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부터 서울시의 원수(源水) 정수장 역할을 해온 구의취수장은 2011년 9월 강북취수장 신설로 폐쇄됐다. 2012년 4월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현장 경청투어를 통해 구의취수장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며, 이듬해 6월 이 공간을 거리예술가들의 창작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문화재단은 2013년 6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공간 활용을 실험하는 ‘구의취수장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했으며, 2년여의 리모델링을 거쳐 오는 24일(금) 개관한다.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 방향성 및 역할을 보여줄 프로그램 선보여
서울문화재단은 이번 개관행사를 위해 거리예술과 서커스 공연 8작과 설치미술 및 전시 4작을 준비했으며, 향후 공간의 방향성과 역할을 가늠하는 거리예술 및 서커스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주목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서커스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선보이는 <사물 이야기>가 눈에 띈다. 국제공동제작 전문단체인 ‘아시아나우(AsiaNow, 한국)’와 현대 서커스 극단 ‘렉스온더월(Legs On The Wall, 호주)’이 지난 2012년부터 두 나라를 오가며 만든 공동창작품이다. 한국 전통연희와 호주 현대서커스, 전통과 재즈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물 이야기>는 향후 서울형 서커스와 한국 컨템포러리 서커스의 나아갈 방향을 보여줄 것이다. 이번 공연은 객석인원이 제한되며, 오는 15일(수)부터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www.sfac.or.kr)를 통해 선착순으로 접수 받는다.
이번 개관행사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초연작품으로는 국내에 생소한 대규모 예술 불꽃공연을 선보이는 ‘예술불꽃 화(花,火)랑’의 <화희낙락(火戱樂樂)>, 버티컬 댄스 그룹 ‘프로젝트 날다’의 공중퍼포먼스 <시간, 기억의 축적 at 구의취수장>이 준비됐다. ‘예술불꽃 화(花,火)랑’은 가로 20m가 넘는 대규모 세트를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행해졌던 불꽃 공연무대 ‘화산대’로 재구성해 불꽃뿐만 아니라 음악과 연희를 동시에 보여준다. ‘프로젝트 날다’는 최근 거리예술축제에서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버티컬 댄스(줄에 의지해 건물과 허공을 무대삼아 펼쳐지는 공중 공연)에서 확장된 개념의 공중 퍼포먼스를 8m 구조물에 매달려 실험한다.
이밖에도 ‘비주얼씨어터 꽃’의 거리극 <담벼락을 짚고 쓰러지다!>, ‘배낭속 사람들’의 거리극 <벌레 : 멈춘시간, 흐르다>, ‘창작중심 단디’의 버티컬 퍼포먼스 <단디우화_구의취수장>, ‘프로젝트 잠상’의 멀티미디어와 버티컬 퍼포먼스 <아주 작은 꿈>은 옛 구의취수장의 모습과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작품들로, 지난 2013년 ‘구의취수장 오픈스튜디오’에서 선보인 바 있다. <단디우화_구의취수장>은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탐색했던 구의취수장 공간의 의미와 특성을 부각해 만들어졌으며, 나머지 작품은 오픈스튜디오에서 발표된 것을 토대로 완성작품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구의취수장에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용도변경 중인 현재와 앞으로 거리예술 베이스캠프로 나아갈 미래를 동시에 조망하는 ‘노노앤소소’의 설치미술 프로젝트 <용도변경_2045년>도 진행된다. 공간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텍스트설치 <제2막 1장>, 제1취수장 외벽을 가득 메우고 있는 상상의 식물을 그린 대형벽화 <제5막 3장>, 리모델링 후 남겨진 펌프와 공간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영상, 조명, 사운드 설치 <제11막 4장>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특히 재작년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제1취수장 반입구 내벽을 가득 메웠던 브루노(노노)의 벽화가 제1취수장 외벽까지 확장되는 모습은 기대할 만하다.
이번 개관행사에는 창작지원작 이외에도 다채로운 공연과 전시도 마련됐다. 서울시 대표 비보이(B-boy)단인 갬블러크루와 안무가 김설진이 제작한 신작(무제)의 쇼케이스는 춤뿐만 아니라 스트릿 문화를 대변하는 비보이를 거리예술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면서 다양한 장르와 결합이 가능한 거리예술의 특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밖에도 ‘음악당 달다’의 <랄랄라쇼>, ‘창작그룹 노니’의 <몽키떈스>,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동네 박물관#1 청계>, <동네박물관#3 두도시 주물이야기> 공연 세트가 전시된다. 이 전시는 ‘웰메이드(well-made) 세트’라는 컨셉으로 향후 창작센터 내 철/목공실에서 제작되는 세트들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거리예술 창작지원, 서커스 전문가 양성 등 육성사업 운영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개관에 맞춰 ‘거리예술 창작지원사업’ 공모(公募)와 ‘서커스 전문가 양성사업’의 일환으로 서커스 워크숍 및 컨퍼런스 참가자를 모집한다. ‘거리예술 창작지원’은 신진 예술가의 프로젝트를 항목에 따라 맞춤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지원과 거리예술 분야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예술가들을 중점 지원하는 제작지원으로 구분해 모집한다. 프로젝트지원 공모는 5월(1차)과 7~8월(2차)에 2회 진행하며, 제작지원 공모는 5월 중순에 진행된다. 제작지원 공모는 다양한 공간에서 공연이 가능한 공공분야의 거리예술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제작비, 제작·연습 공간, 연속지원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서커스 전문가 양성사업’은 <사물 이야기>의 ‘아시아나우(AsiaNow)’가 기획하고 연출 및 배우가 강사로 참여하는 ‘호주 현대 서커스 워크숍’이 운영된다. 이 워크숍은 오는 5월 11일(월)부터 15일(금)까지 텀블링(Tumbling)과 아크로바틱 밸런스(Acrobatic Balances) 등 기본적인 서커스 기술을 습득하고 참가자의 역량과 기술을 토대로 서커스 장면을 만드는 과정이 진행된다. 총 22시간 과정으로, 참여인원은 15명 내외 선발한다.
한편 호주 현대 서커스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는 컨퍼런스도 함께 개최된다. 호주 서커스 사례 및 공동제작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의 현대 서커스 개발을 위해 우리는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되는 이번 컨퍼런스는 오는 5월 11일(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좋은공연안내센터 지하 2층)에서 운영된다. 발제자는 호주 서커스 오즈(Circus OZ)의 예술감독인 마이크 핀치(Mike Finch)와 <사물 이야기> 연출자인 패트릭 놀란(Patrick Nolan, 렉스온더월 前 예술감독), 아시아나우(AsiaNow)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최석규가 참석한다. 국제 공연예술의 흐름과 서커스에 관심 있는 공연예술 관계자 및 일반인은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는 “재작년 두 차례 진행한 구의취수장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예술가들에게 실질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며,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는 향후 더 많은 예술가들과 협력하고, 더 많은 예술가들을 육성시키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작품을 제작해 서울의 곳곳이 수준 높은 공공예술로 넘쳐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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