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흥 기자]"화장품 돈 된다"
지난 2002년 화장품 브랜드숍 탄생 이후 화장품 OEM 생산이 일반화되면서 타업종의 화장품 시장 진출이 매년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중국 특수에 따라 화장품 관련 시장이 또 다시 주목 받으면서 타업종 기업들의 진출이 크게 늘어 주목된다.
정수기 등 방문판매 기업들은 물론, 제약사와 병원 등 의료 관련 기업들, 패션 기업, 최근에는 유통사와 건설, 매니지먼트 기업 등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화장품 시장을 노크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이처럼 타업종의 화장품 시장 진출이 늘고 있는 것은 화장품 산업이 과거 사치품에서 필수품으로 소비재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OEM 산업 확대로 진입 장벽이 낮고,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화장품 산업은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이미지가 강하고, 최근 중국 특수로 전 산업 분야가 수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고성장하고 있어 새로운 사업 아이템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피부 전문가들이라는 전문성을 앞세워 병원과 제약사의 화장품 시장 진출은 계속적으로 늘고 있다.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이지함, 차앤박, 고운세상 등 피부과 화장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으며,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리더스, 리젠, 오라클 등도 병의원을 기반으로 탄생된 제품들이다.
제약사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하다. 동성제약과 유한양행, 국제약품 등 앞서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물론, 최근 대웅제약의 디엔컴퍼니를 비롯해 에스트라로 사명을 변경한 아모레퍼시픽의 태평양 제약, 홈쇼핑 공략에 나선 일동제약의 고유에, 동국제약의 센텔리안, 휴온스, 오츠카제약, 한미약품 등 다수의 제약사들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중국에 법인을 구축한 제약사들이 중국 법인을 통해 화장품 유통, 화장품 브랜드 개발 등에 나서고 있으며 화장품 도매 전문 기업들도 잇달아 화장품 시장 진출을 선언해 관련 시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패션 기업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도 크게 늘고 있다. 스타일난다의 화장품 시장 진출 및 중국 시장 성장에 힘입어 국내 중소 패션 업체들이 잇달아 화장품을 출시해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들도 앞 다투어 국내 시장에 화장품을 론칭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내 브랜드로 SPA 패션 브랜드 랩(LAP)이 트렌디한 컬러 메이크업 제품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 LAP COS를 론칭했으며, 영 쇼핑몰 엔터식스의 패션사업 법인 E&B와 의류 및 수산업 유통회사 지에이치홀딩스 등은 화장품 편집숍으로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상태다.
해외 브랜드로는 지난해 버버리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아시아 첫 번째 버버리 뷰티박스를 개장한 이후 패션 디자이너 톰 포드의 뷰티 브랜드 톰 포드, 토리버치 뷰티, 아가타 뷰티 등이 한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화장품 수입유통사인 금비화장품을 통해 국내 진입했던 에르메스는 올해 신세계와 손잡고 에르메스 퍼퓸부티크를 오픈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는 연내 한국 화장품 시장 진출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돌체엔가바나와 마크제이콥스도 빠르면 올해 안에 한국시장에 화장품으로 론칭할 예정이다.
스타를 앞세운 매니지먼트 기업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먼저 씨그널엔터테인먼트(옛 씨그널정보통신)는 최근 배우 송승헌이 최대주주로 있는 `더좋은이엔티`, 김현주 소속사 `에스박스미디어`, 가수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엔터` 등을 잇달아 인수한 데 이어 화장품 제조·판매사 스킨애니버셔리의 지분 5000주(50%)를 80억원에 인수하고 본격적인 화장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또한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책임지는 코스온과 함께 코스메틱 브랜드 `문샷(moonshot)`을 론칭하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해 화제가 되었으며, 걸그룹 티아라를 비롯해 배우 하석진 김규리 손호준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인 MBK엔터테인먼트도 티아라 지연을 모델로 신드롬 코스메틱과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에는 김수현, 한예슬 등이 소속되어 있는 배용준의 키이스트가 화장품 사업 진출을 검토한다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건설사의 화장품 진출도 이색적인 모습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파트 브랜드 `인스빌`로 알려진 신안은 최근 화장품 계열사인 아름연화장품을 통해 홈쇼핑에 화장품을 론칭해 화제가 되었으며 TK케미칼의 SM그룹도 동양그룹의 화장품 전문 회사인 동양생명과학을 인수해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 진출에 나서 눈길을 끈다.
실제 화장품을 유통하는 유통사들의 화장품 시장 진출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와 신세계, 홈플러스 등이 헬스&뷰티숍 오픈으로 화장품 유통에 뛰어든데 이어 각 헬스&뷰티숍을 중심으로 PB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신세계 백화점의 신세계 인터내셜날을 통한 비디비치 인수, 자체 수입유통 브랜드 바이레도와 산타 마리아 노벨라 론칭 등 백화점들이 잇달아 화장품 사업 본격화에 나섰고, 올리브영과 왓슨스 등 헬스&뷰티숍들 역시 독점 브랜드 수입 및 PB 브랜드 론칭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또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역시 PB 브랜드를 확대하고 있으며, 11번가와 G마켓 등 온라인쇼핑몰과 소셜커머스도 PB 브랜드를 확대해 화장품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마트 밴더로 유명한 대화씨앤에프, 해외 수출 도매업체로 유명한 신화, 자이, 한코스메틱 등도 자체 화장품을 개발해 화장품 사업을 전개하는 등 화장품 유통사 전체에서 화장품 시장 진출이 늘고 있다.
이외에도 소망화장품 인수로 화장품 사업 본격화에 나선 KT&G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삼양제넥스는 물론, 지난해 이랜드가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한바 있으며, 최근에는 KT도 계열사를 통해 화장품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장품 업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화장품 마케팅 전문 기업인 에스피플커뮤니케이션 신홍성 실장은 "최근 화장품 업계는 중국 특수와 함께 소비재 중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시장"이라면서 "최근 관련 주가가 폭등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 실장은 "그동안 타업종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화장품 업계에 뛰어들었지만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화장품 시장이 진입은 쉬워도 성공하기는 힘든 시장임을 반증하는 것"이라면서 "자체 유통을 갖고 있더라도 철저한 시장 조사와 제품력 등 다양한 부분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그동안 수많은 타업종 기업들이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원인에 대해 화장품 유통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과 미투 제품 난립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중국 특수의 경우 "위생허가 없는 무자료 거래 성행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면서 "중국 특수만 겨냥한 화장품 사업은 생명력이 짧을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