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총기사고, 사건 발생 직전 예고된 불행.."뒤바뀐 사격순서, 가해자 이상징후 포착"

입력 2015-05-14 07:45   수정 2015-05-14 10:04



예비군 총기사고, 사건 발생 직전 예고된 불행.."뒤바뀐 사격순서, 가해자 이상징후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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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났다. 지난 12일 입소한 예비군 545명은 서울 내곡동 송파·강동 예비군훈련장에서 2박3일 일정의 동원훈련을 받고 있었다. 13일 오전 예비군 5·6·7중대 사격훈련이 진행됐다. 총 20개 사로(사격구역)에 K-2 소총을 든 예비군이 통제장교 지시에 따라 자리 잡고 25m 사격을 준비했다.

7중대였던 최모(23)씨는 가장 왼쪽인 1번 사로에 들어섰다. 최씨의 3m 뒤에 있던 부사수 윤모(24)씨가 실탄 10발이 장전된 탄창을 건넸다. 탄창을 소총에 끼우고 엎드려 쏴 자세를 취한 최씨는 한 발을 쏘더니 갑자기 일어섰다. 표적지 대신 윤씨, 그리고 오른편에 엎드려 있던 2·3·4·5사로 예비군을 향해 7발을 쐈다. 4사로 예비군은 다행히 총에 맞지 않았다. 대위 3명과 현역병 6명이 있었지만 돌발 행동을 막지 못했다.

실탄 한 발은 윤씨의 목으로 날아갔다. 박모(24)씨와 황모(22)씨는 각각 오른쪽 머리와 왼쪽 아래턱에 맞았다. 안모(25)씨는 가슴에 총탄이 박혔다. 사격장은 순식간에 피로 물들었다. 이어 최씨는 소총을 자신의 이마에 겨냥하고 9번째 실탄으로 목숨을 끊었다.

최씨와 같이 사격장에 있었던 예비군 유모씨는 “나는 10번 이후 우측 사로에 있었다. 귀마개를 한 데다 표적지만 보느라 사고가 난 줄 몰랐다. 나중에 다른 동료들이 ‘최씨가 자살했다’고 해 상황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사격훈련을 통제하는 간부 2명은 지휘소에 있었고 사로에는 소위 한 명만 있었다고 증언했다. 사고 이후 군의관이 올라와 부상자 심폐소생술을 했고 이어 구급차가 왔다고 전했다.

훈련장 앞에서 만난 예비군 김모씨의 아버지는 “우리 아들이 최씨와 함께 사격을 했는데, 최씨가 사격 전에 누군가에게 순서를 바꿔달라고 하는 것을 봤다고 한다. 순서가 바뀌었고 그 때문에 생사가 엇갈렸다”고 말했다. 이에 최씨가 범행하기 쉬운 위치를 골라 일부러 사격 순서를 바꾼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통상 1번 사로는 가장 먼저 실탄을 받는다.

현장을 돌아본 한 관계자는 “최씨 시신은 1사로 사격 통제선에서 45도가량 모로 누워 있었다”며 “주변에 피는 그다지 보이지 않았지만 얼굴이 하얗게 질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급하게 훈련장과 병원을 찾은 희생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오후 1시20분쯤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층 로비에서는 둘째아들 박씨를 잃은 어머니가 쓰러지듯 주저앉아 “우리 아들 왜 죽었느냐”며 울부짖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군은 “예비군도 일단 부대에서 훈련하면 현역 병사와 같이 사망 보상금과 보훈연금이 지급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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