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기자의 궁시렁]중국 화장품 특수, "기회 아닌 위기일 수도 있다"

입력 2015-05-10 01:35  



최근 대한민국 화장품은 `호황`이라는 말로 정의된다.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대부분의 업종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화장품만은 소비재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선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은 바로 중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불고 있는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인들의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관심은 연일 "요우커 때문에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수출과 관광객 특수 등 연일 화장품 업계에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만을 타깃으로 하는 화장품들이 잇달아 출시되어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특정 상권과 특정 로드숍에서는 내국인 판매를 하지 않고 중국인 등 관광객들을 대상으로만 판매하는 매장이 등장했을 정도다.

또한 면세점 매출이 백화점 매출을 앞섰고, 공식적인 중국 수출액 비중도 크게 증가하며 화장품 수출이 수입을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이러한 현상만 보면, 환영할 일이다. 한국산 화장품의 입지가 아시아 전역에서 커지고 있고, 내수 부진의 경기 침체 속에서도 화장품 시장은 호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로 들어가 보면 최근 화장품 업계에 불고 있는 중국 특수는 오히려 국내 화장품 시장에 위기를 만들고 있다.

먼저 내수 시장 부진과 중국 특수가 겹치면서 화장품 기업들의 주요 타깃이 모두 중국인들을 향하고 있다. 중국인들을 위한 제품. 이것이 말하는 것은 중국인들의 피부 특성에 맞는 제품,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패키지 디자인, 중국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제품과 가격, 중국인들에게 쉽게 이해될 수 있는 제품명. 심지어 중국인만을 위한 유통까지. 최근 화장품 업계에는 내국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일부 화장품사들은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거나 중국에게 회사를 매각하면서 한국산 화장품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중국 기업이 된 곳도 있다.

중국의 자본은 한국의 화장품 연구원들 확보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에 법인을 만들어 중국 내에서 부설 연구소가 한국에 있다고 홍보하거나 한국의 유명 화장품사 출신 연구원을 영입해 화장품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연구원들 사이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로 큰 연봉을 제시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미 다수의 중국 법인들이 한국에 생겨나면서 연구원들을 홍보용으로 1명씩 영입하고 있고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받으면서 한국의 화장품 연구원을 이른바 `모셔가는` 중국 기업도 생겨났다.

한국의 화장품 기술이, 한국의 유명 기업들의 화장품 연구에 대한 이미지가 그대로 중국 기업들에게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유통도 혼란이다. 이미 중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들과 인기를 얻은 제품은 유사, 짝퉁 제품이 만연하고, 이에 대한 소송도 계속적으로 늘고 있다. 눈앞의 이익을 위핸 자존심은 물론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 의지도 없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무자료 거래 성행으로 세금 포탈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으며, 최근 중국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상권에는 50% 이상의 할인 제품들이 판매되면서 유통 질서가 어지러워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수수료를 더 받는 매장들도 생겨나 국가적인 신뢰도를 떨어트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사 제품만을 판매해야 되는 화장품 원브랜드숍에서 타사 제품은 물론 유사 제품까지 진열해 판매하는 일이 생겨나면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신뢰도뿐만 아니라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화장품 점주들에게도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주고 있다.

일부 해외 도매의 경우는 제품 가격을 미리 선금을 받고 제품을 주지 않거나 제품 납기일을 지키지 못해 구설수에 오른 사례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한국산 화장품이 중국인들에게 인기를 얻는 것이겠지만 이러한 부분은 향후 한국산 화장품의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한중FTA로 이제 5년 뒤에 샴푸부터 하나씩 중국 화장품들에 대한 관세가 인하된다. 또한 중국의 화장품 내수 강화 등은 분명 글로벌 기업들 뿐 아니라 현재 중국에서 화장품 판매를 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타격이 될 것이다.


이미 무자료로 거래되는 일종의 화장품 밀수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짝퉁, 유사 제품은 물론, 직구 사이트에 대한 단속과 세금 부과, 위생허가 단속, 중국 내 화장품 사이트에 대한 한국 기업과의 수의계약 관계 단속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상태다.

국내는 물론 세계 모든 시장에서 건전한 사업 활동을 보호되어야 하며 자유경제 사회에서 타국의 자본 유입 판단은 개인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화장품 산업의 근본마저 흔들고 있는 중국 특수에 대해서는 한번 쯤 대응을 위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사서삼경 가운데 하나인 `대학`에 나오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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