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저점을 기록한 이후 삼성전자의 주가가 140만원을 넘어서며 최고점이었던 150만원대를 넘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펀드들의 삼성전자에 대한 대응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일부 가치주 펀드들은 삼성전자 보유량을 대폭 줄인 반면 성장주 펀드들은 보유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김치형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국내 가치투자펀드의 대표격인 한국밸류자산운용의 10년투자펀드를 비롯한 주요 펀드들이 보유하던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정리했습니다.
1조5천억 규모의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의 경우 지난 2013년 한때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20%를 넘었지만 지난 연말 기준으로 1% 미만으로 떨어졌습니다.
또 같은 회사의 1조원 규모의 10년투자퇴직연금채권혼합펀드의 경우도 한때 8%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편입 비중이 1%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대부분 지난해 하반기에 집중적으로 정리됐으며 이들이 내다판 삼성전자 주식규모만 4~5천억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측은 급격히 추락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과 스마트폰을 비롯한 치열한 IT기기 제조업체간의 글로벌 경쟁환경이 투자의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대신 이들은 신저가를 기록한 은행주와 한국가스공사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현저하게 떨어진 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경기침체에 대비해 현금보유 비중을 다소 늘린 것으로 파악됩니다.
하지만 이 처럼 삼성전자 지분을 전량 매도하다시피 한 펀드들은 거의 없습니다.
다른 가치주펀드들은 시황에 맞춰 소폭 줄이거나 늘리는 방식으로 기존 보유량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유지하고 있습니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마라톤펀드는 지난해 10월 10.8%로 떨어뜨렸던 삼성전자 지분을 올 1월까지 12.6%로 다시 올려놨고, 에셋플러스의 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 역시 지난 10월 10%로 내려왔던 삼성전자 보유비중을 연말과 연초 13%까지 늘렸습니다.
도리어 삼성그룹주 펀드내 삼성전자 비중이 지난 연말 13%대로 다소 하락했지만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SDS 등 삼성그룹 내 핵심 계열사들이 상장하며 전체자산 배분 구도가 조금 달라진 영향입니다.
대형주 위주로 투자하는 성장주 펀드들은 지난해 3분기를 지나며 삼성전자에 대한 포지션을 매수로 바꾸는 모습입니다.
한투운용의 네비게이터펀드의 경우 지난해 9월 9%대로 내려갔던 삼성전자 편입 비중을 12월 12%대로 올려놨고, 베어링운용의 베어링고배당주식펀드 역시 2%대로 떨어뜨렸던 삼성전자 주식을 5% 부근으로 올리고 우선주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 KB운용의 코리아스타주식펀드와 트러스톤운용의 제갈공명펀드 등도 10~11%의 보유비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펀드 업계관계자들은 한국밸류운용의 삼성전자 주식 전량 매도는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며, 지난해 삼성전자의 수익성 하락과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으로 펀드들이 소폭 지분을 조정하긴 했지만 최근들어 살아나는 영업환경과 신제품에 대한 기대로 보유 물량을 다시 늘리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치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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