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성의 리뷰in] "서울살이 몇 핸가요~"…뮤지컬 '빨래'

입력 2015-03-25 17:59   수정 2015-03-25 19:26



뮤지컬 ‘빨래’는 스토리가 탄탄하고, 배우들의 확실한 캐릭터 표현력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의 가장 돋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무대 세트이다. 무대 세트가 스토리와 잘 부합돼 전달력이 돋보인다. 대표적 세트인 옥상은 봄밤의 편지지처럼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또한, 막힌 숨구멍의 다이어리가 아릴 정도로 아파트 세대의 일상이 답답한 우리네 마음에 소통의 뜨락을 제공하는 공간이다. 두 주인공의 서사적인 스토리를 엮어 가는데 가장 효과적인 무대 세트 공간이었다.

‘빨래’라는 소품은 이 뮤지컬에서 가장 중요한 상징이다. 옥상에서 여주인공 ‘나영’이 빨래를 널면서 부르는 노래는 서울 생활 중 약자라는 이유로 치이고 무시당하는 자신의 삶을 구겨진 빨랫감에 비유한다. 구겨진 빨랫감을 펴면서 자신의 구겨진 인생도 활짝 펴지기를 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주인 할매가 고무대야에 딸의 기저귀를 빨면서 희정엄마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자식에 대한 한(恨)을 보여 준다. 사지가 온전치 않은 딸의 수발을 들면서 세상살이 인생의 애잔함, 또 젊은 나이에 방안에만 갇혀 살아야만 하는 딸의 모습과 자신이 딸에게 바쳐온 수십 년의 청춘에 대한 고단함을 빨래로 달래고자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빨래는 지친 세상살이, 타지에서 올라와 서울이라는 세상으로부터 받는 아픔들을 씻어내고자 하는 삶에 대한 의지와 앞으로 펼쳐질 밝은 날에 대한 희망, 고되고 지친 서울살이 라도 힘을 잃지 말라는 주제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뮤지컬 ‘빨래’에서의 캐릭터는 저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짙게 배어 있다. 주인 할매의 캐릭터는 처음에는 자신의 할 말만 하고 자신의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관심 없고 돈만 받는 사람처럼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가장 정이 많고 집에 사는 사람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볼수록 가슴이 따뜻한 캐릭터이다. 희정엄마 역시 겉보기엔 날라리 같고 사포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누구보다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고 포근하게 안아줄 수 있는 캐릭터이다. 또한, 요즘 시대에 서점 직원 미스김처럼 자신의 상사에게 입바른 소리를 할 수 있는 사람도 찾기 어렵다. 모두들 잘 보이려고만 하지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미스김의 이러한 마음 또한 상사에 대한 연민과 자신이 몸 바쳐 일한 서점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이 뮤지컬의 캐릭터인 서나영, 희정엄마, 주인할매의 역할들은 살면서 한 번쯤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다. 뮤지컬 ‘빨래’의 다양한 캐릭터들이 그랬듯 누구든 인생을 살기 전 연습을 해보고 살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구나 실패를 하고 누구나 좌절을 맛본다. 커튼콜 장면에서 배우들의 희망찬 노랫말처럼 누구나 내 인생, 내 자리에서 포기하지 않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토네이도가 한 나비의 작은 날게 짓에서 시작이 되듯, 뮤지컬 ‘빨래’는 가슴 저 깊숙한 곳부터 아주 작은 울림의 날게 짓으로 큰 감동을 주는 대학로의 대표적인 창작 뮤지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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