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도 칼럼]'자유로운 인터넷 접속'과 '불가피한 통제'

카카오톡 검열 해프닝으로 시작된 텔레그램 엑소더스를 기억하는가.

그 기세는 한 달도 안돼 꺾였지만 순식간에 수백만의 사용자를 끌어모았다. `사이버 망명`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낼 정도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은 더 많은 자유를 원하고 있다. 유저들의 끝없는 욕망은 수면 아래에 잠재돼 있다. 그 욕망은 언제라도 다시 터져나올 것이다.

미국의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인터넷 자유 2014(Freedom On the Internet 2014)에 따르면` 한국의 점수는 100점 만점에서 33점으로 나이지리아, 우크라이나 수준의 인터넷 자유도를 가진 것으로 평가됐다.

`부분적으로` 인터넷 자유가 보장된 국가로 분류됐다. 인터넷 강국을 자처하기에는 초라한 점수이다.

불법유해 사이트 차단 안내 사이트인 warning.or.kr은 더 많은 인터넷 상의 자유를 꿈꾸는 누리꾼들에겐 자신들을 구속하는 족쇄다.

차단 사이트를 우회하고 감시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이를 다시 차단하는 당국의 끊임없는 `창과 방패` 싸움은 사실상 대한민국 인터넷의 역사 그 자체이다.

VPN(가상 사설망)을 이용한 접속 우회는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우회 방법이다.

본래는 인트라넷에 준하는 보안성을 가진 내부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기술이었다.

하지만 이를 통한 네트워크 이용에서 외부에서는 VPN 특유의 강력한 암호화 통신 때문에 도감청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부분이 오히려 내부망 구축 기능보다 더 주목을 받게 되어 기존의 프록시 서버를 대체하는 강력한 접속 우회 및 암호화 수단으로 부각되게 됐다.

이미 한국은 접속 우회를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다국적 VPN 업체들의 블루 오션이 된지 오래이다. 알음알음으로 수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 VPN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다.

특히 핫스팟 실드(Hotspot Shield)와 같은 서비스는 한국어 광고까지 시작하면서 국내 시장을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들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합법이지만 해당 서비스를 통해 기존에 차단되었던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의 불법성 여부는 국가보안법으로 규제되는 북한이나 국제 테러조직 관련의 사이트를 제외하면 아직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상태로 이러한 서비스는 법의 회색지대에 존재하고 있다.

최근 주목 받는 접속 우회 서비스 중 하나는 브라우저 플러그인으로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젠메이트(ZenMate)라는 서비스가 주목 받으며 국내 언론에도 소개 됐다.

최근 유튜브에서 국내 방송 콘텐츠를 정작 한국에서 시청할 수 없게 되면서 이에 대한 우회 수단으로도 젠메이트가 언급되고 있다.

`자유로운 인터넷 접속`과 `불가피한 통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