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명동의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 소형 카메라가 달린 카드 복제기가 부착된 것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지난달 27일 오후 9시께 우리은행 명동역 지점의 한 ATM 카드투입구에 카드 복제기가 설치돼 있다는 은행 고객의 신고를 받고 복제기를 거둬들여 수사하고 있다고 1일 밝혔다.
카드 복제기는 양면테이프로 고정돼 있었고, 아랫부분에는 소형 카메라가 달려 ATM 화면의 비밀번호 입력 장면을 촬영할 수 있게 돼 있었다.
경찰은 은행 폐쇄회로(CC)TV를 통해 같은 날 오후 8시20분께 20대 후반 추정 남성이 복제기를 설치한 것을 확인하고 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이 남성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범행을 저질렀으며, 설치가 제대로 됐는지 여러 차례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카드 복제기가 설치된 것을 모르고 ATM을 이용한 고객이 1명 있었지만, 복제기에 원격 송신장치가 없어 카드정보가 용의자에게 넘어가지는 않았다"며 "은행 고객의 재빠른 신고 때문에 피해를 막았다"고 말했다.
카드 복제기는 다소 조악한 수준이지만, 무심코 이용하면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번 사건의 카드 복제기는 카드 뒷면 마그네틱 띠에 저장된 고객 정보를 읽으면서 복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디지털 포렌식으로 카드 복제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카드 정보를 복제하는지 확인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용의자의 유전자나 지문, 휴대전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의 데이터를 수집·복원·분석하는 작업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중국 조직의 지시를 받은 중국 동포가 서울 가산동 한 은행 ATM에 카드 복제기를 설치해 일부 고객정보를 유출한 사건이 있었다.
경찰은 이번 사건도 중국 조직의 지시를 받은 범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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