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스타디오 캄프 누에서 열린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바르셀로나 맨시티 2차전에서 압도적인 전력을 보여준 바르셀로나. 결승골을 터뜨린 이반 라키티치가가 MSN 트리오의 환영을 받고 있다.(사진 = FC 바르셀로나) |
“메시가 곧 전술이다.”
2009년 타계한 잉글랜드 출신의 명감독 바비 롭슨은 “호나우두가 곧 전술이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러나 만약 롭슨 감독이 오늘 경기를 봤다면, 민망함을 무릅쓰고 한 번 더 자신의 명언을 꺼내 썼을 법하다. 굳이 수사적인 과장을 덧붙이지 않더라도, 오늘의 메시는 전술 그 자체라고 표현할 만했기 때문이다.
과감하지 못했던 맨체스터시티
루이스 엔리케 감독하의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팀들은 선택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다. 수비에 치중하면서 역습 위주의 경기 운영을 펼치다가는 90분 내내 자기 진영에 갇혀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릴 위험이 있고, 공격적으로 나서다가는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즈, 네이마르가 이끄는 역습에 당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밸런스에 초점을 맞추다가는 한 차원 높은 개인 기량을 지닌 바르셀로나 선수들과의 싸움을 이겨내기 어렵다.
아마도 같은 딜레마에 빠졌을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은 밸런스를 선택했다.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1-2로 패했던 맨시티에게 수비적인 경기 운영은 없는 선택지나 마찬가지였고, 누 캄프에서의 공격적인 경기 운영은 그 어떤 감독도 쉽게 택하기 어려운 보기였을 것이다. 공격적으로 나서되 후방에 4~5명을 두고 바르셀로나의 역습에 대비하는 형태는 페예그리니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어쩌면 유일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페예그리니 감독의 선택은 완벽한 실패였다.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을 가하기보다는 뒤로 물러서서 자리를 잡고 밸런스를 지키는 축구를 펼쳤다. 밸런스를 깨지 않는 선에서 압박을 가하고, 수비 진영에서의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맨시티의 실수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엔리케 감독의 의도대로, 맨시티는 7~8명의 바르셀로나 수비를 상대로 4~5명의 공격수가 공격을 펼치다가 볼을 빼앗기는 비효율적인 공격을 반복했다. 물론 메시와 수아레즈, 네이마르가 호시탐탐 배후 공간을 노리는 상황에서 바카리 사냐와 알렉산다르 콜라로프를 공격에 가담시키기는 어려웠을 테지만, 반드시 두 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입장이었음을 감안하면 조금 더 과감하게 풀백을 활용해 볼 필요도 있었다.
세계 최고 공격진의 위력
반면 바르셀로나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는 모습이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MSN(메시, 수아레즈, 네이마르) 트리오의 공이었다.
오늘 경기에서 맨시티의 풀백 듀오 사냐와 콜라로프는 좀처럼 공격에 가담하지 못했다. 보통 맨시티는 중앙에서 볼을 소유하는 동안 양쪽 풀백이 깊숙이 공격에 가담해 좌우 폭을 넓히고, 다비드 실바와 사미르 나스리, 야야 투레 등이 중앙으로 침투해 득점을 노리는 공격을 펼친다. 풀백이 공격에 가담해서 수비 폭을 좌우로 넓혀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야 실바와 나스리의 창의성, 투레의 공간 침투 등이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맨시티의 풀백은 바르셀로나의 수비 폭을 넓힐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메시와 수아레즈, 네이마르의 존재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사냐와 콜라로프가 공격에 가담하는 상황에서도 메시와 수아레즈, 네이마르 중 두 명은 수비에 가담하지 않고 역습을 준비했는데, 오히려 이러한 공격성이 사냐와 콜라로프의 공격 가담을 억제시켰다.
이처럼 풀백이 공격에 가담하지 못하다 보니 맨시티는 바르셀로나보다 3~4명 적은 수로 공격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고, 공격 방향도 중앙으로 쏠리면서 효과적인 공격을 펼치기 어려웠다.
공격 국면에서는 메시의 활약이 독보적이었다. 오른쪽 측면에 배치된 메시는 탁월한 드리블 기술로 맨시티 수비진을 완벽하게 제압했을 뿐만 아니라, 수비를 끌어들인 뒤 반대쪽 측면에 공간이 나면 적절한 타이밍에 정확한 패스를 뿌려 완벽한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수아레즈와 네이마르는 메시가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드리블할 때 반대 측면에서 수비 배후 공간으로 침투하는 움직임만으로도 수많은 득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바르셀로나는 좌우로 넓게 벌려선 뒤 한쪽 측면에서 개인 전술과 부분 전술로 기회를 만들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빠르게 공격 방향을 전환해 상대 수비에 균열을 내는 방식을 주된 공격 전술로 삼는 팀인데, 이 모든 것이 메시의 발에서 이뤄졌다. 말 그대로 ‘메시가 곧 전술’인 경기였던 셈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