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리뷰] 레알 마드리드 vs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라모스시프트-치차리토 결승골

입력 2015-04-23 10:53   수정 2015-04-25 22:58


▲ 결승골을 터뜨린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사진 = 레알 마드리드 FC)


한국 시각으로 23일 새벽 열린 14/15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치차리토의 결승골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고 5년 연속 4강 진출에 성공했다.

BBC 트리오의 두 축인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틀레티코 전 7경기 무승 기록을 끊고 거둔 승리이기에 레알의 기쁨은 더 컸다. 반면 아틀레티코는 무딘 창끝과 후반 31분 나온 아르다 투란의 퇴장을 극복하지 못하고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이어 다시 한 번 분루를 삼켜야 했다.

안첼로티 감독의 승부수, 라모스 시프트

벤제마와 베일을 출전시킬 수 없었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포메이션과 선발 명단에 큰 변화를 줬다. BBC 트리오를 스리톱으로 기용하는 4-3-3 포메이션 대신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치차리토)와 크리스티아노 호날두를 투톱으로 기용하는 4-4-2 포메이션을 꺼내들었으며, 좌우 측면에는 이스코와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배치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세르히오 라모스의 미드필더 기용이었다. 안첼로티 감독은 루카 모드리치가 부상으로 빠진 토니 크로스의 파트너 자리에 라모스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단순한 수비 강화가 아닌, 다양한 목적을 지닌 포석이었다.

이날 경기에서 레알의 전술은 라모스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우선 공격 상황에서는 호날두가 측면으로 자주 빠지고, 라모스가 순간적으로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해 헤더를 시도하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포백과 미드필드 라인을 두 줄로 배치해 중앙을 틀어막는 아틀레티코의 수비를 공략하기 위해 횡 패스를 빈번히 시도, 아틀레티코의 수비에 균열을 낸 뒤 중앙에 만들어진 공간으로 라모스가 뛰어 들어가는 형태였다. 비록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몇 차례의 슈팅으로 연결된 효과적인 전략이었다.

수비 상황에서는 라모스의 수비력과 높이가 큰 도움이 됐다. 역습과 세트 피스에 강점이 있는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레알은 90분 동안 단 2개의 유효 슈팅만을 허용했는데, 이는 아틀레티코 역습의 기점인 코케를 철저히 틀어막고,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라파엘 바란, 페페와 함께 트리플 타워를 구축한 라모스의 공이 컸다.

강한 수비와 약한 공격, 반복된 시메오네 감독의 고민

반면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큰 변화를 주지 않았다. 4-4-2 포메이션을 유지하며 특유의 두 줄 수비와 강한 압박, 날카로운 역습으로 승리를 노렸다. 코케를 중앙에 놓고 사울 니게스를 측면에 배치해 역습을 강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이 전술 변화의 전부였다.

시메오네 감독의 의도대로, 아틀레티코는 탄탄한 두 줄 수비로 레알의 공격을 받아냈다. 레알이 횡으로 크게 흔들면서 측면 공략을 시도했지만, 아틀레티코의 수비 조직은 상대의 공세에 흔들리지 않았다. 호날두와 에르난데스 쪽에서 몇 차례 기회가 났지만, 오블락 골키퍼의 선방이 무실점을 지탱했다.

문제는 1차전과 마찬가지로 공격이 전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틀레티코가 자랑하는 날카로운 역습은 레알의 높은 압박 라인에 막혀 힘을 쓰지 못했고, 마리오 만주키치가 고립된 탓에 측면을 활용한 지공도 효과가 없었다. 아틀레티코가 수비와 역습에 강점을 지닌 팀이라고는 하나, 슈팅수 23-6, 유효슈팅수 8-2로는 승리를 가져오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투란의 퇴장은 수비마저 흔들어놓았다. 수적 열세에 빠진 아틀레티코는 강한 압박을 지속하기 어려웠고, 결국 호날두에게 돌파를 허용하며 결승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공격이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수적 열세까지 떠안은 아틀레티코로서는 피하기 어려운 결말이었다.

아틀레티코는 평소와 같은 강인한 경기력을 뽐냈다. 그러나 수비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시메오네 감독 입장에서는 코케의 중앙 배치와 사울의 기용이라는 카드가 먹혀들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을 법하다.

반면 안첼로티 감독은 벤제마와 베일, 모드리치라는 핵심 선수들이 결장한 상황에서 호날두의 활용법에 변화를 주고 라모스를 전진 배치하는 방법으로 4강 진출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두 감독 모두 좋은 승부를 펼쳤지만, 상황 대처 능력이 좀 더 좋았던 안첼로티 감독의 판정승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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