를 가려내는 방식도 더 견고해져야 하는 것 아닐까 싶어요. 제대로 공정하게 사람을 평가해야 좋은 인재를 발탁할 수 있겠죠.
<기자> 그런 차원에서 정부는 그때그때 연차가 차면 승진을 시키는 방식을 탈피하기로 했습니다. 역량평가 제도를 도입하고, 부서장 추천제나 발탁승진제도를 강화하기로 한 겁니다. 정말 우수한 인재의 경우에는 2계급 특진도 가능해집니다.
성과가 미흡한 경우에도 단순하게 불이익만 주는 게 아닙니다. 역량교육을 하고, 본인에게 맞는 업무를 찾아서 직무를 전환해주는 식으로 지원프로그램도 도입됩니다.
<앵커> 정부의 인사혁신 계획 살펴보고 있습니다. 성과가 부족한 사람을 단순히 내치는 게 아니라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니 상당히 꼼꼼하게 세워진 계획이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이번 계획에서 한가지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제 공무원도 전문성의 시대가 됐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4년이상 한 직위에서 근무한 전문직위 공무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공무원들은 보통 2년 3년 단위로 인사발령이 나는 게 일반적이죠. 아무래도 한 곳에 오래 머물다 보면 지역사회와 유착하게 되는, 민관유착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또 한 곳에 오래 머물면 아무래도 메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고요. 문제는 이런 우려들 때문에 1~2년 단위로 자꾸 보직을 옮기게 되면 결과적으로 한 분야를 특출나게 잘하는 인재를 배출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앵커> 저도 이번 조치에 공감을 합니다. 공무원이라도 오래 맡았을 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직군들이 있잖아요. 민관유착이라든지 매너리즘이 우려된다는 것도 이해는 되는데, 그런 부분은 또 인사이동으로 풀 게 아니라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어요.
<기자> 맞습니다. 공무원들도 전략적으로 키워내야 하는 직종분야가 있거든요.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에는 통상·에너지 분야에 있어서 2년 이상 근무시킨다는 원칙을 세웠고 전문직위도 154개에서 204개로 50개 더 늘렸습니다. 국민안전처의 경우에는 추천심사위원회를 통해서 4급이상 전문관리자 발탁에 나섭니다. 특허청도 심사심판관 직위의 절반을 전문직위로 확대했습니다.
<앵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는 것도 좋은데, 또 그게 오히려 서로 다른 분야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줄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정부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고용복지+센터같은 경우도, 오히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자라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이런 추세에 역행하는 조치는 아닌지.
<기자> 그렇죠. 여러 부처를 돌아봐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우도 있겠죠. 정부는 그래서 이렇게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키워냄과 동시에 다양한 방면에서 경험을 쌓는 융합형 창조인재 양성에도 관심을 쏟기로 했습니다. 투 트랙 전략입니다.
기획재정부를 예로 들면 예산이나 세제관련한 분야는 내용이 상당히 어렵고 전문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직위 개념으로 운영하고, 경제정책이나 재정관리 분야와 관련해서는 다방면의 지식을 쌓은 창조형직위 개념으로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또 산림청의 경우에는 업무를 총 8개 분야로 나눠서 6급으로 승진하면 그때부터 자기에게 적합한 유형의 업무를 선택해서 경력개발을 해나갈 수 있게 했습니다.
<앵커> 최근에 정부가 고용노동분야와 관련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 있죠. 바로 스펙과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를 구현하는 일인데, 능력있는 사람은 더 빨리 승진시키는 정책은 정부의 이런 정책과 궤를 같이 한다라고 볼 수 있겠어요.
<기자> 공무원들부터가 이렇게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변화해야 민간사회에도 능력중심사회를 전파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 거라고 봅니다. 정부의 이번 대책으로 기대되는 변화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공무원들의 승진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현재 9급 공무원이 5급으로 승진하는데는 보통 20~25년정도가 소요됩니다. 이 기간을 더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공무원들 정년이 앞으로 계속 연장되기는 합니다만 승진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은, 앞서가는 선배 공무원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요. 업무성과가 좋아지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또 그간 고급 공무원들은 빠르게 승진한 반면 중하위급 공무원들은 승진속도가 더뎠는데 이 승진속도 불균형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렇게 대대적인 인사혁신을 단행하는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을 걸로 보이는데요. 고민의 흔적도 많이 보이고요.
<기자> 그동안 경직됐다고 여겨지던 공무원 세계를 이렇게 대대적으로 혁신하고자 한다면 강한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겠죠. 이렇게 강력한 혁신계획을 단행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지난해말 선임된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입니다. 삼성전자에서 인사담당 최고책임자를 맡았던 인물인 만큼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제 취임 100일째를 맞고 있는데, 지난 100일간 그가 경험한 공무원들의 부족한 점 세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생산성, 자기투자, 비전입니다.
공무원 스스로 업무에 의욕적으로 매달리고 있는지, 또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 자기계발에 몰두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공무원 업무에 대해 국민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공무원들이 스스로 장기적인 비전을 잘 갖추고 있는지 고민해봐야 할 때라는 겁니다.
이근면 처장이 취임후 지금까지 파격적인 행보를 거듭하면서 과연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인식을 뿌리뽑을 수 있을까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걱정과 우려보다는 함께 도와서 공직사회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매진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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