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된 남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사진 속 여성들이 모두 검은색 스타킹이나 스키니진을 입어 노출 정도가 심하지 않아
성적 욕망을 유발할 특징을 찾지 못하겠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 취지이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박재경 판사는 여성의 신체 부위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혐의(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된 A(28)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11월부터 작년 5월까지 지하철, 길거리, 엘리베이터 등지에서 모두 49회에 걸쳐
여성의 동의 없이 하반신 등을 촬영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엘리베이터에서 한 여성의 목 아래 상반신을 찍은 단 한 장을 빼놓고는
A씨가 몰래 찍은 사진은 모두 몸에 달라붙는 스타킹이나 레깅스 차림의 여성 다리 사진이었던 것.
사진 속 여성들의 모습은 검은 스타킹에 구두를 신고 지하철에 앉아 있거나 레깅스를 신은 채
길거리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있기도 했고 모직 반바지와 검은 스타킹 차림으로 서 있기도 하는 등 다양했다.
대부분 지하철 건너편 좌석이나 맞은편 도로 등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여성이 `표적`이 됐지만
가끔은 대담하게 접근해 허벅지 아래를 찍기도 했다.
A씨의 행각이 덜미를 잡힌 것은 딱 한 번 다리가 아닌 가슴 사진으로 `외도`했을 때로
작년 4월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회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의 상반신을 몰래 찍다가 발각된 것이 유일하다.
A씨는 법정에서 자신이 운동화나 구두 등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여성들의 사진을 찍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쉽사리 믿기 어려운 변명이며, 특이한 성적 취향(패티시) 때문에 촬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면서도 유죄로는 판단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지하철 등 개방된 장소에서 비교적 먼 거리에서 촬영한 점을 들며
"촬영 부위가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그간 법원이 도촬과 관련,엇갈린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2008년 대법원은 50대 남성이 마을버스에서 10대 여성의 치마와 허벅다리를 휴대전화 카메라로 정면에서 촬영한 것을 두고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 부위`라며 유죄로 인정했다.
반면에 작년 수원지방법원은 미용실 여직원의 다리를 두 차례 촬영한 남성에 대해
"짧은 치마가 과도한 노출이라 보기 어렵고,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하반신 전체를 찍었기에 수치심을 유발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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