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독특한 인문교양서 될 것”…‘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

입력 2015-03-23 16:00  



마술사 오은영이 ‘마술의 역사’를 소재로 ‘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오랜 시간 인간의 삶과 함께했던 마술의 연혁부터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까지 묶어낸 인문교양서다. 국내에서 처음 발간되는 ‘마술의 역사’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책은 ‘마술’이 시대와 함께 호흡해온 역사를 다각도로 들여다본다. 또한, 다양한 그림과 삽화 등을 통해 마술의 역사를 접하는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3월 중순, 이 책의 저자이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마술사 중 한 명인 오은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마술사 오은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항공사 승무원으로 활동하다가 취미로 시작한 마술에 빠져 회사를 그만두고 마술사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녀는 독학으로 마술을 시작해 2003년 홍콩세계마술대회에서 E.I.M.C. AWARD를 수상했고, 이듬해에는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현재는 다양한 공연과 동아인재대학 마술학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그녀는 올해 ‘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를 통해 인문 교양서 저자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사학을 전공했던 그녀가 ‘마술의 역사’에 대해 저술하게 된 것은 괜한 우연이 아니다. 마술사 오은영은 “마술 공연사를 찾다보니 마술의 기원에 호기심을 갖게 됐다. 마술의 역사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국내에 출시된 책이 없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개별적인 마술사들의 이야기보다 역사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사건을 다뤘다. 여기에 그림을 활용해 일반 독자들도 인문교양서로 관심 있게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마술의 역사에 관련된 책이 나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은영은 원서 이외에 참고할 만한 문헌이 많지 않아 이런저런 고충을 겪어야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심했던 부분은 책의 구성이었다.

“원래는 시대별로 마술의 이야기를 다루려고 했다. 주변에서 반대를 많이 했다. 많은 사람들이 마술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마술의 역사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겠느냐고들 했다. 고민 끝에 시대별보다는 사건별로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섹션을 나누는 데도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섹션 구성에는 오은영의 아이디어가 많이 반영됐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여성마술사’를 다룬 ‘마술과 섹슈얼리티, 매혹적인 여자들’ 부분이다. 그녀는 “제가 아이디어를 냈다. 스스로가 여성 마술사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여성 마술사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많이 다루어지지 않은 주제다. 여성의 핍박, 신화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책은 마술이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해온 역사가 아닌, 인간이 마술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들여다본다. 오은영은 “어느 시대나 보는 시선에 따라 마술의 의미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 시대에 마술은 ‘악마의 뜻’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마녀사냥이 일어나기도 했다. 결국, 시대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도 있고, 대중을 위한 오락거리가 될 수도 있다. 흑마술, 백마술 역시 시대와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았느냐에 달라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책은 단순히 마술의 역사를 나열하기보다, 마술이 사회와 관련된 하나의 현상이었음을 담아낸다. 그녀는 이 책에서 담고 싶었던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마술하면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소품을 이용한 단순한 오락거리라고 많이들 생각한다. ‘마술의 역사’는 사람이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하다. 독특한 계통의 인문교양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마술은 사회적으로도 연관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단순한 마술이 아닌, 마술과 사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담고 싶었다. 마술은 멀리 있지 않다. 마술도 재미있지만, 역사 속에는 쇼보다도 재미있는 사건들이 많다. 마술이 항상 우리와 함께 있어왔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호모매지쿠스, 마술적 인간의 역사’는 다양한 그림과 삽화들을 통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책에는 영화 포스터부터 사진, 그림, 삽화 등이 골고루 삽입되어 있다. 그중에는 유명 화가가 그린 마술사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그림들을 아주 좋아한다. 영화나 포스터도 많이 들어가 있다. 특히, 카드 마술이나 영화 쪽에 그림이 많이 삽입되어 있다. 유명한 화가가 마술사와 카드를 그린 그림들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참 신기한 부분이었다. 맨 마지막에는 착시 그림도 등장한다. 이러한 부분을 독자들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오은영은 학교에서 제자를 양성하고 있는 교수이기도 하다. 책을 발간한 후, 제자 혹은 주변의 반응이 어땠느냐고 묻자 “주변 분들이 열렬히 반응해 주고 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그녀는 “다른 교수님들도 이런 책이 국내에 나와 기쁘다고 해주셨고, 생각보다 깊이가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라며 “수업을 받는 학생들도 좋아한다. 마술의 역사를 공부하려면 원서로 읽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해줬다”고 말했다.

그녀는 마술사를 꿈꾸는 후배들에 대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오은영은 “마술을 좋아해서 취미로 하는 것과 직업적으로 삼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남들이 하지 않는 특별한 것을 해야 한다. 독창적인 마술사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마술사를 직업으로 선택하는 것은 매우 험난한 길이기 때문에 심사숙고를 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충고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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