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리그 출범 후 첫 우승에 도전했던 도로공사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3전 전패로 준우승에 머물게 됐다.(사진 = KOVO) |
정규리그 우승에 너무 심취해있던 것이었을까?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도로공사의 경기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즌 초반 부진했던 경기력이 챔프전에 다시 재현이 됐을 뿐이었다.
2014-2015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우승팀은 3전 전승을 하며 9세트를 따내는 동안 단 한 세트만 내준 IBK 기업은행이 차지했다. 이들은 창단 후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명문 구단으로 입지를 강화했다.
이에 반해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던 도로공사는 3경기를 모두 패하는 동안 단 한 세트만 따낸 것은 물론 경기력 자체도 챔프전에 대결을 펼치는 팀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었다.
올 시즌에 앞서 펼쳐진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로 인해 도로공사는 시즌 초반 매우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FA 이효희-정대영을 영입하고도 그 효과를 내지 못한 고비용-저효율 팀이었다. 그러나 3라운드 세 번째 경기를 시작으로 무려 9연승 행진을 하면서 1위에 올라섰고, 막판 2위 그룹에서 추격을 하기도 했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으며 일찌감치 챔프전 준비에 돌입했다.
그런데 챔프전에서의 도로공사는 전혀 다른 팀이었다. 한 마디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팀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1차전의 경기력은 마지막 경기였던 3차전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쳐버린 니콜, 그를 도와줄 공격수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팀의 에이스 니콜이 정규 시즌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는 것이다. 득점만 놓고 보면 1차전 24득점, 2차전 34득점, 3차전 21득점으로 자기 역할을 해준 것으로 보이지만 공격 성공률을 보면 35.48/36.78/30.77로 매우 저조했다.
남자부 삼성화재의 레오와 마찬가지로 도로공사는 니콜 혼자 공격을 감당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득점은 물론 공격 성공률에 있어서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팀이다.
그러나 챔프전에서 니콜은 이전의 모습과 전혀 달랐다. 팀이 1점을 필요로 할 때 상대 블로킹 벽에 막히거나 어이없는 범실로 혹은 동점 및 역전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무산시키며 상대가 분위기를 올리는 빌미를 제공했다.
모든 책임이 니콜에게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정규시즌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몸이 무거워 보였고, 실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니콜을 도와주는 선수가 없었다는 점이다. 중앙의 정대영도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날개 공격수로 문정원이나 황민경이 있었지만 효과적인 공격을 해주지 못했다.
당연히 니콜에게 더 많이 의존해야 했고, 니콜 혼자 데스티니, 박정아, 김희진의 삼각편대를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너무도 크게 느껴진 김해란의 빈자리
올스타전 경기 도중 후위공격을 시도하던 중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된 김해란. 그 자리에는 오지영이 나섰으나 정규 시즌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이전까지 해오던 대로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도로공사. 그러나 챔프전에서는 김해란 리베로의 빈자리는 너무도 크게 느껴졌다.
리베로 오지영을 비롯해 윙리시버 역할을 했던 황민경과 문정원, 고예림까지 도로공사의 리시브 라인은 시한폭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상대의 강력한 서브가 아님에도 리시브된 볼은 이효희 세터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았고, 당연히 토스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과정과 이단 연결에 있어서도 정확하게 연결되지 않았고, 디그된 볼은 상대의 직접 강타가 가능하도록 넘어가는 볼들이 많았다.
이런 모습들은 1차전부터 3차전까지 계속됐다. 정규 시즌과 180도 다른 모습을 연출했던 도로공사는 김해란의 공백이 너무도 아쉬웠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흔들린 이효희 세터, 그럼에도 변화가 없었다
정규 시즌 우승은 언니들의 힘이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번 챔프전에서는 언니들의 힘은 나타나지 않았다. 장소연과 정대영이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고, 무엇보다도 세터 이효희가 흔들리면서 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던 것이다.
기본적으로 리시브가 안정적이어야 세터가 좋은 토스로 공격수에게 볼을 올려줄 수 있는 것이지만 경험이 풍부한 이효희도 흔들리는 팀을 바라보면서 흔들렸던 것. 마치 1~2라운드 이효희와 도로공사 공격수들의 호흡이 맞지 않았던 모습을 그대로 연출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효희를 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나 결과적으로 어차피 패할 수밖에 없는 흐름이었다면 1차전 혹은 2차전에서는 분위기 전환용으로 이고은을 활용하면서 이효희에게 여유를 찾게 해주는 벤치의 과감성과 배려도 필요했다. 그럼에도 대부분 이고은은 서브를 위해 코트에 들어갔을 뿐이었다.
팀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니콜에게 올라가는 토스도 흔들렸고,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도 여러 차례 노출했다. 그리고 2~3번 연속으로 니콜에게 볼을 올려주는 선택으로 니콜을 더욱 힘들게 했던 부분 등을 벤치에서 빨리 캐치를 하고 대안을 찾았어야 했던 부분이었다.
V리그 여자부팀 가운데 유일하게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는 도로공사.
어쩌면 올 해는 이들이 우승을 하는데 최적기였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챔프전 우승을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다음 시즌이면 니콜도 없고, 장소연-정대영-이효희 그리고 김해란의 나이도 1살 더 늘어난다. 우승의 최적기에서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해 더 큰 아쉬움을 남긴 도로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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