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달러 시대 도래 여부는 앞으로 미국을 포함한 각국 경제와 주식, 외환, 원자재 심지어는 부동산 시장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최대 변수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흔들렸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재강화되면서 달러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두 가지 의미로 혼용해 왔다. 하나는 특정통화. 이를테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 때 원화에 대해 ‘달러 강세’, 다른 하나는 달러인덱스가 올라가면 ‘달러 강세’라 불렀다. 다른 통화와 달리 중심통화인 달러 가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달러인덱스에 의한 평가가 더 바람직하다.
3월 회의 직후 달러인덱스가 하락하고 있지만 지난 1년 동안 20% 가깝게 급등했다. 앞으로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던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달러 강세 성격과 일부 예상대로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달러인덱스가 어떻게 신출되는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달러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가치를 지수(1973.3=100)한 것으로, Fed가 통화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만든 참고지표다. 6개 구성통화 비중을 보면 유로가 가장 높고 엔, 파운드,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네, 스위스 프랑 순이다. 달러인덱스가 올라가는 경우는 미국측 요인과 구성 6개국 요인으로 구분된다.
지난 1년, 특히 최근 5개월 동안 달러인덱스가 급격히 오른 것은 미국과 6개국 간 통화정책상 불일치로 구성 5개국(영국 제외) 요인이 더 컸다. 작년 10월말 미국은 양적완화를 종료시킨데 반해 일본은 추가로 돈을 풀었고 유럽은 뒤늦게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돈 풀기에 한계가 있었던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는 정책금리를 내려 자국통화 약세를 도모했다.
근린궁핍화 성격이 짙은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에 부담이 된다. 작년 4분기 성장률이 2.2%로 직전 분기 5%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같은 분기 기업실적도 애플을 제외하고는 예상보다 부진했다. 특히 수출이 부진한 것이 성장률과 실적을 떨어뜨렸다. 무역적자도 재확대되는 추세다.
증시에도 반영되고 있다. 경제여건이 받쳐주는 달러 강세라면 주가가 오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최근 주가는 달러가 강세되면 급락하고 약세로 돌아서면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달러가 경제여건 이상으로 강세가 돼 부담이 되고 있음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현재 달러인덱스는 호드릭-프레스콧 필터로 구한 장기 추세에서 5% 이상 벗어나 있다.
금융위기 이후 비정상 수단까지 동원해 어렵게 경제 살리기에 나섰던 미국 정책당국자에게는 ‘달러 강세’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 수장인 재닛 앨런 의장은 양적완화 종료 시점부터 달러 강세를 일관되게 우려를 해왔고, 3월 회의에서 그 우려를 명확히 했다. 스탠리 피셔 부의장은 ‘미국이 환율전쟁의 최대 피해자’라고 말했다.
특히 Fed는 1930년대 성급한 출구전략 추진으로 미국 경제를 대공황으로 빠뜨린 ‘에클스 실수(Eccles` failure)`라는 치욕을 안고 있다. 취임 이후 신중하게 출구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는 앨런 의장으로서는 경제여건 이상의 달러 강세는 의도되지 않는 성급한 출구전략의 성격을 갖고 있다. 달러 강세는 그 자체가 긴축정책이기 때문이다.
교역 상대국의 인위적인 평가절하에 가장 손쉬운 대책은 ‘귀에는 귀, 이에는 이’의 함무라비 법전식 대응이다. 일본과 유럽의 돈 풀기에 같이 풀고, 캐나다 등의 금리인하에 동참하면 된다. 하지만 작년 10월 양적완화를 종료시킨 데다, 정책금리도 제로 수준이기 때문이 더 이상 내릴 수 없다.
환율전쟁 대응수단이 제약돼 있고 오히려 예정된 출구전략을 추진해야 할 Fed로서는 이번 회의 결과처럼 ‘patient(인내심 갖고)’라는 문구를 삭제해 금리인상에 한발 다가서되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는 유일한 방안은 ‘기대(expectation)’를 낮추는 길밖에 없다. 3월 수정 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하향 조정한 것은 이 목적을 달성하는데 충분했다.
앞으로 달러 향방에는 많은 변수가 있긴 하지만 FRB의 금리인상 시기와 인상 후 속도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 FRB 회의에서 결정된 올해 통화정책의 핵심은 `금리인상과 같은 주요 통화정책 결정은 인내심을 갖고 접근한다`는 방침이다. 일부에서 거론하는 1994∼95년과 2004∼08년 금리인상 당시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전철을 밝지 않는다는 의미다.
2012년 12월 아베노믹스 추진 이후 2년 이상 지속돼온 엔저 국면은 앞으로는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 시점에서 추가적인 엔저는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부양효과는 크지 않다. 그 대신 한국, 중국 등 인접국과의 통화 마찰과 일본 내에서도 수입업체, 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올들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유로화 약세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와 그 폭이 어느 정도가 될 것인지가 가장 큰 관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제금융 4개월 연장’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하더라도 유로존이 갖고 있는 한계는 그대로 남아 있다. 3월부터 유럽중앙은행의 양적완화가 추진되더라도 실물경기에 미치기 전까지 유로화 약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흥국들은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2차 테이퍼 텐트럼 현상’이 나타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테이퍼 텐트럼’이란 미국 등 중심국의 통화정책 상에 작은 변화에도 한국 등 신흥국에게는 대규모 외국자금 이탈이 나타나면서 주가와 통화 가치가 급락하는 ‘긴급 발작’ 현상을 말한다.
골드스타인 위기판단지표 등으로 신흥국별 ‘2차 테이퍼 텐트럼’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검해 보면 외화보유에 비해 재정적자가 심한 러시아, 브라질, 터키,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은 고위험국으로 나온다. 1차 테이퍼 텐트럼때 F5로 분류됐던 인도는 모디노믹스 기대로 외국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중위험국으로 상향됐다.
문제는 우리다. 현재 수출채산성 모형, 경상수지 균형모형, 환율구조모형 등을 통해 추정된 원?달러 환율의 적정수준은 1080원(미국과 한국 간 성장률 격차 축소,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으로 종전보다 20원 상향)로 나온다. 현재 1100원 내외에서 움직이는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사면 소폭이나마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한국 원화와 같은 신흥국 통화는 적정환율 수준에서 상하 50원 범위대(적정환율 범위대)에서 움직이는 것이 정상적이다. 이 범위 대에서 이탈된 것은 시간이 지나면 되돌아오기 때문에 환율 예측도 적정환율 범위대 하단 밑으로 떨어지면 상승하고, 상단보다 높아지면 하락한다고 보면 무난하다. 외국자금 유출입도 같은 방법으로 예측하면 큰 무리가 없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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