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세 여성상 가운데 하나는 운동하는 여자들이다.(사진 = 온스타일) |
요리하는 남자가 대세라는 점은 트렌드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하다. 실제로 많은 매체들에서 다뤄졌다. 요리하는 남자가 섹시하게 느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변화하는 남성상을 대변하는 것인데, 이는 여성들의 기호와 취향이 바뀌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의 원인에 대해 여성들의 권리가 신장됐기 때문이라는 말도 매번 등장한다. ‘쿡방’의 경우, 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그 수용 주체가 누군지 생각하면 이유는 명확하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어떤 이들이 트렌드를 드러내주고 있을까. 즉 대세 여성상은 무엇일까.
그 가운데 하나는 운동하는 여자들이다. 안에서 남자가 요리를 한다면, 여자들은 밖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 사회가 가지고 있던 성별 분업과 남녀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이분법적인 인식구조를 허무는 것이기도 하다. 아직도 여성이 요리를 더 많이 하고 남성은 요리와는 별개인 존재로 여기는 인식이 많다. 물론, 음식은 누구에게도 필요한 것이고 이 때문에 요리도 자신 스스로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요리와 남성이 가까워지는 것은 생존적인 측면에서도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마찬가지로 운동하는 여성도 이런 성별 분업과 남녀 성역할 구별을 허문다. 운동하면 여성보다는 남성을 먼저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격투기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모습은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활동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은 여권 신장은 물론 자아실현의 이상적인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운동을 하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매력적으로 작용해 그 개인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심지어 운동코칭을 통해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구축하기도 한다. 각종 방송프로그램에서 이들의 활약이 돋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요리하는 남성과 운동하는 여자는 어떻게 보면 상반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 있다. 남성은 안에서 요리를 하고 여성들은 밖으로 나아가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리를 야외에서 할 수 있고, 운동을 실내에서 할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인 느낌은 운동은 실외의 활동적인 측면을 더 연상하게 된다. 요리와 운동은 하나의 다른 두 면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 현대사회는 풍요한 물질문명을 구가하고 있다.
음식의 경우에도 어디에나 풍부함을 자랑한다. 오히려 너무 풍부하기 때문에 과잉이다. 대니얼 액스트의 ‘자기 절제의 사회’는 유혹과잉시대에 어떻게 욕망에 대응할 것인가를 논한다. ‘과잉 시대의 자기 절제(Self-control in an Age ofExcess)’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초절제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음식의 유혹도 초절제를 요한다. 어디에서나 어느 시간에나 우리는 음식의 유혹에 노출되어 있다. 참기는 하지만 결국 우리는 대개 음식의 유혹에 넘어가고 만다. 유혹에 넘어간 뒤 후회를 한다. 후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럼 어떻게 할까. 그렇게 음식을 다 먹은 뒤에 할 일은 지나친 칼로리를 몸안에서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운동이다. 운동하는 여자들이 지향하는 것은 바로 건강한 다이어트와 훌륭한 몸매를 유지하는 것이다. 단지 몸이 마른 체형이 아니라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매를 지니고 있는 이들이 바로 운동하는 여자들인 것이다. 요리하는 남자들이 제공한 음식을 마음대로 먹고 싶고, 한편으로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을 해야 하고 해야만 하는 현대인들의 욕망과 숙명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 변화는 요리하는 남자로 반드시 가는 것도 아니고 음식을 탐닉하면서도 운동에 나서는 것도 아니다. 요리하는 남자 이미지를 소비하고 운동하는 여자에 대한 선망과 찬탄이 존재할 뿐이다. 그런 한계 때문에 요리하는 남자와 운동하는 여자는 현실보다는 미디어 속에 더욱 더 존재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갈수록 음식은 증가하고 그것의 유혹에 넘어가면서 운동에 대한 선망은 높아만 간다.
물론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음식의 유혹이 더 크다. 운동은 매우 능동적인 몸의 움직임을 요구한다. 언제나 제자리에서 도돌이표처럼 맴돈다. 음식을 추격하는 운동은 음식에 갇히기 일쑤다. 더구나 그것을 넘어서기에 우리 사회는 격한 업무 등으로 여전히 일상이 피곤하다. 생존을 위해 스타들이 절제와 운동을 하듯이 유혹의 거부와 운동은 우리들 생존의 문제인데 말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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