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오너 김상열 회장의 핵심 참모들이 모인 28일 오전 회의.
여느 때와 달리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오후 3시 금호산업 인수 입찰서류 마감을 앞두고 열린 마지막 회의였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금호아시아나그룹 인수라는 큰 꿈을 갖고 준비한 프로젝트의 마지막 결단의 순간이 온 것이다.
참모들은 5천억원에서 최대 1조원 사이의 가상 시나리오를 실사결과를 토대로 김상열 회장에게 브리핑했다.
반드시 고려해야 할 2가지 전제조건은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그러면서 금호가 따라오지 못할 가격이었다.
참모들은 공통적으로 8천억원 이상은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탐나는 매물이기는 하지만 인수 후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 회장 역시 8천억원 이상은 너무 높다는데 동의했다.
보수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위기 속에서 굴지의 건설사를 일군 그로서는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쓰는 게 체질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김 회장과 참모들은 5천에서 8천억원 사이에서 다시 토론을 이어갔다.
호반 참모들이 실사결과를 토대로 계산한 실제 입찰내정가는 5천2~3백억원.
그것도 그룹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가격이다.
시장 예상치 보다 현저히 낮은 입찰 내정가가 나온 배경은 금호산업의 기업가치가 사실상 제로라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
혹평을 한다면 금호산업은 마이너스 가격이라는 게 건설업에 정통한 IB업계 및 호반 관계자의 전언.
시장 기대치보다 우발채무 가능성과 리스크있는 사업장이 많아 보인 것은 보수적인 건설사업을 해온 호반맨들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컨설팅사와 호반 참모들은 금호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 평가에 주력했다.
제대로 된 실사를 할 수 있었던 금호 계열사는 금호산업과 금호아시아나항공 뿐.
그 밑의 계열사들은 자료제출을 받지 못해 평가에서 사실상 제외했다.
따라서 이번 입찰가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이후 그룹 경영에 대한 가치만 평가한 셈이 됐다.
김상열 회장은 참모들의 모든 설명을 듣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실사대로 5천억원대를 쓰면 채권단이 받아들이지 않을 테고, 7천억원대는 너무 높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된 마지막 회의와 토론은 이렇게 마무리됐고 참모들은 모두 퇴장했다.
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김상열 회장.
김 회장은 마지막 남겨진 가격 공란에 최종 입찰가를 썼다. 그리고 김 회장 자신이 밀봉했다.
이후 그 서류는 그대로 채권단에 전달됐다.
참모들과 회의 후 오너 자신이 입찰가를 쓰거나 그 날 감이 좋다고 생각되는 참모 하나를 정해 그 참모가 맘대로 입찰가를 쓰게 하는 방식은 건설업계의 오래된 입찰 관행이다.
이번에는 오너 자신이 직접 쓰고 밀봉했다.
모든 책임은 김 회장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한 것이다.
승부수는 띄워졌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금호산업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에게 이제 공이 넘어갔다.
최종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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