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20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첼시FC 선수들이 기쁨을 나우고 있다.(사진 = 첼시FC) |
첼시가 크리스탈 팰리스를 꺾고 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09/10 시즌 이후 5년 만의 우승. 이로써 첼시는 프리미어리그와 캐피털원컵을 모두 제패하고 2관왕에 올랐다.
다시 한 번 빛을 발한 무리뉴 감독의 실리 축구
예상대로 주제 무리뉴 감독의 2년차 시즌은 화려했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 선두 자리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꾸준히 추격했으나 첼시의 단단함을 무너뜨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디에고 코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 필리페 루이스, 로익 레미, 디디에 드록바 등을 영입한 첼시의 선수단을 능가할 수 있는 팀은 프리미어리그에 존재하지 않았다.
선수단도 흠 잡을 데가 없었지만, 첼시가 어려움 없이 리그를 제패할 수 있었던 것은 무리뉴 감독 특유의 안정적인 전술 운용 덕분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무리하게 수비 라인을 올리지 않고 배후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안전한 수비로 리그 최소 실점을 이끌어냈다. 힘과 높이, 영리함과 집중력을 모두 갖춘 포백이 20m 지점에 위치를 잡고, 네마냐 마티치가 수비라인 보호자로 나선 첼시의 수비는 간단한 패스조차 시도하기 어려울 정도의 빡빡함을 자랑했다.
강팀을 상대로 지지 않는 경기를 하는 무리뉴 감독의 시즌 운용도 빛났다. 무리뉴 감독은 올 시즌 맨체스터 시티,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리버풀을 상대로 3승 4무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1일, 한 명이 퇴장 당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며 승점 1점에 만족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극단적으로 위험을 기피하는 무리뉴 감독의 성향은 ‘승점 6점짜리’ 경기에서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결과로 나타났다.
▲ 무리뉴의 2년차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사진 = 첼시 FC) |
유럽 무대에서의 실패와 지루한 축구 논란
그러나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14/15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PSG에게 패퇴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특히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갖고 싸웠던 2차전에서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고수하다가 탈락했던 것은 무리뉴 감독의 축구가 지닌 불안 요소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결과였다. 홈 경기에서 90분 가까이 수적 우위를 갖고 싸웠음에도 오히려 볼 점유율에서 뒤졌던 PSG와의 2차전은 무리뉴 감독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루한 축구 논란의 중심에 서있었던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물론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팀에게 ‘boring’이라는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지루함이라는 기준 또한 주관적이고 상대적이다. 무리뉴 감독의 말대로, 진짜 지루한 축구는 승리하지 못하는 축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루함이라는 단어가 공격력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흔히 ‘무리뉴 1기’로 불리는 2000년대 중반에도 첼시는 지루한 팀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팀이기는 했으나, 데미안 더프, 조 콜, 아르옌 로벤 등을 활용한 빠르고 다이내믹한 공격도 펼쳤던 팀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올 시즌 첼시는 공격 속도와 다양성 모두 문제가 있는 팀이었다. 다양성이나 화려함은 부족해도 스피드와 다이내믹함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었던 과거와 달리, 첼시만의 공격적 특징이 부재했다. 이는 첼시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반드시 개선해야 하는 과제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지만 수비는 트로피를 부른다.”
올 시즌 첼시는 이 격언에 딱 들어맞는 팀이었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차이가 크지 않은 유럽 무대에서는 탄탄한 수비만큼이나 상대의 급소를 찌를 수 있는 날카로운 공격력도 필요하다. 무리뉴 감독이 리그의 패자(霸者)를 넘어 유럽의 패자로 등극하기 위해서는 다음 시즌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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