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경제규모가 커지는 속도보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가계부채 문제의 중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경제규모나 가계 상환능력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관리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어 민간 부문과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국회 조세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한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경우 불안심리를 야기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려고 하는 정책은 오히려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켜 경제활성화에 장애가 된다"고 말했습니다.
가계부채의 총량을 줄이는 것보다는 경제활성화를 통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는 방안을 찾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해법이라는 게 강 의원의 주장입니다.
정부의 입장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가계부채 총량관리와 관련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빠르긴 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가계부채 총량관리에 나설 경우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보이는 현 시점에서 경제를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상한선도 현재 60%에서 40%로 강화하면 소득이 부족한 계층의 대출을 억제하면서 가계부채의 총량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정부가 이처럼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의 70% 가량이 소득 상위 40%인 계층에 집중돼 있다는 특징 때문입니다.
또한 4년 전 가계부채 중 고정금리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0.5%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3.6%로 높아졌고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도 6.4%에서 26.5%로 확대되는 등 대출 구조가 개선됐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성장률은 3%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반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이보다 2~3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 이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학계와 민간 경제연구소들의 지적입니다.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가계소득의 증가 속도가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8조5천억원 증가한 579조1천억원(모기지론 양도 포함)을 기록했습니다.
가계대출 중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8조원 증가했고, 마이너스통장 등 기타 대출도 4천억원 늘었습니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1월 이후 최대치며 올들어 지난달까지 은행 가계대출은 18조1천억원 증가했습니다.
경제활성화를 통한 가계소득 증가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도 안심전환대출이나 중소서민지원 대책 등은 어디까지나 미봉책일 뿐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를 무릅쓰더라도 경기를 회복시키기는 게 우선이라고 보고 여러가지 정책수단들을 동원했는데, 그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며 “경제정책의 큰 방향이 정해져야 가계부채 문제에 다시 접근할 수 있는 데 현재로선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정부는 올해 8월로 일몰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 규제 완화책을 1년 더 연장해 주기로 한 당초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고위 관계저는 “가계부채관리협의체라고 저희하고 기재부, 한은, 금감원 관계자들이 2주에 한 번씩 만나서 회의를 하는 데, 아직까지 이 문제에 대하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면서도 “최근에는 과연 이걸 더 끌고 가야 하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당장 가계부채 총량을 규제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일단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위험요인을 줄여나가는 대 정책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당국은 특히 안심전환대출 이후 부각되고 있는 중소서민 계층에 대한 지원을 위해 2금융권 대출자와 저신용 대출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한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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