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당국이 10여년 동안 두 차례나 시도가 무산됐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해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실효성 문제로 그동안 소극적이기만 했던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 CEO들의 입장에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됩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어느 때 보다 제도 도입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며 금융권의 변화를 촉구했습니다.
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실효성과 지속성에 의구심을 갖는 시각이 있는 것을 안다"며 "금융지주와 은행이 자기시장 잠식 우려를 극복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특유의 차분하고 정돈된 어조 속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미온적이기만 한 금융지주와 은행, 여타 시장플레이어들에게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셈입니다.
올들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장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경쟁력과 실효성, 기존에 구축돼 있는 인터넷뱅킹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낸 바 있습니다.
<인터뷰>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기자간담회
“인터넷은행 설립돼 있는 것과 같은 역할을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인터넷은행 독립시켜 만든다든지 그 비슷한 것을 만든다든지 하면 제가 볼 때 크게 경쟁력이 있을 것 같지 않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도 은행들이 인터넷·모바일뱅킹 등을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거의 제공하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의 사업성과 성공 가능성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행 권선주 행장, 우리은행 이광구 행장은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 완화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지만 자회사 형태 또는 TF 구성, 해외사레 검토 등을 언급하며 그나마 적극적입니다.
임종룡 위원장이 몸담았던 NH금융은 단계를 밟아 준비하겠다는 입장이고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최대 현안인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 여부를 지켜본 뒤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입니다.
금융지주와 은행간 어조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회의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루는 모양새입니다.
임종룡 위원장은 이를 감안한 듯 디지털 기술을 선점하고도 현실에 안주해 파산한 Kodak의 경우를 예로 들며 "혁신을 외면할 경우 세계시장에서 설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정부와 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의 관건인 비대면 인증과 금산분리 관련 규제의 수정·보완을 검토중인 가운데 이 결과에 따라 금융지주와 은행권의 입장과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됩니다.
일부 금융지주·은행의 경우 복합점포 보완, 대면·비대면 채널 최적화 등 채널 전략에 수정을 검토하고 있고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터넷·온라인에 특화된 사업모델 구축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인터뷰> 시중은행 부행장
“그냥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만은 아니다. 3년~6년 정도 잘하면서 (기존 영업 관행적인) 금융지주·은행 문화 이런 것 잘 바꿔놓게 되는 등 (인터넷전문은행) 금융산업에 중요한 시점”
물론 전제조건인 관련 법과 규제 등이 총선과 경남기업 파장 등으로 정국이 어수선하기만 한 상황에서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불투명하다는 점은 인터넷전문은행 조기 도입의 주된 걸림돌입니다.
하지만 전임 수장에 이어 현 금융당국 수장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의지를 공식 피력한 것 자체가 큰 변화의 시작이 되는 만큼 기존에 구축된 지점·대면 위주의 영업행태, 인터넷전문은행 출현이라는 변화의 흐름은 거스르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시장 진입, 사업화, 금산분리 논란, 대주주의 은행 사금고화, 사업리스크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이 세부적으로 논의 중인 가운데 당국은 6월 인터넷전문은행 방안을 최종 확정 발표할 계획입니다.
그 전까지 시늉에 그치는 것이 아닌 능동적인 금융권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당국 수장의 언급처럼 두 차례나 무산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시도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됩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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