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이끈 여풍(女風), 5월 축제의 장으로 번진다

입력 2015-05-18 17:58  

최근 스크린셀러 열풍은 여성 작가들이 이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가을 미국 여성작가 길리언 플린의 원작의 `나를 찾아줘`가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이후, 역시 여성 작가인 바바라 오코너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정유정의 `내 심장을 쏴라` 등이 한국영화로 만들어져 올해 초 관객들과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같은 시기에 리즈 위더스푼의 주연 겸 제작의 `와일드`와 힐러리 스웽크 주연 겸 제작의 `유아 낫 유`도 각기 미국의 유명 여성작가 셰릴 스트레이드와 미셸 와일드젠의 베스트셀러 원작의 명성을 등에 업고 격전을 벌였다.

이어서 프랑스 작가 델핀 쿨랭 원작의 `웰컴, 삼바`, 일본의 만화가 마스다 미리 원작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가 개봉했고, 박찬욱 감독이 사라 워터스의 원작 소설 `핑거 스미스`를 영화화한 `아가씨`와 영국의 세계적 인기 작가 조조 모예스의 `미 비포 유`도 올해 영화로 선보여진다.

최근 스크린에서 여성들의 약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4월말 개봉작 `차이나타운`이 김혜수-김고은 투 톱 여배우를 내세우며 폭력조직의 일원인 주인공과 ‘엄마’라고 불리는 보스의 대결을 통해 여성 누아르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칸 입성까지 성공했다. 또 이번 주말 극장가는 샤를리스 테론과 여자들이 악을 처단하고 고향으로 향하는 내용을 담은 로드무비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휘어잡았다. 이처럼 출판계와 영화계에서 부는 ‘여풍(女風)’이 이달 말 다채로운 축제들의 예약으로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여성 문화의 시발점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먼저, 제17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가 27일부터 6월 3일까지 서울 메가박스 신촌,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8일간 개최된다. 1997년 봄에 시작, 국내 7대 국제영화제 중 두 번째로 오래된 서울의 대표적인 영화제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라는 슬로건 하에, 특정 집단(성, 인종, 연령, 직업, 출신 지역)에 속했다는 이유로 고정관념에 갇히거나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바라며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의 삶에 관한 총 111편의 영화를 하루 5회 상영한다.

그 어느 해보다 재능의 발굴, 관객 만족도를 우위에 둔 대중적 프로그래밍에 열과 성을 다했고, 평일 오후 1시 영화를 관람하는 남성 관객 30명에게 선물을 증정하는 ‘해피 아워’ 이벤트, 전문 보육 교사에게 아이를 맡기고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놀이방’ 서비스 외에도 볼 거리, 쉴 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영화제 최초의 홍보대사로 배우 김아중을 위촉하여 같이 영화를 공유하는 토크 행사, 사회적 주제를 다룬 단편영화와 관련 기관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진행하는 등 영화제의 문턱을 낮추고 신촌을 영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 창조적 여성의 힘 ‘TEDx Seoul Women’


이어서 ‘TEDx Seoul Women’이 30일 서울 문샤인 역삼점에서 열린다. TEDWomen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창조적인 여성의 힘을 주제로 TED에서 열리는 연례 테마 이벤트 중 하나로, 올해는 5월 27~29일 3일간 전 세계 각지의 이벤트를 TED 공식 유투브 채널에 업로드하여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컨퍼런스 TEDWomen2015이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추진력(Momentum)’이다. 생각하고 살아가며 일하는 데에 있어 추진력을 제공하는 대담한 아이디어와 영감을 주는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생갹의 교류와 변화의 기회를 추구하는 생동감 있는 현장을 추구한다. 2~4명 연사의 강연, TED Talk 시청, 청중과의 퍼실리테이션(facilitation : 소통, 촉진) 시간이 마련된다. 참가 신청은 페이스북을 통해 할 수 있다.


■ 여성뮤지션 집합 ‘뮤즈 인시티 페스티벌’

끝으로, ‘제2회 뮤즈 인시티 페스티벌’이 6월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열린다. 라이브로 만나길 고대했던 여성 뮤지션,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뮤즈들로 구성된 원데이 페스티벌이다. 한국판 ‘릴리스 페어’(1990년대 후반 캐나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새라 맥라클란이 주도한 여성 중심의 라이브 투어)라 할 수 있는 국내 최초의 여성 음악인 축제다.

2013년 일본의 리사 오노, 호주의 렌카, 한국의 이효리, 한희정, 요조, 타루의 무대로 첫걸음을 내디뎠으며, 2년만에 돌아온 올해도 음악은 물론 라이프스타일 등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국내외 여성 뮤지션으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레이첼 야마가타, ‘낫 고잉 애니웨어(Not Going Anywhere)’로 유명한 보헤미안 감성의 케렌 앤,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캣 프랭키, 김윤아, 조원선, 이아립, 라이너스의 담요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출연진에 이름을 올렸으며, 천상의 목소리와 풍부한 감수성을 자랑하는 한국계 싱어송라이터 프리실라 안이 최종 합류했다. 액세스ENT가 주관한다.


한편, 24일에는 세계 여성 운동가들의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걷기 행사’도 개최된다. 광복 70주년과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제 여성 단체 ‘위민 크로스 DMZ’(Women Cross DMZ)’가 한국전쟁 종식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촉구하며 북에서 남으로 DMZ를 도보로 통과할 계획이다. 7월 양성평등기본법 시행도 앞두고 있어 올해는 여성계와 사회 전반의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한 해이다.

한국경제TV 이예은 기자
yeeuney@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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