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성의 The Stage] '조택원, 김문숙의 춤'

입력 2015-04-07 14:15   수정 2015-04-07 14:16



2015년 4월 2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한국 무용계의 거목 중 한사람인 김문숙 선생의 미수(米壽) 기념 헌정 무대가 이루어졌다.

이번 공연은 사진으로만 전해지던 1930년대 당시의 창작 작품들이 후배 무용가에 의해 재현되어 오르는 것만도 지극히 이례적이며 여간 찾아보기 힘든 무대였다. 안무자이자 무용가인 조택원 선생과 김문숙 선생은 1930년대와 1950년대, 당시 한국 무용계를 개척하고 일으켜 세우는데 첫발을 내디딘 이들이다. 더불어 무용가의 예술가로서 사회적 소명과 위상을 높인 주춧돌과 같은 분들이다.

그들의 생각과 행보는 참으로 도전적이라 더욱 의미가 있었다. 두 선생은 당시 한국의 신무용을 개척, 선도하며 서구 근대무용과 한국 전통춤을 접목해 창의적으로 창작 춤을 만들어냈다. 단순한 동작의 아름다움을 넘어 ‘움직임의 사색’ 즉, 철학적인 사고와 깊이를 춤과 동작에 담아내는 창작 춤으로 후대 무용가들이 창작 춤을 만드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그동안 미려한 기록으로만 남아있던 오래된 자료들이 직속 가족이나 제자가 아니라 자신만의 춤 세계로 이미 인정받고 있는 후배무용가 국수호에 의해 재현된 것은 이례적이고 참으로 의미 있는 무대였다. 국수호는 직계에 급급하지 않고 단지 앞서 행하신 선배의 예술적 가치와 향기를 기리며 오늘에 되살려냈다. 이는 예술계에 귀감이 될 만한 일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후일까지 오래도록 전해질 미담과 미행이 아닐 수 없다.

작품에는 해설자이자 극중 ‘조택원’으로 유인촌이 분한다. 그는 조택원, 김문숙의 춤의 만남과 이별 그리고 해후를 그리며 또 다른 만남을 기약했다. 공연의 1부는 조택원 선생이 안무한 작품으로, 2부는 김문숙 선생님이 안무한 작품으로 이루어졌다.



1부의 ‘만종’은 당대에 아주 획기적으로 ‘쇼팽’의 ‘야상곡’을 사용해 안무했다는 것이 놀랍다. ‘야상곡’과 ‘밀레’의 ‘만종’이 한국적 농부의 소박한 정서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되었다. 이어지는 ‘소고무’와 ‘가사호접’ 또한 각 작품만을 위한 작곡을 의뢰해 창작 안무한 무대였고, 작품의 구성이나 음악적 연계는 지금 봐도 놀라울 정도로 치밀하게 계산된 완성도를 보여 주고 있었다. ‘가사호접’은 원래 제목이 ‘승무의 인상’이었으나 정지용 시인에 의해 ‘가사호접’으로 명명되었다 한다.

1부 마지막 작품은 한국 최초 무용극 형식의 무용조곡 ‘춘향전’이다. 총 6장으로 구성한 ‘춘향조곡’은 지금 봐도 놀랄 정도의 안무 구성과 움직임으로 채워진다. 작품은 당대에도 수백 회에 걸쳐 공연이 이루어졌다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할 수 있겠다.

2부는 김문숙 선생이 안무한 작품이다. ‘대궐’과 ‘수평선’은 1958년 9월 ‘시공관’에서 김문숙 제1회 무용발표회에서 초연했다. ‘대궐’은 구중궁궐에서 한 임금만을 위해 평생을 바쳐야 하는 궁녀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다. ‘수평선’은 수평선을 바라보는 한 여인의 애잔한 삶의 모습을 그리며 누구에게나 있음직한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했다. ‘살풀이’ 또한 기존 살풀이와 구성은 같으나 자신만의 살풀이춤을 고민하며 변형시킨 안무다. 흰색 치마저고리에 자주색 옷고름으로 지극한 한국적 아름다움을 나타낸 춤이다.

‘모란등기’는 중국의 명대 ‘구우’가 쓴 단편소설 ‘모란등기’를 무용극으로 안무한 작품이다. 처녀귀신과 총각의 러브스토리로 지금 봐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의 섬뜩한 기운과 미스터리하고 그로테스크한 구성으로 관객의 집중력을 최고조로 끌어 올린다.

1996년 장충동 국립극장 앞마당에는 조택원의 춤 비가 건립되었다. 김문숙 선생은 예술가로 올곧은 삶을 영위하며 올해 미수를 맞았다. 현재는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으로 한국의 무용과 예술 전반에 걸쳐 모범적으로 헌신하고 계신다.

국수호 선생과 이번 공연을 함께한 스태프들, 출연자들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한국 무용계의 거목이자 선구자인 조택원, 김문숙 선생의 춤을 재구성하고 재현해냈다. 이들은 어른과 선배에 대한 예우와 충정 및 보은을 보여줬다. 앞으로 무용계 전반 걸쳐 헌신과 봉사의 뜻깊고 의미 있는 이번 공연처럼 이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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